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해석으로 구미호에 대한 기대를 부풀리게 하는 '여친구'는 회가 거듭할수록 극의 재미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갈등을 불러올 박동주의 등장은 대웅과 구미호를 위기에 몰아넣으며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한 긍정적인 답을 전할 듯합니다.

이승기와 신민아의 천연덕스러움이 재미있다

구미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대웅은 미호를 유람선에 태운 후 도망칩니다. 그렇게 자신을 물 위에 버린 채 떠나는 대웅을 바라보며 슬프게 우는 미호로 인해 맑은 하늘은 거짓말처럼 '여우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비를 맞으며 대웅은 깨닫게 됩니다.

자신의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미호를 그대로 버려둘 수 없었던 대웅은 선착장으로 향하고 그 사이 여우구슬을 잃고 위기에 처한 미호는 힘이 빠지며 인간의 모습을 잃어가기 시작합니다. 아이에게 자신의 정체를 들켜버린 미호는 화장실로 급하게 숨고 위기 상황에 도착한 대웅에 의해 겨우 벗어나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대웅에 대한 감정이 깊어지기 시작한 미호와 그런 미호를 바라보며, 대웅 역시 이성을 지배하는 감성에 놀라게 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신의 꿈 이야기를 하며 허세 대웅의 모습을 보이는 장면은 재미있었습니다.

"네가 보기에는 고기가 사다 받치고 도망 다니는 것 같이 보이지만 인간 여자들이 보기에는 되게 멋있거든"

으로 시작하는 대웅의 자기자랑에 미호는 "인간 아니라도 너 멋있어"라며 추임새를 넣어줍니다. 칭찬에 흥이 난 대웅은 영화 오디션을 위해 준비한 액션을 선보이며 한껏 고무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런 대웅에 한없이 즐거워하며 대웅의 모든 것을 따라하는 미호의 모습은 누가 봐도 사랑스럽지요.

문제는 담벼락을 걷어차는 것을 흉내 내던 미호는 상상도 하기 힘든 힘으로 무너지기 직전이 되어버리고 손만 살짝 되어도 쓰러질 듯한 담에 다름 아닌 반두홍은 노상방뇨를 하기 시작합니다. 담은 기다렸다는 듯이 무너져 내리고 그는 삽시간에 변강쇠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런 모든 상황을 보고 있었던 대웅은 반감독의 증인되고 배역에 대한 오디션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즐거운 마음에 경찰서를 나서는데 휴지통을 뒤져 뼈다귀를 물고 있는 미호는 좀처럼 버리지 못합니다. 그런 미호를 한 방에 보내는 "소고기 사줄께"는 미호에게 행복함이었습니다.

더러워진 미호의 옷을 보고는 그녀에게 새로운 옷을 사줘야겠다며 나선 쇼핑에서 미호의 매력이 극단적으로 보여 졌습니다. 칫솔질을 가르치는 대웅을 보며 치약을 먹고는 "아~ 맛있다~"라며 웃는 미호는 양치 후 물을 버리지 않고 먹고도 "아~ 맛있다~"를 연발하고 샤워폼도 먹으며 내뱉는 "아~ 맛있다~"는 유행어가 될 것 같습니다.

매력적인 신민아가 엉뚱한 행동을 하며 내뱉는 이 대사는 신민아가 맡은 구미호를 가장 효과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는 단어였지요. 500년 넘게 그림 속에 갇혀 있던 미호가 새로운 세상으로 나와 모든 게 낯선 상황에서 보여줄 수 있는 진솔한 행동과 순수함이 그대로 묻어나니 말이지요.

구미호에게 가장 힘겨운 일은 대웅이 자신의 몸 속에서 구슬을 빼가라는 소리이지요. 구슬을 빼면 자신에게 떠나라고 할 거 같아 말도 하지 못하는 미호는 자신이 좋아하는 고기마저 포기한 채 질문을 회피하기만 합니다. 항상 옆에 붙어 다니던 미호는 구슬이야기가 나올까봐 대웅을 따라 나서지도 않습니다.

대웅을 통해 인간에 대한 호기심이 극대화된 미호는 동주와 만나 심각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인간세상을 동경하는 미호에게 인간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은 철저한 외로움이라 말하는 동주는 여우를 포기하고 인간이 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자신의 피는 여우를 죽일 수 있고 인간이 품고 있는 여우구슬이 100일이 지나면 미호는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에 망설일 수밖에 없는 미호는 힘겨운 선택을 해야만 합니다.

여우인 자신을 버리고 인간이 되고 싶은 미호에게는 대웅밖에는 그 대안이 없습니다. 그렇게 자신이 인간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냐고 물으려는 미호에게 자신의 본심이라며 이제 떠나달라는 대웅의 모습은 미호를 아프게 만듭니다. "호이 한 판 할까"라며 술주정을 하는 대웅과 곁에 있으며 인간이 되고 싶었던 미호는 자신에게서 떠나 달라는 대웅의 술주정을 듣고는 사라져버립니다.

술이 깬 대웅은 습관적으로 미호를 찾지만 이미 사라져 버린 미호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동안 구미호가 사라진 것이 행복함으로 다가오지만 알 수 없는 허전함은 미호를 다시 찾게 만들지요. 인간이 되고자 하는 대웅과 미호가 정말 인간이 될 수 있는지 아니면 대웅은 인간이 되지만 미호는 '인간을 믿지 말라'는 그들만의 격언처럼 인간에 속아 죽어갈지 알 수 없지만 '여친구'는 점점 흥미롭게 진행될 뿐입니다.

이승기가 보여주는 허당 연기는 지금껏 그가 보여준 연기 중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너무 자연스러워 연기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아닌가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항상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었던 신민아 역시 '여친구'를 통해 완벽한 연기 변신을 선보였습니다.

존칭을 못하는 구미호가 하는 반말마저도 사랑스럽게 들리는 이유는 신민아가 가지는 장점이겠지요. 천방지축 세상 물정 모르는 귀한 도련님을 노련하게 연기하는 이승기 역시 어쩌면 자기 안에 그런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천진난만한 표정과 행동을 통해 500년 만에 그림 속에서 나온 엉뚱한 구미호를 완벽하게 소화해냄으로서 신민아로서는 새로운 연기 인생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두 주인공의 천연덕스러운 연기와 함께 최고의 감초 역할을 하고 있는 성동일의 농익은 코믹 연기는 존재만으로도 흥겨움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결코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이야기 전개와 점점 조여 오는 사건들은 그들을 어쩔 수 없는 선택의 순간으로 이끌 수밖에는 없게 합니다. 이런 과정들 모두 자연스럽게 전개되며 단순히 구미호를 차용한 것이 아닌, 구미호 본연의 이야기 구조 속에 새로운 재해석이란 무엇인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여친구'는 새로운 구미호의 시작을 알리고 있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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