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여전히 쓸쓸하고, ‘문화’는 위태롭다. 문화전당이 들어서는 옛 전남도청 별관 건물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는다. 얼마 전 옛 전남도청 별관 건물에 대한 부분 보존안이 발표됐다.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고, 지금 서로가 서로의 눈치를 보고 있는 형국이다.

보존안이 무겁다. 전체 54미터에 이르는 별관 건물 가운데 왼쪽 24미터를 철거한다. 남은 30미터 부분만의 보존이다. 같은 상황인데, 입장에 따라 해석이 다르다. 아시아문화도시추진단(이하 추진단)은 30미터 ‘보존’에 의미를 뒀다. 반면 오월단체들은 24미터 ‘철거’에 강한 방점을 찍었다. 아직은 눈치만 볼 뿐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폭풍 직전의 고요다. 언제 어떻게 판이 돌아갈지 알 수 없다.

▲ 문화체육관광부 이병훈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 추진단 사무실에서 옛 전남도청 별관 보존방식을 발표하고 있다. 추진단은 54미터에 이르는 별관 건물 가운데 왼쪽 24미터를 철거하고 30미터 부분만 보존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24미터 철거, 30미터 보존

사실 갈등을 완전 봉합할 답안이 하나 있었다. 긴 ‘철거논란’이 끝나고, 지난해 9월 ‘10인대책위’와 문광부는 부분보존 방식에 합의했다. 그 때 지역의 시민사회와 ‘10인대책위’는 별관에 통로를 뚫어 문화전당 입구를 만드는 ‘게이트안’을 내밀었다. 만약 이것이 채택됐다면 어땠을까?

불행하게도 광주는 운이 없었다. 전문 기관에 의뢰한 정밀구조안전진단 결과가 작은 가능성마저 놓게 만들었다. 별관은 노후가 심해 구조안전상 최하위 등급인 E등급을 받았다. 가장 중요한 안전에 문제가 있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게이트안’으로 실행할 경우 별관은 붕괴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오랫동안 도청별관 앞에서 그 공간을 지키기 위해 천막을 쳤던 사람들에게는 아주 무거운 형벌 같은 결정이 나왔다. 30미터 보존안이 채택된 것이다. 나머지 부분인 도청 본관부터 별관 사이에 위치한 24m는 철거한다. 그 공간에는 문화전당 입구가 만들어진다. 10명이 참석한 문화전당 설계자문위원회서 9명은 이 부분 보존안에 찬성했다. 반대는 1명뿐이었다.

▲ 문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이 발표한 문화전당 내 옛 도청 별관 부분 보존 수정안 조감도. ⓒ광주드림

격한 반응, ‘답’은 있는가?

부분 보존안이 발표되던 날, 기자회견장의 분위기는 많이 무거웠다. 서로가 서로에게 날선 협박의 언어를 던졌다. 오월부장자회 권 모 씨는 “별관보다 더 오래된 건물도 구조적으로 아무 이상이 없는데 별관만 문제가 있다는 추진단의 안전진단 결과 발표를 믿을 수 없다. 별관이 정말로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추진단이 의도적으로 건물이 취약하다고 몰아가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조금 더 과격한 감정을 실어 “차라리 별관 전부를 밀어버리라”고 말하는 오월단체 인사도 있었다. 오월단체에게 별관을 그냥 건물이 아니다. 그곳은 역사의 산물이다. 그들은 도청별관의 일부를 철거하는 것만으로도 별관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의미가 크게 훼손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날선 말들을 가만히 듣고만 있을 추진단도 아니었다. 사실 시간이 많지 않고, 추진단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이병훈 추진단장은 “문화전당 사업 건립비만 7000억 원이 넘는데, 광주 내부에서 자꾸 문제가 생기면 예산을 받아내기가 더 어려워진다. 부분 보존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문화전당 건립 자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차분하게 말을 던졌지만 문장 안에 담긴 의미는 ‘협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상에 쉬운 일이란 없다. 서로의 주장들이 모두 틀리지 않다. 그렇다면 이제 어려운 것들 안에서 어쩔 수 없이 행해야 할 광주의 ‘선택’이 남았다. 그 선택하기까지 고심할 수 있는 시간도 많지 않다. 광주는 지금 선택을 놓고 ‘고민중’이고, 여전히 불안하다. 다만 위안이 되는 것은 시민사회가 논란의 재연보다 갈등의 마무리 쪽에 무게중심을 옮겨놓고 있다는 것 정도다. 광주는 지금 오월과 문화의 ‘부름’에 함께 ‘응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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