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한지민, 장나라만큼이나 현실 와이프 <아는 와이프> (8월 1~2일 방송)

tvN 새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

tvN <아는 와이프> 첫 회가 방송됐을 때, KBS <고백부부>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로의 생활에 지친 현실적인 부부, 과거로 간 남편, 그곳에서 만난 첫사랑 등 유사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회에서 아예 지금의 아내가 첫사랑으로 바뀌면서 <고백부부>와 유사하다는 혹평은 사라졌다.

그리고 남은 건, <고백부부>의 장나라만큼이나 현실 와이프의 모습을 보여준 한지민이다. 그동안 청순하거나 맑은 캐릭터 위주로 연기했던 한지민이 아이 둘 키우는 워킹맘이라니. 선뜻 상상이 가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 새벽 내내 울어대는 아기를 잠결에 토닥이는 손길, 집 떠나라 우는 아이 소리에도 꿈쩍 않는 남편을 차버리는 발길, 새벽보다 더 정신없이 두 아이의 어린이집 가방을 챙기고 아이 옷을 입히는 아침. 귀에 꽂히는 대사는 없었지만 눈을 사로잡는 디테일한 묘사가 이어졌고, 그 중심에는 한지민이 있었다. <아는 와이프>의 강렬한 첫인상을 결정지은 10분이었다.

tvN 새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

피부관리숍에서 일하지만 정작 본인은 화장할 시간도 없어 맨얼굴로 다니고, 손님에게 화장품 소개를 하다가 “영업하느냐? 하긴 월급만으로 살긴 힘들겠다”는 무시와 비아냥을 듣는 일상을, 한지민은 온몸으로 보여준다. 겨우 아이를 재우고 나와 전쟁터 같은 거실을 한 번 쳐다보면서 집을 정리하는 순간, 한지민이 내쉰 짧은 한숨은 워킹맘의 고단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헝클어진 머리부터 동동거리는 두 발까지, 아이를 둔 엄마 시청자라면 자신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을 것이다.

“차가 밀려서 택시타고 가다 내려서 구두 벗고 뛰었어, 미친년마냥. 어린이집에선 선생님이 죽어라 전화 해대지, 넌 죽어라 안 받아 처먹지. 손님들은 벌써 들이닥쳤지. 대체 나더러 어쩌라고? 쟤들은 나 혼자 낳았어? 왜 나만 혼자 독박 써야 되는 건데 왜에에”라는 입에 착 달라붙는 속사포 대사를 하면서, 남편에게 다트 던지듯이 꽃게 다리를 던지는 한지민의 모습은 마치 애 둘 낳은 엄마 역을 10년 이상 소화한 베테랑처럼 보였다.

tvN 새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

과거에서는 대학생 오빠에게 당당하게 대시하는 여고생이었다. “똘끼 충만한 고백”이라며 주혁(지성)이 헛웃음을 짓자 우진(한지민)은 “귀여워 죽겠어요? 그럼 귀여워해요. 내가 허락할게. 난 쌤이 머리를 이렇게 막 쓰다듬으면 행복해지던데. 아무래도 성감대는 여기 정수리인가 봐요”라며 대학생 주혁을 들었다 놨다 했다. 발랄한 여고생부터 현실 와이프까지, <아는 와이프>의 1~2회는 한지민이 다 했다.

이 주의 Worst: 초심 찾을 사람은 식당 주인 아닌 제작진! <골목식당> (8월 3일 방송)

죽어가는 골목을 살린다. 올해 초 시작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의 기획 의도다. 이제 와서 굳이 기획 의도를 다시 곱씹어보는 건, 최근 <골목식당>을 보면 ‘상권 살리기’가 아니라 단순히 창업을 돕는 솔루션 프로그램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

방송 초반 백종원은 식당의 맛이나 청결상태뿐 아니라, 골목 상권 그 자체를 분석해서 원인을 찾아냈다. 맛이 없는 식당도 있지만, 맛이 있음에도 손님이 없는 식당도 있었기 때문이다. 식당의 위치라든지, 상권 손님 특성에 맞는 메뉴 개발이라든지, 다각도로 해결책을 찾았다.

그러나 최근의 <골목식당>은 기본기조차 되어 있지 않은 식당이 수두룩하고, 백종원과의 갈등을 조성하며 시청률을 끌어올리려는 악마의 시도도 엿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3일 방송된 <골목식당>의 돈말이버섯과 제육밥튀김은 백종원, 조보아, 김성주가 모두 먹다가 뱉을 정도로 최악의 맛이었다.

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

돈말이버섯은 버섯이 익으면서 수분이 빠져나와 그릇이 ‘한강’이 되어 있었고, 제육밥튀김은 고추장과 튀김옷이 섞이면서 오묘한 맛이 나서 도저히 삼키기 힘든 맛이었다. “이걸 누가 사먹어요”, “통으로 먹으면 골때린다”, “버섯이 씹히는 게 거북하다”는 혹평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인천 백종원’이라 불린 덴돈집을 제외하고는, 백종원이 맛 코치를 해주기에 급급했다. ‘골목상권’을 분석할 시간적 여유는 당연히 없었다.

게다가 ‘골목상권’의 취지와 맞지 않는 연예인 창업도 계속 이어나갔다. 그나마 초반에 푸드트럭에 도전했던 차오루는 이것을 해야만 하는 절박한 이유를 설명하기라도 했지, 최근 창업한 연예인들은 그냥 당연한 듯이 식당을 열고 백종원의 도움을 받았다. 생존이 달린 골목식당들과 연예인 식당 창업은 출발선이 다른데, 이걸 같은 선상에 놓고 보는 것이 맞는 건지 의문이다. 연예인 식당 개업 자체를 지적하는 건 아니다. 최소한, 골목상권 살리기라는 초심은 잃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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