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 김탁구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보면 각자가 나름대로의 상처를 안고 있습니다. 그렇게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들은 더 이상 자신이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고, 서로를 물어뜯고 할퀴면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남에게 준 상처는 다시 부메랑이 되어 고스란히 자신에게 상처가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그들은 알지 못합니다. 그렇게 결국 지나고 나면 후회만이 가득 남게 되는 것이지요.

제빵왕 김탁구에서 이제 본격적으로 그런 상처 입은 사람들이 서로를 상처 입히는 안타까운 장면들이 그려질 듯 한데요. 결국 그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사랑이었고, 사랑만이 그들의 아픔을 치유해줄 수 있는 것이겠지요.

서인숙과 한승재

서인숙 : 수단 방법 가리지마. 알았어?

한승재 : 정말로 수단 방법 가리지 않길 바래요?
내가 무슨 짓을 저질러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요?

서인숙 : 말했었지. 당신 목숨을 걸라고. 나 역시 그런 각오야.

서인숙은 김탁구가 팔봉빵집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불안한 마음에 경합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아들 구마준을 당장 불러들여 거성식품의 후계자로 올리려고 하는데요. 하지만 한승재에게서 이미 구일중은 김탁구가 팔봉빵집에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고, 구일중은 구마준과 김탁구 둘다 거성식품으로 불러들이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에 서인숙은 분노하며 일이 이지경이 될 때까지 뭘 했느냐고 한승재를 질책하는데요. 이에 한승재는 아무리 위협하고 모함해도 다시 일어서고 또 일어서는 김탁구의 운이 자신보다 질기고 강했을 뿐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서인숙은 더욱 화를 내며 다시는 김탁구가 자신의 눈앞에 나타나게 하지 말고, 구마준을 회사로 불러들이는데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하는데요.

그렇게 한승재는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구일중과 목숨을 걸라는 서인숙의 압박 속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서인숙과 자신의 아들 구마준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됩니다. 예고에서 보여주듯이 한승재는 사람들을 시켜 구일중을 교통사고로 위장해 죽이려고 하는데요. 구일중은 결국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실종이 되고 맙니다.

하지만 서인숙은 한승재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상대가 구일중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요. 사실 서인숙은 구일중과 정략결혼을 했지만, 구일중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의 따뜻한 말 한마디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항상 서인숙은 그런 자신의 마음을 외면하고 받아주지 않는 구일중 때문에 상처를 받고, 그것은 아들인 구마준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졌는데요. 구일중에게서 사랑을 받지 못하는 서인숙은 아들인 구마준이 후계자가 되어 거성식품을 이어받는 것만이 인생 최대 목표가 되어버렸습니다.

암튼 서인숙은 구일중의 테두리 안에서 구마준이 거성식품의 후계자가 되고, 김탁구의 존재가 없어지기만을 바랐을 뿐인데요. 자신의 바람과는 다르게 자신이 사랑했던 구일중이 실종된 것에 큰 충격을 받게 되는 듯 합니다. 그렇게 서인숙은 자신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했던 말을 잘못 받아들인 한승재를 원망하게 되겠지요.

하지만 한승재가 그런 서인숙의 의도를 몰랐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데요. 이미 구일중이 자신의 악행에 대해서 상당부분 알고 있고 더 이상 구일중은 자신을 신뢰하지 않아 잘못하면 내쳐질 위기에 봉착함에 따라, 자신이 사랑하는 서인숙과 자신의 아들인 구마준을 지키기 위해 먼저 선수를 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한승재는 젊은 시절 사랑했던 서인숙이 구일중과 정략결혼을 함에 따라 상처를 입지만, 서인숙을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하고 구일중 모르게 서인숙을 도와왔는데요. 하지만 서인숙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구일중에게서 그렇게 상처를 받으면서도 구일중의 따뜻한 말 한마디를 기대하며 힘들어 하는 모습을 뒤에서 몰래 지켜보며 안타까워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한승재는 서인숙의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구일중의 자리를 자신이 대신하려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동안 서인숙과 구마준을 뒤에서 지켜주는 것만으로 만족했던 한승재는, 구일중이 실종됨에 따라 조금씩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면서 영향력을 키워나갈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신유경과 구마준

신유경 : 니가 했던 말 아직 유효하니? 용서하지 말라는 말. 널 이용해도 된다는 말.
그것도 아직도 유효한거니?

구마준 : 너 왜이래?

신유경 :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니 여자 되는 거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되는거니?

구마준 : 너 또 무슨 일 있었어? 무슨 일이야? 엄마가 또 너에게 무슨 짓 한거야?

신유경 : 용서가 안돼. 절대로. 용서 못하겠어 나.

신유경은 2년 전 서인숙에 의해 분수도 모르고 구마준을 만난다는 이유로 살던 집에서 쫓겨나는 수모까지 겪으면서, 복수하기 위해 거성식품에 입사를 했는데요. 다시 김탁구를 만나게 되면서 거성식품에서 나와 복수를 그만두려 합니다.

하지만 한승재는 신유경이 그런 마음을 먹은 줄 모르고 사람들을 시켜 신유경에게 협박을 하여 강제로 사직서를 받아내게 되는데요. 이에 신유경은 분노하게 되지만 다시 한 번 마음을 진정시키고, 직접 서인숙을 찾아가 사과를 하면 모두 넘어가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서인숙은 다시 한 번 신유경을 철저히 무시하며, 사람은 절대 공평하지 않기 때문에 남자 잘 만나 신분상승을 꿈꾸는 그런 현실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신유경은 마지막 참았던 인내심까지 바닥나며 결국 다시 복수를 다짐하고 맙니다. 그렇게 신유경은 서인숙의 그런 확신이 틀렸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구마준을 이용하려 하는데요. 구마준을 찾아가 구마준의 여자가 되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신유경은 서인숙에게서 입은 상처 때문에 복수를 하는 과정에서 김탁구에게 상처를 주게 되는데요. 물론 김탁구를 사랑하지만 결국 돈과 권력 앞에서는 그런 사랑이 의미없다는 것을 깨달아버린 신유경은 김탁구를 배신하게 됩니다. 예고에서 보여준 신유경의 배신에 좌절하며 울부짖는 김탁구의 모습이 참 애절하게 느껴지는 것 같은데요.

드디어 시작된 신유경의 악녀본색이 기대되기는 하지만, 그만큼 안쓰러울 수밖에 없는 김탁구의 방황과 사랑하는 여자에게 스스로 이용당하며 겪게 될 구마준의 외로움이 참 안타깝기도 합니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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