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에 500년 이상 갇혀 살았던 구미호를 깨운 대웅과 계곡으로 굴러 죽음 직전까지 몰렸던 그를 여우구슬을 사용해 살려낸 구미호의 운명은 그렇게 끈끈하게 엮이게 되었습니다. 믿을 수 없는 현실이 믿어야만 하는 현실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그들은 자신 앞에 놓인 운명을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캐릭터의 힘 재미를 이끈다

이승기가 버라이어티를 하며 보여주었던 허당 이미지를 완벽하게 드라마에 재현시킨 홍자매의 능력은 대단합니다. 그가 가지고 있는 특징을 대웅이라는 캐릭터에 그대로 녹여내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줌으로써 유쾌한 드라마를 더욱 경쾌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미친 여자로만 생각했던 구미호가 자신을 다시 찾은 순간 모든 것들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달은 환하게 떠오르고 달빛을 받은 구미호는 꼬리 아홉 개를 내보이며 자신의 말이 사실임을 증명해보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여우구슬을 다시 꺼내갑니다.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대웅에게 다가가 다시 여우구슬을 주고 영원히 함께 할 수밖에 없음을 알려줍니다. 깨어난 대웅은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구미호에게서 벗어나려 노력을 해보지만 제풀에 지친 그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여우구슬이 없으면 자신이 죽을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되고 도망치려해도 할 수 없음을 알게 된 그는 구미호의 말을 거역할 수 없게 됩니다.

고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구미호를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털어 소고기를 먹여도 아침 점심 저녁 모두 소고기만 외치는 구미호를 감당해 낼 수는 없지요. 돈이 부족하면 닭으로 위기를 넘기기도 하지만 엉뚱한 상황 때문에 오해를 받은 할아버지에 의해 끊긴 카드로 어쩔 수 없이 친구들에게 돈을 부탁하는 처지가 되어버렸습니다.

평생을 부족함 없이 살아왔던 대웅은 처음으로 친구들에게 돈을 부탁하며 진정한 친구가 누구인지를 알게 되는 과정을 겪기도 하지요. 후각과 청각이 그 누구보다 뛰어난 구미호를 통해 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웅을 돕지 않는 친구들을 확인하게 되고 대웅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가지게도 됩니다.

자신이 벗어날 수 없지만 방법이라도 찾아보고 싶은 대웅은 도서관에 있는 여우와 귀신에 관련된 책들을 읽어보지만 방법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낙서로 인해 그림에서 나올 수 있었음이 사실임으로 밝혀지자 다시 구미호를 그림 안에 가둘 생각을 해보지만 그 역시도 쉽지 않습니다.

절대무적일거 같은 구미호에게도 약점은 있을 수 있다는 신념 아래 술을 먹여 속마음을 알아보려는 대웅의 노력으로 인해 구미호는 사이다보다 맛있는 맥주의 참 맛을 알게 되었고 대웅은 구미호가 강이나 바다 같은 넓은 물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고기만을 원하는 구미호를 위해 돈을 구해야 하는 대웅은 급기야 할아버지가 키우는 비싼 잉어를 훔쳐 나오다 사고가 나는 상황까지 이어집니다. 여우구슬의 힘인지 모르지만 작은 상처로 끝난 대웅은 구미호를 집으로 데려오라는 말에 잠시 같이 살다 헤어질 거라는 말하지만 이로 인해 할아버지에게 처음으로 뺨을 맞는 상황까지 맞이합니다.

여기에 자신이 사랑하는 혜인이 구미호가 자신의 여자 친구로 착각하는 것 같아 힘겹기까지 합니다. 단순히 친구임이 즐거웠던 미호로서는 자신을 부정하고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것을 감당하기 힘들어합니다. 그렇게 그들 간의 새로운 갈등은 조장되고 본격적인 구미호와의 동거는 재미를 더하기 시작합니다.

'여친구'의 가장 강력한 웃음으로 다가오는 고모 민숙과 선녀의 아버지인 두홍은 재미있는 콩트 같은 상황극들을 매회 배치함으로서 색다른 재미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매회 등장해 웃음만을 전달하는 이들로 인해 주인공들의 감정변화와는 상관없이 매번 웃음을 전달해 줍니다.

액자구조의 소설처럼 이야기 속의 또 다른 이야기로 심각한 주인공들의 상황에서도 웃음을 매회 생산해낼 수 있는 존재감은 드라마에 긍정적인 도움을 줄듯 합니다. 만화 같은 상상력으로 재미있는 전개방식을 추구하는 '여친구'에서도 갈등은 찾아올 수밖에 없고 심각함이 지배할 수도 있지만 민숙과 두홍 커플이 만들어내는 상황극은 그들만이 전해줄 수 있는 코믹함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매회 전달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엘리베이터 방귀 사건으로 시작해 목에 걸린 얼음으로 인연을 맺어가는 민숙과 두홍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되면서 그들만의 이야기들을 만들어나가며 주인공들의 이야기와는 다른 또 다른 재미로 다가옵니다.

'여친구'가 재미있는 이유는 상황극을 만들어 이를 적극적인 웃음으로 풀어가는 홍자매의 능력일겁니다. 그 누구보다 탁월한 입담으로 모든 상황들에 웃음을 빼놓지 않는 홍자매의 힘은 대사를 통해 상황을 오해하게 만들고 그런 오해들은 다양한 사건들을 조성해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상황들은 갈등을 조장합니다. 그렇게 조장된 오해들은 의도하지 않았던 상황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며 극의 재미를 확대시켜 나갑니다. 오해가 만든 갈등은 막장이 아닌 즐거운 웃음으로 점철되며 모든 상황들을 유쾌하게 만들어나갑니다.

구미호를 잡는 수의사 동주는 구미호를 직접 본 후 갈등에 휩싸이게 됩니다. 과거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과 닮은 구미호를 보고 자신의 일마저도 잊어버린 동주는 운명 같은 삼각관계를 구축해냅니다. 대웅이 사랑하는 혜인은 미호의 등장으로 인해 감추고 있었던 열정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며 새로운 삼각관계를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동주와 혜인의 등장으로 다층적인 삼각관계를 구축해냄으로써 다양한 에피소드를 양산해내면서도 갈등을 심화시키는 방식은 홍자매이기에 가능한 재미로 다가옵니다. 무겁지 않고 한없이 가벼운 듯 하면서도 다양한 의미들을 담아내는 홍자매의 저력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려 합니다.

이승기의 허당 연기와 신민아의 통통 튀는 매력이 살아나기 시작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여친소'는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재미있는 드라마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둘리의 '호이호이'로 구미호에게 친구하자고 말을 건네는 대웅은 최고였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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