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문건과 세월호 유가족 사찰 등으로 기무사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도 순방 중에 국방부 장관의 지휘를 받지 않는, 비육군 출신의 독립수사단 설치를 지시해 곧바로 기무사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기무사가 무엇이길래 이런 일들이 벌어졌는지부터 알 필요가 있다. 기무사(국군기무사령부)의 본래 임무는 군사기밀의 보안 지원, 방첩 활동, 군 및 군과 관련된 첩보 수집·처리, 특정범죄 수사 등이다. 민간인이 군사기밀 누설죄, 간첩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에 해당할 경우 기무사가 수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디를 찾아봐도 나오지 않는 것은 기무사가 계엄령 문건을 작성하거나, 세월호 참사에 개입할 이유이다. 기무사의 계엄령 계획이나 세월호 대응 모두가 본연의 임무를 벗어난 것이다. 민간인 사찰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30년이 흘러 잊혀졌던 것일까? 대신 그보다 오래된 쿠데타의 짜릿한 기억은 차마 버리지 못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 기무사의 계엄령 계획은 과거 보안사의 청명계획을 떠오르게 했다. 청명계획은 1989년 노태우 정부를 위한 친위 쿠데타 시 김대중 총재, 노무현 의원 등 주요 인사 923명을 신속히 전원 검거하는 작전을 말한다. 윤석양 이병의 양심선언으로 알려진 청명계획은 여론의 철퇴를 맞게 되었고, 보안사는 이름을 기무사로 바꾸고 민간인 사찰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내놓았다.

문건 속 "계엄사령관에 육군참모총장"…'육사 권력' 노렸나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그러나 기무사는 변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권의 최대 위기 때마다 기무사는 과거 보안사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자 유족들을 사찰했고, 심지어 세월호를 인양하지 말고 그대로 수장하자는 계획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이어 촛불집회에 나선 수백만의 시민들을 탱크와 특전사로 진압할 계획까지 세운 것이다.

특히 이번 계엄령 계획은 다른 수상한 점도 발견되었다. 11일 JTBC <뉴스룸> 보도에 따르면, 기무사의 계획에는 계엄령 발동 시 계엄사령관을 합창의장이 아니라 육군참모총장이 맡는 것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기타 주요 보직도 모두 육군이 맡는다는 계획이었다.

기무사의 계엄령 계획에 육사 출신들의 순혈주의가 깔려있을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시금 육사권력을 세우려 했다는 의심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육군 출신으로 독립수사단을 만들라는 지시가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단독] “시체 가라앉히는 것도 장례”…기무사, 세월호 ‘수장’까지 제안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한편 11일 KBS가 보도한 세월호 관련 보도는 정서적으로 기무사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게 했다. 기무사는 세월호 선체 인양에 대한 반대 여론을 조성하고, 희생자들을 수장시키는 방안을 청와대에 제안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14년 6월에 작성된 ‘세월호 관련 조치동정’이라는 문건에 담긴 이와 같은 제안은 인양 완료시 ‘정부 비난이 증가 우려’가 주된 이유였지만, 침몰 이후 희생자가 상당 기간 생존했다는 흔적이 발견될 수도 있다는 이유라는 데서는 말문이 막히게 된다.

[단독] “시체 가라앉히는 것도 장례”…기무사, 세월호 ‘수장’까지 제안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또한 해당 문건에는 대통령이 감성적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있었고, 며칠 후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눈물을 보인 담화가 있었다. 단순한 우연일지 모르겠지만 당시 청와대와 박근혜 정부가 기무사의 반인권적 보고서에 기댔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제정신이 아니었더라도 이런 비정상적인 제안에 따라 움직였던 박근혜 청와대에 다시금 분노하게 된다.

계엄령 계획부터 세월호 참사 대응까지 기무사는 해서는 안 될 일들에 개입해왔다. 그런 불법성을 논하기 이전에 문제는 이러는 동안 기무사가 해야 할 본연의 임무들을 충실히 할 수 있었겠냐는 것이다. 시민들이 다시 기무사의 존립에 의문을 갖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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