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7일 오전 방통위에서 종편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 사용사업 승인 기본계획안을 논의한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신문구독률을 시청점유율로 환산하는 방안이 공개됐다.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미디어다양성위원회(미다위)는 19일 서울 은행연합회관에서 '시청점유율 산정 기준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갖고 신문구독률 환산 기준을 공개했다. 하지만 반응은 차가웠다.

신문의 구독률을 시청점유율로 환산하는 이유는 신문과 방송의 겸영으로 출현할 수 있는 거대 미디어 매체가 여론을 독식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미디어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지난해 7월 22일 개정된 방송법에는 한 방송사의 시청점유율이 30%를 넘을 수 없도록 했으며 신문의 구독률을 시청점유율로 환산하는 방식을 마련, 적용토록 했다. 하지만 문제는 간단치 않다. 과연 어떤 방식으로 신문의 구독률을 시청점유율로 환산할 것이냐는 복잡한 ‘산수’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다위는 이날 복잡한 산수 문제의 해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미다위의 해답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미다위가 내놓은 환산 기준안을 살펴보면, 성욱제 정보통신정책(KISDI) 연구원은 신문의 구독률에 매체교환율 0.49를 곱하고, 여기에 시청점유율 환산율 2.86을 곱해 시청점유율로 환산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매체교환율은 방송과 일간신문의 매체 영향력(여론형성력)차이를 상대적 비율로 나타낸 것으로 이용자의 이용행태와 광고매출 등을 반영해 도출한다.

미다위는 0.49라는 매체교환율을 도출하기 위해 이용자에게 직접 전화를 해, 매체의 이용여부와 이용강도(이용시간), 매체의존도 등을 묻는 이용형태 조사를 진행했다. 또 광고매출은 방통위 방송산업 재산상황공표와 제일기획 광고연감 자료를 이용했다. 미다위는 7월 23일~8월15일까지 전국 16개 시도 19세 이상 2,000명의 성인남녀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2.1%, 신뢰수준 95%) TV매체의 영향력을 1로 놓으면 일간신문의 영향력이 0.49로 계산됐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구독률을 시청점유율로 환산하는 방안은 두 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일간신문구독률’과 ‘매체교환율’을 곱해서 ‘시청률’을 마련한다. 그리고 2단계는 앞 단계에서 나온 ‘시청률’에 ‘시청점유율 환산율’을 곱하면 ‘시청점유율’이 나온다. ‘시청점유율 환산율’은 ‘시청율’을 ‘시청점유율’로 다시 환산하기 위한 계수로 올해 3월 기준. 2.86으로 정해졌다. 이를 그대로 대입하면 만일 A라는 신문 매체의 구독률이 10%이면 여기에 매체교환율 0.49를 곱하고, 또 2.86을 곱하면 시청점유율은 14.01%가 된다.

매체교환율과 시청점유율 환산율은 매 2년마다 산정해 공표키로 했으며 한 사업자가 신문과 방송을 겸영 또는 경영하는 경우 100%를 합산하고 단순히 지분을 소유하는 경우는 소유비율을 곱해 합산키로 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신문구독률을 시청점유율과 환산하는 방안이 선보였지만 이에 대한 평가는 차가웠다. 우선 인터넷, 스마트폰 등으로 미디어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일간 신문과 방송만을 놓고 영향력을 측정하는 것은 문제이며 방송법에 규정된 것이 신문과 방송으로 국한돼 있다는 점 또한 한계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다위도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지적이었다.

또한 문제점은 매체교환율로 확대됐다. 이용자의 이용행태를 전화 설문조사를 통해 조사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해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박지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설문조사가 전화조사이기 때문에 길이가 짧고, 내용이 부실할 우려가 있다"며 "자기 보고식 조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가령 1주일간 하루 평균 신문을 얼마나 읽었는지를 물었을 때 과연 몇 사람이나 정확히 몇 시간을 읽었는지를 답하겠냐는 것이다.

광고매출을 매체 교환율의 근거로 삼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정용국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매체의 영향력에 광고가 포함되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라며 "광고의 구매자는 방송시간과 상품의 특성을 고려해 광고를 구입하는데 이들이 최상의 판단자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라고 꼬집었다.

또 정재욱 변호사도 "매체 여론 지배력을 광고비로 판단하는 것은 오류"라며 "광고주는 시청률을 보고 광고비로 책정하는데, 매체 교환율을 산정하기 위해 다시 광고비 액수를 판단한다면 이는 이중평가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시청점유율 환산안을 근본적으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왔다. 정용국 교수는 "지금의 상황은 종합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문제를 풀다보니까 '도대체 문제를 누가 냈어'라는 질문을 하게 되는 상황"이라며 "시청점유율은 TV를 가지고 평가하는 것이고, 매체이용자를 분모로 놓고 있는 반면 구독률은 신문을 안보는 사람도 들어가 있다. 이 때문에 과연 신문을 안보는 사람은 어떤 여론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지 이해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다위는 이번 공청회 등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시청점유율 환산 기준 등을 포함한 시청점유율 고시안을 9월 중 확정해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방통위는 이를 토대로 10월 중 시청점유율 관련 고시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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