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뉴스룸>의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앵커브리핑이 대한민국 국회를 매미에 비유했다. 아니, 7년의 인고 끝에 겨우 일주일 힘차게 울고 수명을 다하는 매미에 차마 빗댈 일이 아니라는 의미의 쓴소리였다. 여름이면 찾아오는 매미처럼 사회에 뜨거운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국회발 뉴스에는 누가 무슨 법안을 발의했다는 소식이 쏟아진다. 그러나 그 발의된 법안이 처리되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울고만 가는 매미와 발의만 하고 마는 국회가 그러고 보면 비슷한 부분이 없지 않다.

일하지 않는 국회에 쌓인 법안이 1만여 건을 넘긴 상황에서 매미라고 불린들, 메뚜기라고 불린들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올봄 뜨거웠던 미세먼지 문제부터 지금 당장 모든 국민들을 괴롭히고 있는 폭염과 누진세 문제 등등 국회가 해결한 것은 없다. 그러는 와중에 쌓인 법안들은 성벽을 이루고 있고, 국회의원들은 높은 세비를 낭비하며 농성을 하고 있다.

[앵커브리핑] '매미의 시간은 길지 않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그렇게 일하지 않고 게으른 국회가 매우 신속하고, 단결이 잘되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그것은 세비를 올리거나 국회의원의 특권을 늘리는 일이다. 작년 말 국회는 국회의원 보좌관 증원 법안을 전광석화로 해치웠다. 그것도 모자라 세비 인상도 슬쩍 끼워 넣기까지 했다.

국회의 후안무치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정원 등 정부기관의 특활비에는 그토록 정의감 넘치는 비판을 쏟아놓고는, 정작 국회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특활비는 개선도 공개도 하지 않겠다고 생떼를 부린다. 이미 시민단체에서 대법원 판결까지 받아서 더 이상의 소송이 무의미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같은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소송비 역시 국민 혈세를 쓰게 된다. 만약 국회의원들에게 사비로 소송비용을 충당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이처럼 무의미한 소송을 반복할지는 의문이다.

그것뿐이 아니다. 심심찮게 논란이 되는 국회의원들의 외유성 출장. 그것도 피감기관의 돈을 받는 해외여행이 문제다. JTBC 보도에 따르면 2013년 이후 2018년 3월까지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 돈으로 해외를 다녀온 국회의원은 49명이다. 그들을 위한 비용으로 코이카가 지불한 돈은 12억 원이나 된다.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그중 17명이 해외를 다녀왔다고 한다. 거기에 문희상 국회의장도 포함되어 있다는 소식은 진작에 전해졌었다.

김영란법 위반 논란 일자…해외출장 예산, 아예 국회로?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이 문제를 확인한 국민권익위원회가 해당 의원들의 명단을 밝히지 않는 것도 국회 눈치 보기라는 지적이다. 문제가 됐다면 일단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상식이다. 국민을 두려워한다면 하지 않는 척이라도 할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 기상천외한 발상은 상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국회는 코이카 예산을 쓰지 않겠다는 결의는 고사하고, 코이카 관련 예산 일부를 국회로 가져오자는 논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기가 차고, 넋이 빠지게 된다. 남의 지갑에서 돈을 꺼내면 도둑질이고, 지갑을 통째로 가져가면 아니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편으로는 국회의원들의 해외 출장을 사전에 심사하는 위원회를 만든다고는 하지만 국회가 스스로 자신에게 엄격할 거라 믿기를 바란다면 속한 말로 도둑놈 심보에 불과하다. 문희장 국회의장은 적폐 피로감을 언급하면서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걱정이라고 했다. 이런 국회가 진정으로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알기나 할까?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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