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는 어릴 적 장익환 대감이 죽으며 남겼던 수신호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인현왕후가 마련해준 사가로 피접을 나갔는데요. 저는 사실 동이가 후궁이 되고 숙원의 자리에 오르면서, 새장 속의 새처럼 궁궐에 거의 갇혀 지낼텐데 과연 어떻게 그런 미해결 문제들을 해결을 할까 상당히 궁금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동이가 아들 영수도 궁궐에 남겨두고 직접 나가 수사를 할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요. 자신의 숨겨진 신분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해도, 자신의 신분을 아는 차천수와 서용기, 심운택이 있어서 설마 했는데, 역시 모든 사건은 명탐정 동이가 나서야만 해결이 되나 봅니다.

암튼 39화 방영 이후 가장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검계를 이끄는 삿갓을 쓴 남자의 정체와 수신호의 비밀이었는데요. 그런데 삿갓을 쓴 남자의 정체는 게둬라로 출연하는 여현수가 자신의 출연사실을 트위터로 알리면서 알게 모르게 이미 알려졌었고, 수신호의 비밀에 대해서 39화 예고에 나왔던 청국상인들이 마작하는 장면을 가지고 네티즌들 사이에는 여러 가지를 유추하는 의견들이 올라오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40회를 보니 예고에서 보여졌던 청국상인들이 마작하는 장면은 수신호의 비밀과 전혀 관계없이 동이가 삽질하는 낚시였는데요. 결국 40회 내내 수신호 비밀을 풀지 못하다가 예고에서 다시 한 번 수신호의 비밀에 대한 단서를 던져주는 제작진이 참 야속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드디어 이번에는 동이 초반부터 40회가 지나갈 때까지 꽁꽁 숨겨왔던 그 수신호의 비밀이 밝혀지는 듯 한데요. 알고 나니 참 허탈하기도 합니다.

드러나는 수신호의 비밀

동이는 수신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손가락으로 탁자를 치며 고민하다가 맞은 편에 놓여있던 서책들을 보고 짧은 탄성을 내지르는데요. 그러고는 봉상궁을 불러 어떤 서책들을 구해달라고 합니다. 동이가 봉상궁에게 구해달라고 한 서책들은 시경, 서경, 역경, 춘추, 예기, 악기 등의 여섯 가지 경전인 시서육예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동이는 남인들과 남인들이 알아볼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우연히 서책을 보고, 남인의 학문적 성향을 떠올린 듯 합니다. 남인은 퇴계 이황의 사상적 기반을 두고 있으며 주리론을 계승한 영남학파인데요. 반면 서인은 율곡 이이의 사상적 기반을 두고 있으며 주기론을 계승한 기호학파입니다. 주리론은 이념적 윤리를 더 중요시하는 이론이고, 주기론은 이념보다 실천적 윤리를 더 중요시하는 이론인데요. 그러다보니 주리론을 계승한 남인들은 도덕, 윤리적 성향을 띄고 이상적이고 가치적인 것을 중요시합니다.

그래서 조선 중기 대학자이자 남인의 영수였던 미수 허목의 문집 미수기언을 보면 시서육예의 가르침이 나오기도 하는데요. 시서육예는 서인들에 비해 남인들 사이에서 주로 배우던 서책으로 보입니다. 동이는 그 점에서 착안하여 봉상궁에게 시서육예를 구해달라고 한 것 같은데요. 그 여섯 가지 경전 가운데 40회의 마지막 예고에서 동이가 지목했던 악기(음악에 대한 책)에서 수신호의 비밀을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그 악기에는 12율명이 나타나 있는데요. 한국전통음악에도 서양 음악의 계이름에 해당하는 것을 율명이라고 하는데, 12율명은 한 옥타브 안에 나타나는 12개의 율(律)을 말합니다. 그 12율명은 각각 순서대로 황종(黃鍾), 대려(大呂), 태주(太주), 협종(夾鍾), 고선(姑洗), 중려(仲呂), 유빈(유賓), 임종(林鍾), 이칙(荑칙), 남려(南呂), 무역(무역), 응종(應鍾)을 말하는데요.

동이가 풀고자 하는 '8-5-10-5'는 12율명에서 '임종(林鍾)-고선(姑洗)-남려(南呂)-고선(姑洗)'을 뜻합니다. 이를 악보에서는 12율명의 첫 자만 표기하고, 이를 중성이라 하는데요. 첫자만 때서 보면 그 수신호는 '임(林)-고(姑)-남(南)-고(姑)'가 됩니다. 임(林)은 무리를 나타내고, 고(姑)는 여인을, 남(南)은 남쪽을 나타내는데요. 이를 통해서 수신호의 비밀을 풀어보면, 무리의 여인들 사이에서 남쪽 여인이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이는 결국 무리의 여인들, 즉 궁녀 내지 후궁 사이에서 남인의 여자였던 장희빈을 뜻하는데요.

그렇게 결국 수신호의 비밀이 장희빈을 뜻하는 것이었다니 좀 허탈하기도 합니다. 사실 저는 그 수신호는 어떤 특정 인물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긴 했었는데요. 장익환 대감의 경우 비밀을 파헤치다 죽임을 당한 것도 아니고 낚시를 하다가 갑작스레 죽임을 당한 것이기 때문에, 그가 남긴 것은 범인 혹은 그 배후를 지목한 것일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죠.

암튼 그렇게 그 수신호가 장희빈을 나타내는 것이라 보면, 장희빈이 장익환 대감이 죽으면서 남긴 수신호을 사용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군대에서 아군인지 확인하기 위해 암구호를 묻는 것처럼, 밤에 몰래 남인들을 만날 때 자신이 누군지 알리는 수단이 되니깐 말이죠.

하지만 동이는 처음에 그렇게 수신호가 장희빈을 뜻하는 것인지 의심은 하지만 확신할 수는 없을텐데요. 그러다 나중에 동이가 자신이 그렇게 찾던 나비 열쇠패를 가진 궁녀가 장희빈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자신의 아버지와 오빠를 죽인 사람들의 배후가 장희빈을 비롯한 남인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듯 합니다.

드라마 동이는 초기 기획부터 이병훈 PD가 "허준에서 의술을, 상도에서 상술을, 대장금에서 조선의 음식을, 이산에서 도화서를 통해 조선의 미술을 보여주었다면, 동이에서는 장악원을 무대로 조선의 화려하고 우아한 음악세계를 보여줄 것"이라고 밝힌 바가 있는데요. 그렇다고 수신호의 암호가 음악과 관련이 있을 줄을 정말 생각하지도 못했었습니다.

암튼 동이는 그렇게 가족에 대한 원수가 장희빈과 남인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텐데요. 과연 동이는 이후 어떤 식으로 복수를 하고, 검계에 대한 누명을 벗기면서 자신의 성을 최가로 다시 바꾸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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