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주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봉한 지 하루 만에 역대 오프닝 스코어 1위(124만 관객,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를 기록한 <신과 함께-인과 연>(이하 <신과 함께2>)는 올여름 한국영화 빅4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기대작 중 하나였던 <인랑>의 예상치 못한 부진의 충격 속에서도 극장가 역대 오프닝 스코어를 갈아치운 <신과 함께2> 위력은 대단했다. 시작부터 호조를 보인 <신과 함께2>가 과연 한국영화 역대 흥행 순위 2위를 기록한 전작 <신과 함께-죄와 벌>(이하 <신과 함께>)의 최종 관객수(1,441만 관객,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럼 애초 잘될 놈(?) <신과 함께2>는 어떤 영화일까. 사실 지난겨울 <신과 함께> 개봉 전만 해도 기대보다 우려스런 시선들이 많았다. 원작인 동명 웹툰의 방대한 서사와 스케일을 단 2편의 영화로 어떻게 압축시킬 건지도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원작에서는 평범한 소시민이었던 망자 김자홍이 영화에서 소방관으로 분한 설정부터가 자칫 신파로 빠지지 않을까 염려스럽단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 스틸 이미지

실제로 베일을 벗은 <신과 함께>는 그간 한국영화에서 흔히 봐왔던 신파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대작이었다. <신과 함께> 1,2부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이 이끄는 덱스터 스튜디오의 VFX(특수영상 시각효과) 기술을 총망라한 화려한 볼거리가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했지만, <신과 함께>가 숱한 우려를 딛고 역대 한국영화 2위 관객수를 기록할 수 있었던 힘은 한국형 신파에 있다는 분석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에 비해 <신과 함께2>는 전작에서 두드려졌던 신파를 줄이고, ‘인과 연’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천년 이상 이어진 등장인물들 간 관계 설정에 많은 공을 들였다. 천년 동안 48명의 귀인을 환생시킨 저승 삼차사 강림(하정우), 해원맥(주지훈), 덕춘(김향기)은 모두 천년 전 남다른 인연을 맺었고, 이중 한 명은 자신이 지은 죄 때문에 천년 이상 괴로움에 시달려야 했다. 원작에는 등장하지만, 영화에서는 빠진 변호사 역할까지 도맡아서 하는 강림이 차사직까지 걸며 억울하게 죽은 원귀 김수홍(김동욱)을 두둔하는 이유 또한 남모를 사연이 숨겨져 있었다.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 스틸 이미지

강림, 해원맥, 덕춘 그리고 천년 전 이들을 저승으로 인도한 차사였던 성주신(마동석), 염라대왕(이정재)으로 이어지는 질긴 인연은 촘촘하고도 설득력 있게 짜여 있다. 예상 외로 정교한 인물 관계도 덕분에 죽어보지 않는 이상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말이 안 되는 설정임에도 몰입이 가능하다. 결국 <신과 함께2>가 천년을 거슬러 올라간 주요 캐릭터들의 인연을 내세우며 전달하고 싶은 주제는 ‘용서’인 듯하다.

고려시대 대표적 무관 귀족 자제로 태어난 강림이 천년이 지나도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것은 강림의 아버지(김명곤)가 거두어들인 동생에 대한 열등감과 두려움 때문이었다. 강림의 아버지가 거란족과의 전쟁터에서 데리고 온 동생은 고려인들이 오랑캐로 취급하던 거란족이었지만 두뇌, 지략, 체력, 무술 모든 면에서 강림보다 빼어났고 성품 또한 뛰어났다. 동생에 대한 과도한 견제와 질투, 어리석음이 빚은 강림의 잘못은 오랫동안 그를 괴롭혀왔고, 천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당사자들에게 진심어린 용서를 구할 용기를 얻는다.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 스틸 이미지

비로소 자신이 폐를 끼친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위기에서 벗어난 강림을 두고 일종의 ‘구원’이라 볼 수도 있지만, <신과 함께2>에서 차사를 포함한 모든 망자들을 심판하는 염라대왕은 단순한 반성만으로 인간의 죄를 용서해주지 않는다. 악연의 고리를 쥔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어린 참회가 이어져야 자신이 지은 잘못에서 자유로워진다. 사실 불교에서는 죄의 고정된 실체는 없다고 한다. 다만, 죄의식만 있을 뿐이다. 물론, 죄의식에서 벗어나려면 피해 당사자에 대한 사죄와 참회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어쩌면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죄와 벌’, ‘인과 연’으로 나누어 제작한 <신과 함께>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신과 함께2>에 집중된 게 아닐까 싶다. 염라대왕의 특권으로 천년동안 저승차사직을 성실히 수행했지만, 과거의 고통에서 한 치도 자유로울 수 없는 강림을 보니 인생을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 스틸 이미지

하지만 살다보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선업도 짓고 악업도 짓는 법. 나쁜 상황만 있을 뿐 나쁜 인간은 애초 없다는 성주신의 말처럼 <신과 함께2>는 생로병사, 탐욕, 성냄, 어리석음에서 한 치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의 삶을 긍정하고 그 속에서 희로애락을 찾고자 한다. 관객들의 눈물을 쥐어짜는 신파가 대폭 줄어든 대신, 천년을 거스른 인물들 간의 인연을 부각시킨 <신과 함께2>가 한국형 판타지 블록버스터의 새 역사를 쓸 수 있을지는 관객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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