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이 운영하는 체인점 식당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격대비 먹을 만한 음식을 제공한다는 생각은 들지만, 비슷한 가격으로 다른 식당에서 한 끼를 해결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이다. 비슷한 예로, SBS <백종원의 3대천왕>에 등장했던 몇몇 음식점들도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백종원의 3대천왕>에 등장했던 모든 음식점을 간 것이 아니므로 섣불리 말할 수는 없겠지만, 백종원의 입맛이 모든 이의 입맛을 충족시키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여러모로 볼 만한 TV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백종원을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지만,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를 지적하고 솔루션을 제시하는 백종원의 한 마디는 꽤나 설득력 있게 들린다.

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

백종원의 진가가 드러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음식점으로서 기본기가 전혀 없다는 식당들만 모아 놨다는 <백종원의 골목식당-뚝섬편>이었다. 이 방송을 하면서 백종원의 혈압은 조금 올라갔을지 모르겠지만 식당 운영 노하우의 엑기스를 알려주는 '골목식당-뚝섬편'은 방송 참가자들은 물론,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요식업자들의 눈을 번쩍 뜨게 했을 법하다.

사실 백종원의 솔루션은 그리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식자재, 위생관리 잘하고 먹을 만한 음식을 만드는 것.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음식점 운영의 기본이라고 하나 막상 잘 지켜지지 않는 현실에 시청자들은 분노했고, 몇몇 시청자들은 청와대 청원을 통해 이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

처음부터 미운털 제대로 박힌 '골목식당-뚝섬편' 식당들이 방송 후 골목식당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또한 미지수이다. 그래도 '골목식당-필동편'에서 멸치육수를 두고 백종원과 갈등을 벌이며 호된 비판을 받았던 '필동멸치국수'는 적어도 먹을 만한 음식을 판매하고 있었으며, 이는 어디까지나 음식에 대한 백종원과의 견해차에서 발생한 일종의 해프닝이었다.

그러나 '골목식당-뚝섬편'에 등장한 식당들은 사정이 다르다. 맛에 대한 평가는 고사하고, 이 식당에서 나온 음식들이 믿고 먹을 만한 음식인가에 대한 신뢰도 구축이 시급해 보인다. 백종원이 '골목식당-뚝섬편' 사장들에게 요구했던 것은 당장의 현저한 맛 개선이 아니다. 음식점으로서 기본을 갖추라는 것이었다. 적어도 손님들에게 내놓는 음식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

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

백종원은 '골목식당-뚝섬편'에 등장하는 식당들에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맛은 둘째 치고 일단 먹을 만한 음식을 만드는 것. 그런데 백종원이 엄청난 솔루션을 준 것도 아니요, 시키는 대로 철저한 식자재 관리와 요리 방법만 바꿨을 뿐인데 몇몇 식당은 이미 상당한 개선을 보여주었다. 오히려 백종원과 시청자들을 씁쓸하게 만든 것은 문제를 정면으로 부딪치기보다 회피하려드는 자세였다.

백종원 스스로 말했듯이, 그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한 모든 식당을 대박으로 만드는 신은 아니다. 백종원은 문 닫기 일보직전의 식당에 날개를 달아줄 뿐, 결국 그 위기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식당 운영자들의 노력과 개선의지에 달려 있다. 백종원의 한숨만 늘어나는 '골목식당-뚝섬편'에서 과연 백종원의 솔루션을 받는 영예의 주인공이 탄생할 수 있을까. 월드컵 중계로 한 차례 결방된 <백종원의 골목식당-뚝섬편>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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