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 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의 '010 번호 통합' 정책이 점차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방통위 상임위원은 지난 20일 티타임을 갖고 '010 번호 통합'과 관련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방통위원들은 3가지 안을 가지고 토론한 후, 이 중 한 가지 안을 빠르면 오는 31일, 늦어도 오는 9월 의결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010 번호 통합' 정책은 지난 2004년 정보통신부에서 3G는 010으로만 가입할 수 있도록 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통신 시장에서 SK텔레콤의 '011'이 휴대폰의 대표 브랜드화 되자, 국가의 자산인 통신식별번호가 특정 기업의 브랜드화 되는 것을 막아 보자는 취지였다. 정통부는 소비자 편리성을 내세워, 모든 이통사들의 번호를 010으로 통합, 이동전화 가입자끼리 010 식별번호를 누르지 않고 8자리 전화번호만으로 통화할 수 있도록 하는 '010번호 통합' 정책을 펴 왔다. 이 때문에 올 7월 말 현재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의 83%에 달하는 4135만여 명이 010 번호, 약 800만 명 이상이 01X(011,016,017,018,019) 번호를 사용하고 있다.

방통위가 현재 고민 중인 안은 ▲010 번호 통합 비율이 일정정도 되는 시점에 일괄적으로 통합하는 제 1안 ▲ 이통사들이 2G서비스를 모두 종료하는 시점에 통합하는 제 2안 ▲2G 종료를 기준으로 3년간 01X번호도 3G로 이동할 수 있고, 01X 이용자가 3G로 이동한 경우 3년 이내 반드시 010으로 번호를 변경하도록 하는 제 3안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위원을 제외하면 제 3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3안의 경우, 01X번호 가입자가 3G로의 이동 할 때 사업자별로 자사의 이용자에 대해서만 허용하되 3G로 이동된 01X번호는 2G 또는 타사 3G로의 재이동을 금지하고, '01X번호 표시 서비스'는 2G 종료를 기준으로 3년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01X번호 표시 서비스'란 01X 가입자가 3G로 이동할 때 번호는 010을 가지고 있지만 전화를 걸고 받을 때는 모두 01X로 표시되는 것을 말한다.

3안이 채택될 경우, 대략 2020년까지 010번호 통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3안은 2G 종료시점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 현재 2G의 종료시점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KT 2011년 6월 경, LG U+ 2015년 이후, SKT는 2018년 전후로 내다보고 있다. SKT가 2018년 2G를 종료했을 경우, 2020년 010통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가 이처럼 01X 번호를 3G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010 번호 통합’ 정책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최근 이용경(창조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01X 가입자의 3G 가입허용 법안'도 일정정도 수용한 동시에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도 배려하는 차원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시장에서 01X 가입자의 쏠림현상을 방지할 수 있고, 3G 전환을 촉진 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더해진다.

업계에서는 나름 절충안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그동안 01X의 3G 한시 허용을 주장했던 KT의 경우 "현재의 상황에서 01X 이용자들의 요구를 일정정도 받아들였고, 010통합 정책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또 01X 번호표시 서비스 허용을 주장한 SKT도 일정정도 조율을 했다는 분위기이지만 여전히 불만은 남아 있다. KT가 내년 6월 이후 2G망을 철거하는 것을 고려한 결정이 아니냐는 시선이다.

시민단체도 방통위의 이 같은 흐름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서민기 ‘010번호통합반대운동본부’대표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스마트폰을 쓸 때도 지금의 내 번호를 쓰는 것"이라며 "방통위가 2G종료 기준 3년 뒤라는 단서를 붙였지만 이는 여전히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는 것이고, 그 때 되면 또 논란이 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지나치게 KT의 입장을 고려했다는 시선에 대해선 “2G 종료 기준 3년간 01X의 3G가입을 허용한 것은 소비자 편의성 때문”이라며 “또한 010 번호 통합의 정책적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지 KT의 입장을 고려해서 나온 방안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업자간의 이해관계, 소비자와 사업자간의 이견으로 인해 '010통합'과 관련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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