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한해를 마감하는 12월 미디어진상에 동아일보와 지상파 방송3사가 선정됐다. ‘이달의 미디어진상’이 공동수상의 영예(?)를 안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말 방송사들이 주최하는 각종 시상식에서 공동수상이 유행이던데, <미디어스>도 이런 흐름에 잠깐 동참했다.

지난 9월에는 신정아씨 ‘누드사진’을 게재한 문화일보가 <미디어스>가 정한 ‘이달의 미디어진상’에 선정됐고, 10월에는 옥소리씨 이혼 소식을 ‘수준 낮게’ 다룬 스포츠조선이 선정됐다. 그리고 11월에는 언론이 아닌 한나라당이 미디어진상에 선정돼 언론계 안팎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 동아일보 2007년 12월19일자 사설.
동아일보·지상파 방송3사 ‘진상’ 두고 치열한 경쟁 벌여

동아일보와 방송3사가 12월의 미디어진상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거라는 건 일정부분 예견된 일이었다. 다만 공동수상의 영예(?)를 안을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다. 12월 미디어진상의 수상자 선정을 두고 <미디어스>는 내부적으로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동아일보의 경우 이번 17대 대선 당일 보여준 이른바 ‘뻘 짓’으로 인해 미디어진상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 동아일보 2008년 1월1일자 사설.
동아일보는 17대 대선 투표 당일 대다수 신문이 지난 2002년 대선 이후 사용하지 않던 ‘심판의 날’이라는 표현을 사설에서 버젓이 사용해 언론계 비웃음(?)을 자초했다. 보수 경쟁매체인 조선과 중앙이 ‘대선 이후 한국 사회의 분열상’을 고민하는 것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동아의 이 같은 언어구사는 언론계의 품격을 저하시키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상의 특정 후보를 지지한 것이나 다름없는 동아의 이날(12월19일) 사설은 2008년 1월1일자 사설 <‘선진 한국’의 새날이 밝았다>에서 ‘커밍아웃’ 하기에 이른다. 대선 당일 <심판의 날, 미래에 투자하는 날>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보낸 데 이어 새해 사설 제목으로 <‘선진 한국’의 새날이 밝았다>를 게재하는 동아의 센스! 차라리 ‘노무현 정권 심판하자’와 ‘이명박 정권의 새날이 밝았다’라고 하는 게 훨씬 솔직하고 깔끔했다는 것이 <미디어스>의 판단이다. 에둘러 표현하지 말고.

동아의 모습은 마치 뭐라고 할까. 둘이 사귀는 거 다 알고 있는데 사람들 앞에서 극구 부인하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그거 오래하는 거 별로 좋은 모습 아니다.

‘명비어천가’ 때문에 다크호스로 떠오른 방송사

지난해 12월18일까지 나름대로 ‘상식과 이성’의 지대에 머물러 있던 방송3사가 갑자기 이성을 상실한 것은 다음날인 12월19일이었다. 개표율 6%를 막 넘긴 시점에서 당일 저녁 8시5분에 이명박 후보의 당선 확정을 방송에 내보낸 SBS를 비롯해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이 ‘정말로’ 확정된 직후 방송사들이 보인 행태는 이들이 저널리즘의 영역에 있는 언론사인지 연예기획사에 소속된 연예인·연기자들인지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 2007년 12월19일 특집 SBS <8뉴스> 이명박 당선자 확정 화면.
일각에서 대선 개표방송이 아니라 KBS <열린음악회>의 ‘다른 버전’이라고 비아냥거렸던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한 보수신문의 사회부문 에디터가 <방송사의 동료기자들께>라는 칼럼까지 실으면서 방송사들의 이 같은 행태를 비난했겠는가. 그 칼럼이 담고 있는 내용의 적합성은 논외로 치더라도 대선 투표 당일 방송사들이 보여준 행태는 조롱받아 마땅했다.

2007년 12월 미디어진상이 공동수상으로 결정된 데는 이런 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정권 교체 때마다 벌어지는 희극’을 보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고, 투표 당일까지 ‘뻘 짓’을 하고 있는 보수신문의 행태를 보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었다.

<미디어스>는 그 우스움과 안타까움 사이에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공동수상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동아일보와 방송3사. 이런 <미디어스>의 고민을 알기는 알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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