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으로 돌아간 한태주는 그곳에서 어린 자신과 만났다. 그리고 기억에서 지워져 있던 아버지의 실체와 죽음까지 목격했다. 더는 숨겨진 기억도 없는 상태에서 그는 연쇄살인마가 누구인지도 기억해냈다. 기억 저편 어딘가에 파편으로 남아 있었던 것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돌아오는 기억들;
뇌사 상태에 빠진 채 과거 여행을 하는 한태주, 스스로 기억을 찾고 있다

태주는 철길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사망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검은 모자를 쓴 알 수 없는 자가 쏜 총에 맞아 사망한 아버지. 범인을 미치도록 잡고 싶지만 쉽지 않다. 그가 38구경 권총으로 살인을 한 것은 분명하지만 누구인지 쉽게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더 찾고 싶다.

인성시의 어둠을 지배하고 있는 오종만은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존재다. 검경 모두를 돈으로 매수한 그를 잡는 것은 어렵다. 몇몇 형사들이 오종만을 잡기 위해 나섰다 오히려 크게 당한 채 경찰 일을 마감하는 일 투성이였다. 이런 상황이 되자 누구도 오종만을 건들 수 없었다.

OCN 주말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

태주는 달랐다. 인성시에 대한 애착이나 그 시절에 대한 특별한 의미도 없었던 그에게 오종만은 그저 자신의 궁금증을 채워줄 목표일뿐이었다. 그렇게 무모하게 그를 잡아들이기는 하지만 좀처럼 쉽지 않다. 기고만장한 오종만은 검경 수뇌부에 이어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해결해줄 변호사도 있다.

어설프게 덤벼서 실체를 밝혀내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상황에서 태주는 동철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오종만이 "형님"이라 부르고, 그의 술집에서 변호사에게 돈을 받는 과정을 들키기도 했기 때문이다. 의심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수사에 여념이 없는 태주는 오종만이 친 덫에 걸리고 말았다.

오종만을 처음 잡으러 간 호텔 안에서 심하게 구타를 당하던 술집 종업원인 김영옥이 술집에서 손님에게 폭행을 당하고 있는 것을 구해 준 후 일이 터졌다. 권한 술 한 잔은 시작에 불과했다. 거듭되는 술. 그 안에는 수면제가 있었고, 그렇게 쓰러진 태주는 속옷만 입은 채 깨어나야 했다.

김영옥을 이용해 태주를 궁지로 몰아 더는 수사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꼼수였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변수는 태주의 진심을 영옥은 충분하게 느끼고 있었다는 것이다. 찍힌 사진으로 태주를 공격하려던 오종만의 작전은 영옥으로 인해 실패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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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옥은 그 이유로 살해되고 말았다. 살해되기 전 태주를 찾아 고향인 섬으로 돌아간다며 인화하지 않은 사진을 돌려주며 환하게 웃으며 떠났던 그녀는 하루 만에 사체로 발견되었다. 더는 참을 수 없었던 태주는 그가 그렇게 지키고 싶었던 원칙마저 무너트렸다.

무슨 방법으로든 오종만을 잡고 싶었다. 그렇지 않으면 안 된다는 확신은 처음으로 팀원들이 하나가 되게 했다. 현장에서 어렵게 구한 신발 자국을 근거로 오종만 패거리들의 신발 밑창을 확인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현장에 있던 자들을 좁히고, 정상적이지 않지만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오종만을 잡는 데 성공한다.

물론 오종만 사무실에서 찾은 38구경 권총은 발사 흔적이 없어 다시 위기를 겪기는 했지만, 영옥의 목도리가 오종만을 잡는 결정적 이유가 되었다. 직접 물들인 천이라는 점을 착안한 과학적 접근이 절대무적처럼 지역을 지배하던 자를 잡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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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옥의 죽음은 인성시를 지배하던 오종만을 잡는 이유가 되었지만, 태주의 근본적 고민인 연쇄살인마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게 도와주지는 않았다. 철로에서 총을 쏜 자는 네뷸라이저(환자용 흡입기)를 한 천식 환자다. 도주로에서 네뷸라이저를 찾기는 했지만 지문이 발견되지 않았다.

보다 단단해진 태주와 동철의 브로맨스 재미도 강렬해지고 있다. 태주를 짝사랑하는 나영의 귀여운 투정도 흥미를 유발한다. 적응하지 못하던 태주가 1988년에 조금씩 익숙해져 가며 그들과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은 그래서 반갑다. 결국 정점에 이르는 순간 태주는 그가 돌아갈 수 있는 마법의 열쇠를 쥐게 될 수밖에 없기에 더 흥미롭다.

동네 아이들에게 수난을 당하고 있던 어린 태주를 구하고 아이스크림을 사주며 위로하다 그는 연쇄살인마를 보게 되었다. 과거의 나가 곁에서 지켜주었던 민석이 바로 연쇄살인마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선문답과 같았던 이야기를 태주는 잘 몰랐다. 하지만 과거로 돌아와 그는 깨닫게 되었다. 과거 자신을 위로하던 민석이 바로 범인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더 중요한 것은 태주 아버지를 살해한 자가 바로 민석의 아버지 혹은 삼촌, 형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민석은 어린 시절부터 그렇게 길러지고 키워졌다는 의미다. 성인인 태주가 총에 맞았는데 발사한 자는 아버지를 죽인 민석의 아버지로 추측된다. 그래야지만 퍼즐이 정확하게 맞춰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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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검은 모자를 쓴 남자가 누구냐는 것이다. 어두운 터널에서 어린 태주를 안고 나온 젊은 경찰. 그는 다른 이들과 달리 어떻게 어린 태주가 그곳에 있는지 알았을까? 다른 경찰들은 모르던 일을 그는 어떻게 알았을까? 총기 사용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권총으로 달아나는 남성을 정확하게 맞춰 죽일 수 있는 것은 쉽지 않다.

범인은 그 경찰일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총기 사용이 익숙하다는 것과 경찰이기 때문에 내부 사정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 연쇄살인을 하면서도 피해갈 수 있었을 것이다. 경찰 수색이 다른 곳으로 이동한 상황에서도 터널에서 어린 태주를 구한 경찰은 그래서 의심할 수밖에 없다.

연쇄살인마 부자(혹은 삼촌과 조카일 수도 있는)와 마주하게 된 태주. 그가 현실에서 뇌사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이들의 정체를 정확하게 알아내고 연쇄살인을 막는 것 외에는 없다. 그 방법만이 유일하게 그가 죽음에서 벗어나 살아날 수 있는 비상구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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