4대강 사업이 토건재벌들을 위한 사업이었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강을 죽이는 사업에 국민 혈세 22조가 들었고, 이후 관리 비용까지 합하면 무려 31조 원이 들어간 천문학적 사업이다.

검사에게 전달했다는 대우건설 비자금 USB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비자금 조성 과정이 모두 담긴 USB 파일을 검찰에 넘겼지만 이는 사라졌다. 법정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만약 대우건설 비자금 사건이 적나라하게 밝혀졌다면 4대강에 참여한 토건재벌 전체에 대한 조사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

KBS2 시사프로그램 <추적 60분> ‘사라진 4대강 비자금 장부, USB를 찾아라!’ 편

<추적60분>은 대우건설 비자금을 중심으로 4대강 사업이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 보여주었다. 3개의 불법이 없으면 공사에 참여할 수도 없었다는 트럭 노동자들의 발언은 씁쓸하기만 하다. 그 세 가지 불법이란, 불법 업자를 통해서만 현장에 갈 수 있으며, 불법 세금계산서와 불법 기름이라고 한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공사 현장에 노동자로 참여할 수조차 없었다는 것은 경악스럽다. 고용 과정부터 부당하게 이뤄졌다면 그 내부에서 어떤 식으로 공사가 진행되었는지 충분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에서도 나왔지만 노동자 임금으로도 비자금 조성을 했다니 4대강 사업은 토건재벌과 기생충들의 복마전이 아닐 수 없다.

공사와 관련된 세금계산서는 상대가 원하는 대로 써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철저하게 모든 과정이 비자금 만들기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100원 짜리를 200원 혹은 천 원짜리로 만들어도 이를 밝히려는 감시 주체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들의 가짜 세금계산서는 혈세를 빼 먹는 도구가 되었다.

공사현장 근처 주유소에 값싼 기름을 섞어 부당 이익을 취했다는 사실도 충격이다. 트럭을 몰고 온 노동자들은 그곳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정상적이지 않은 기름을 주유하고 차를 몰면 엔진이 망가질 수밖에 없다. 결국 토건재벌들의 비자금 조성으로 국민 혈세가 사라지고, 트럭 노동자들의 생업마저 망하게 만들었다는 의미다.

KBS2 시사프로그램 <추적 60분> ‘사라진 4대강 비자금 장부, USB를 찾아라!’ 편

재판을 받게 된 대우건설 임원 이 씨에게 변호인만 17명이나 참여하는 기괴한 일이 벌어졌다. 횡령 사건에 국내 최고 로펌이라 불리는 곳 두 곳을 포함해 17명의 변호인들이 참여하는 것은 존재할 수 없는 일이다. 그 비용만 해도 엄청나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변호인단이 꾸려지게 된 것은 대우건설에서 이 사건에 참여했다는 의미다. USB를 건넨 이씨를 풀어줘야만 한다는 절박함이 만든 결과였다. 흥미롭게도 재판은 거액을 횡령했다는 이 씨에게 집행유예를 내렸다. 다른 직원들 역시 대우건설 비자금과 관련해 모두 무죄를 받았다.

대우건설이 4대강 사업을 하며 막대한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증거가 존재함에도 사법부는 이 도둑들에게 그 어떤 처벌도 하지 않았다. 그들이 비자금을 만든 이유는 직원들의 경조사비와 보너스를 주기 위함이라는 말도 안 되는 판결문이 나온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직원들을 위한 경조사비는 비자금이 아닌 일상적인 자금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비용이다. 걸리면 엄청난 벌금과 징역을 살 수도 있는 비자금을 조성해 직원들에게 줬다는 말을 믿고 판결문에 넣은 판사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 의문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부를 생각하면 쉬울 듯하다.

KBS2 시사프로그램 <추적 60분> ‘사라진 4대강 비자금 장부, USB를 찾아라!’ 편

재판부가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는 것을 포기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검찰 역시 한통속이었다. 최재경과 김기동, 이들은 이명박의 BBK 사건을 맡아 무죄로 만든 일등공신이었다. 그리고 대구로 자리를 옮긴 김기동이 맡은 사건이 바로 대우건설 비자금 사건이다.

두 사건 모두 당시 대통령이었던 이명박이 건재하던 시절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분명한 의혹이 있었음에도 검찰과 판사는 이를 부정했다. USB 안에 담긴 명확한 증거마저 묻은 채 대우건설 비자금 사건을 무죄로 만든 그들로 인해 4대강 사업은 토건재벌들이 노골적으로 사기를 쳐도 처벌을 받지 않은 기괴한 공사장이 되었다.

기본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시 대통령이었던 이명박이 핵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반대한 대운하 사업, 이를 이름만 바꿔 향후 대운하로 만들기 위해 4대강 사업을 시작했다.

국민들의 반대에도 강행한 그 사업이 정상적으로 될 수는 없었다. 공사에 참여한 토건 재벌들 배만 불려줄 수밖에 없는 사업. 천문학적인 혈세가 투입되면서도 공사 과정이 투명하지도 않고, 결과 역시 엉망인 이 사업의 최대 수혜자는 과연 누구일까?

KBS2 시사프로그램 <추적 60분> ‘사라진 4대강 비자금 장부, USB를 찾아라!’ 편

이명박이 서울시장이 되고, 대통령의 자리까지 올라섰다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에게는 불행한 일이었다. 서울시장 당시 현대와의 논란, 대통령이 된 후에는 보다 노골적으로 수많은 비리의 온상이 된 이명박과 그 일가의 행태는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이명박이 절대 다수 국민들의 반대에도 4대강 사업을 강행한 이유는 토건재벌 사장 시절 경험한 노다지에 대한 환상 때문이었을 것이다. 눈 먼 돈을 어떻게 비자금으로 만들어 착복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는 자가 대통령이 되어 부당한 사업을 벌였다.

강을 살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경제적 이익도 없는 사업에 국민 혈세 22조를 들여 무작정 시작했다. 시작과 과정 끝도 모두 불투명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인 '4대강 사업'은 토건재벌들의 복마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800억이 넘는 비자금을 만든 대우건설에 그 어떤 처벌도 하지 않은 사법부.

대우건설을 위태롭게 만든 서종욱 사장을 연임시킨 것도 이명박 일가다. 서 사장이 연임을 위해 유력한 정치인에게 현금 100억을 전달했다는 증언은 충격적이다. 그 문제의 의원은 다른 뇌물 수수 사건만 해도 알려진 게 다섯 가지다. 과연 의원 배지를 달고 얼마나 많은 뇌물을 받은 것인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다.

KBS2 시사프로그램 <추적 60분> ‘사라진 4대강 비자금 장부, USB를 찾아라!’ 편

이 모든 비리의 끝에는 이명박과 그의 친형인 이상득이 존재한다. 이 기괴한 커넥션은 나라를 오직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이권의 장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대통령 자리는 이명박과 그 일가에게 주어진 천운이었다. 그렇게 얻은 자리를 이용한 상상을 초월하는 천문학적인 혈세를 탐한 자들에게 이제라도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

부당하게 법집행을 한 자들 역시 예외일 수는 없다. 그들이 제대로 수사하고 처벌했다면 이명박과 그 일가, 그리고 토건재벌들이 국민 혈세를 그런 식으로 난도질을 해서 가져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건을 담당한 검사와 판사들 모두 공범이다.

1급수였던 내성천은 이제는 고기는 고사하고 아무 것도 살 수 없는 천이 되고 말았다. 녹조를 넘어 흑조로 뒤덮인 내성천은 완전히 죽어버렸다. 그곳에서 멱을 감고 고기를 잡았던 어린 아이는 이제 성인이 되어 죽어버린 강을 바라보며 착잡해질 수밖에 없다. 누구를 위한 4대강 사업인가? 그 질문의 답은 과거나 지금이나 하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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