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화’를 했다는 MBC지만 정작 시청자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뉴스데스크>가 16일 변화를 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앵커진을 교체한 부분이다. 박성호·손정은 앵커는 <뉴스데스크>의 부활을 위해 기용됐지만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자리를 내주게 됐다. 두 사람의 후임으로 왕종명·이재은 앵커가 16일부터 선을 보였다.

앵커진의 변화와 함께 <뉴스데스크>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하나 더 있었다. 형식의 변화이다. 뉴스 스튜디오가 아닌 보도국에서 두 앵커가 헤드라인을 정리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그런 변화 속에 더 눈에 확 띄는 것이 있었다.

MBC <뉴스데스크> 보도 화면 갈무리

‘마이 리틀 뉴스데스크’라는 명칭으로 진행되는 코너다. 줄여서 ‘마리뉴’라고 부르는 이 코너는 이름이 귀에 익다. 과거 지상파가 1인 방송의 형식과 내용을 도입한 포맷으로 꽤나 높은 인기와 관심을 얻었던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 즉 마리텔의 패러디인 것이다.

해당 코너는 MBC의 김경호·임경아 두 기자가 매일 5시에 온라인 방송을 통해 <뉴스데스크>에 보도될 기사 내용들을 미리 시청자와 공유한다. 그 과정을 통해 다섯 개 정도의 뉴스에 대해 시청자 투표를 통해 순위를 결정하고, 그것을 본방송인 <뉴스데스크> 코너에 반영하는 형식을 보이고 있다.

어차피 뉴스는 방송사와 다른 매체들에 의해서 종일 반복된다. 그럴 것이라면 좀 더 재미있고, 친숙하게 뉴스를 전달하고 또 설명한다는 발상 자체는 나쁘지 않다. 다만, 이 코너가 다루는 뉴스가 <뉴스데스크>의 맛보기로 작동해서 본방송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수도 있겠지만, 거꾸로 김 빼기가 될 가능성도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현재로서는 전자에 조금은 더 기대를 걸어도 좋아 보인다.

7월 17일 [마이 리틀 뉴스데스크] 시청자가 뽑은 오늘의 뉴스는? (화면 갈무리)

사실 그보다 ‘마리뉴’가 중점을 두는 콘텐츠는 뉴스에 대한 사전 설명이다. 예컨대, 17일 대부분의 저녁뉴스들이 다룬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고, 친숙한 모습으로 내용을 전달하고자 한 부분 등이다. 그리고 온라인 방송답게 시청자들의 채팅 내용을 순발력 있게 반영하는 모습도 ‘뉴스’ 프로그램에서는 볼 수 없었던 마리텔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덕분이다.

‘마리텔’의 형식을 가져온 만큼 ‘마리뉴’에는 예능적 요소를 듬뿍 담고 있다.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도 포털에 마리뉴를 검색하면 진행하는 임경아 기자의 이름이 연관검색어로 함께 등장하고 있다. 나름대로 관심 끌기에는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아직 어떤 평가도 시기상조인 것은 분명하다.

평가하기 이른 부분도 있지만, ‘마리뉴’를 뉴스로 받아들이기 주저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다. 이미 너무도 익숙한 ‘마리텔’의 예능 색깔을 입힌 ‘마리뉴’이기 때문이다. 뉴스의 형식에 대해서 보수적 측면이 강한 시청자들이 ‘마리뉴’를 비롯한 <뉴스데스크>의 젊은 변화에 대해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궁금하다.

그런 한편, 예능의 형식을 빌려서라도 시청자의 관심을 받고 싶다는 <뉴스데스크>의 절박한 심정이 엿보이기도 한다. 처음 박성호·손정은 앵커가 돌아온 ‘뉴스데스크’에 선을 보였을 때의 뜨거운 반응은 현재 왕종명·이재은 새 앵커의 등장에는 없다. 그만큼 <뉴스데스크>에 대한 시청자 관심이 낮다는 것이다. 그 원인은 무조건 MBC에 있고, <뉴스데스크>에 있다. “지난 5년 동안 뉴스의 반성과 각오로 시작하려 합니다”라고 했던 박성호 앵커의 말이 성실히 지켜졌는지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이자 평가는 시청률에 담겨 있다.

2017년 12월 26일 MBC <뉴스데스크> 방송 화면 갈무리

현재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은 매우 저조하다. 과거 김장겸 사장 시절과 비슷하다. 그러나 한 때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이 5%에 근접할 때도 없지 않았다. <뉴스데스크>의 ‘정상화’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없지는 않았다는 건 틀림없다. 그 기대와 관심을 식게 한 이유는 ‘돌아온 마봉춘’에 대한 기대심리를 충족시키지 못한 데 있다. 그것은 ‘마리뉴’ 같은 형식의 문제는 아니었다.

사실 뉴스의 형식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뉴스 역시 콘텐츠가 중요하다. 약속했던 공정 보도의 실천 문제이다. MBC는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지만 시청자들은 그렇지 않다는 평가이다. MBC ‘정상화’ 이후 자주 보였던 ‘마봉춘’이라는 애칭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 형식의 파괴, 뉴스의 예능화 등으로 돌아선 뉴스 소비자들의 관심을 되돌릴 수 있을까?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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