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청문회를 앞두고 터져나오는 각종 의혹들로 기사들이 도배가 되고 있다. 급기야 PD 수첩의 4대강 의혹을 다룬 편이 불방이 되자 기사들은 현 정권에 대한 비판과 성토 일색이다. 하지만 이처럼 정권 비판적 기사들이 넘쳐 남에도 불구하고 기사 안엔 단 한 줄도 '민주 진보 대연합' 같은 것은 없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에 대한 사람들의 '인지'도 없다.

아니 오히려 이렇게 되물을 수도 있다. 인사 청문회와 PD수첩 4대강 편 불방이 도대체 민주 진보 대연합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말이다. 맞다. 이게 현실이다. 현 정권에 대한 '비판'과 '민주 진보 대연합'과는 도무지 '연결'이 되지 않는다. 이 말은 쉽게 얘기해서 '민주 진보 대연합'은 현 정권을 비판하는 '주체'도 되지 못하고, 현 정권 이후의 '대안'도 되지 못하며 심지어는 그 '존재감'조차 없다는 말이다. 한 마디로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그러나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수많은 이들은 이것을 화두로 수없이 많은 말들을 했다. 그리고 그 많은 말들은 대개가 스스로를 민주나 진보라고 생각하는 정치 세력들을 향해 평범한 국민들이 외친 것이었다. 서로 힘을 합치면 표를 줄테니 제발 좀 연대하라고 말이다. 제발 좀 차기에 '권력을 잡으라고' 애원(?)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그저 '선거 연합'을 했을 뿐이고 그마저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리고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 '민주 진보 대연합'이란 단어 자체가 증발해 버린 것이다.

물론 무언가를 하고 있을 수도 있고, 고민 중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표를 줄‘ 사람의 사정이지 '표를 받을' 사람 사정이 아니다. 따라서 표를 '줄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민주 진보 대연합의 유효기간은 이미 끝났다고 할 수 있다. 이제부터 민주 진보 대연합은 그저 선거 기간에 내 거는 '슬로건'이나 '전략' 혹은 상황 논리에 근거한 전술 정도로 각인 되어진 채 다음 선거 때 딱 그 정도로만 활용이 되어질 것이다.

누군가는 '거 봐라, 안 된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할 수 있고, 누군가는 '그러니 좀 더 근본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걸 알아야 한다. '유효 기간'이 끝나면 그 논의 자체가 '폐기' 되어진다는 걸 말이다. 그리고 논의가 폐기 되어진다는 건 그 논의에 포함되어지는 당사자들도 해당 논의의 개념 상에서는-그러니까 ‘대안’ 혹은 ‘희망’이라는 존재로서는 '폐기'되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폐기되어져 존재감 자체를 상실한 상태. 그것이 현재 우리나라 '민주' '진보' 정치 세력의 모습이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건 민주주의 회복이나 정의 구현을 해나갈 ‘몫’이 아니라 오로지 자기 자신의 생존을 위한 무한 경쟁이다. 심지어 그것에 대한 사람들의 안타까움 마저도 거세된 채로 말이다. 그것이 가장 안타까운 점이다. 거세 된 ‘희망’에 대해 안타까움마저도 거세되었다는 것이….

EBS <지식채널e> 전 담당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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