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상영작 <주피터스 문>(2017)은 시리아 난민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다. 시리아에서 벌어진 내전 때문에 아버지와 함께 도망치듯이 헝가리 국경을 넘은 아리안(솜버 예거)은 국경수비대 경찰 라슬로(기오르기 세르하미)의 총에 맞는다. 그런데 총에 맞은 이후 아리안에게 믿지 못할 기적이 일어난다.

영화 <주피터스 문> 스틸 이미지

아리안이 중력을 거슬러 하늘을 나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는 것을 간파한 의사 스턴(메랍 니니트쩨)은 아리안을 도와주는 척 그에게 접근하며 자신의 돈벌이에 이용하고자 한다. 한때 저명한 의사였지만 의료사고로 모든 것을 잃은 스턴은 자신의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돈이 필요했고, 아리안은 국경을 넘는 도중 헤어진 아버지를 찾고 싶을 뿐이다. 순탄하게 진행되는가 싶었던 스턴과 아리안의 협업은 아리안의 뒤를 쫓는 라슬로와 경찰들에 의해 위기를 맞는다.

<주피터스 문>은 현재 유럽 사회를 뒤흔드는 난민문제를 판타지적 우화로 그린 영리한 작품이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논쟁적이고 민감한 사안을 다루고 있지만 사실적, 교훈적으로 풀어내기보다 어쩌면 가장 영화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 허구와 상상력을 끌어들인다.

영화 <주피터스 문> 스틸 이미지

유럽을 넘어 전 세계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한 난민 문제를 다소 나이브하게 다루었다는 점에 있어서 <주피터스 문>은 비판받을 여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주피터스 문>은 현재 헝가리, 유럽에서 벌어지는 난민과 관련된 논란거리들을 마냥 묵과하지 않는다. 다만, 픽션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서 자신이 지금 가장 잘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과 연출 방식으로 동시대의 헝가리(동유럽)를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헝가리는 과거 소비에트 연합(소련) 영향권에 있었던 사회주의 국가였다. 하지만 80년대 말 소련의 붕괴 및 사회주의 체제 몰락 이후 급속도로 자본화된 헝가리에는 돈이면 무엇이든지 해결되는 물질만능주의가 횡행하게 된다. 신분 복귀를 위해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는 부패한 의사 스턴은 돈의 노예로 전락한 피폐한 인간의 내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영화 <주피터스 문> 스틸 이미지

빠른 시일에 돈을 벌어 자신의 명예를 회복해야겠다는 욕망이 가득한 스턴은 수용소에 갇힌 난민들을 뒷돈 받고 빼주고, 아리안의 탈출을 돕는 등 어떻게 보면 반국가적인 행위를 거리낌 없이 행한다. 반면, 스턴과 대척되는 지점에서 아리안의 체포에 열을 올리는 라슬로는 돈보다 명예, 국가와 전체의 안전과 이익을 우선시하는 전체주의적 인물이다. 라슬로가 난민들을 경계하고 아리안의 뒤를 쫓는 것은 그들이 헝가리 시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기 때문이고, 실제 라슬로가 그토록 염려하고 두려워하던 일이 일어났다.

하지만 아리안이 처한 상황만 놓고 보면, 아버지를 따라 헝가리 국경을 넘었을 뿐이고, 살아서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는 열망이 그를 특별한 능력의 소유자로 이끌었다. 여기에 헝가리 사람들 대다수가 믿는 종교를 믿지 않는 무신론자 스턴은 이슬람 신자일 가능성이 높은(영화에서 아리안의 종교는 명확히 나오지 않다) 아리안을 데리고 기독교적 믿음이 확실한 환자들에게 놀라운 기적 쇼를 선보인다. 그리고 아리안이 행한 기적은 돈과 자신의 안위 밖에 몰랐던 스턴의 이기적인 면모를 서서히 변화시킨다.

영화 <주피터스 문> 스틸 이미지

유럽의 골칫덩이로 전락한 이슬람 난민의 일원이었던 아리안은 성경 속 예수, 천사나 가능할 것 같은 비범한 능력을 보여야 비로소 많은 사람들이 우러러보고 경외시하는 존재로 부상한다. 허나, 중력을 거스른 신성한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한들, 땅에 내려오는 순간 난민 출신 유력 테러용의자일 뿐인 아리안이 진정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물음표로 끝난 영화의 질문은 지금 이 순간도 우리를 짓누르고 고민하게 만든다.

난민 문제를 다룬 영화로 주목받긴 했지만, <주피터스 문>은 소재와 주제 못지않게 핸드헬드가 두드러지는 유려하고도 속도감 넘치는 카메라 워크와 아리안의 공중부양, 카체이싱 등 압도적인 시각적 효과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신과함께-인과 연>, <미션 임파셔블: 폴아웃> 등 대작 블록버스터 홍수 속에서 SF 판타지 아트버스터를 표방한 <주피터스 문>이 한국 관객들에게 어떤 반응을 얻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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