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의 갈등이 잦아드는 모양새다. 문제는 '적당히 덮는 식'이라는 점이다. '화합'을 택한 자유한국당은 친박이라는 꼬리표를 유지하게 됐다는 것이다.

▲21일 자유한국당 의원총회 입장하는 김성태 원내대표. (연합뉴스)

26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3선 의원들이 모임을 갖고 당의 화합을 강조했다. 최근 벌어진 김성태 원내대표의 사퇴 요구를 불식시키고 계파갈등을 봉합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모임 후 강석호 의원은 "김성태 원내대표 비대위 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켰는데, 역할, 일정 이런 부분을 세세하게 로드맵을 빨리 정해서 의원들에게 밝혔으면 좋겠다"며 "표현상 의원들에게 오해받을 만한 언어 표현력 이런 부분은 자제를 하고 의원들과 적극적 의사소통을 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강석호 의원은 "어제 초재선 의원들이 당을 위해서 장시간 토론한 내용을 저희가 봤다. 거기에 대해선 3선 의원들도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김성태 원내대표에 대한 퇴진 요구가 일부 있었지만, 지금 그것보다는 국회 정상화가 필요하고 원구성이 시급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퇴진은 부당하고 무리한 것 아니냐는 3선 의원들의 의견이 일치됐다"고 밝혔다.

"지난 의총 때 박근혜 탄핵에 대한 당 입장을 확실히 정하자는 의견이 있었지 않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강석호 의원은 "그런 부분을 새삼스레 다시 끄집어내서 의견 일치 보면 좋겠지만, 그 정도로 했으면 됐지 않냐 공감대를 이뤘기 때문에 더 이상 얘기하는 건 무의미하다"며 "계파갈등이란 부분이 나와서 부끄럽고 하지만, 속내를 보면 초·재선 얘기도 나왔듯이 많은 분들이 계파갈등을 원치 않는다"고 답했다.

앞서 25일 자유한국당 초·재선 의원들은 연석회의를 열고 김성태 원내대표의 거취와 당 수습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박덕흠 의원은 "원 구성 문제 등이 있어 김 원내대표의 사퇴는 적절하지 않다는 말이 많았다"고 밝혀 김 원내대표의 유임으로 의견을 모았다. 김성태 책임론을 주장하던 초·재선 의원들도 한 발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수습방안을 두고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잡음은 결국 친박과 비박의 계파갈등으로 볼 구석이 많았다. 그러나 계파갈등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자,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책임은 쏙 빼고 가겠다는 의견을 피력한 셈이다.

사실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참패한 이유는 '적폐세력'으로 지목받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시킨 촛불민심이 아직도 유효하단 얘기다. 즉, 국민들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직·간접적 책임이 있는 자유한국당에는 표를 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자유한국당의 지방선거 참패는 단순한 당 지도부의 책임만으로 볼 수 없다. 물론 홍준표 전 대표의 막말과 냉전보수적 사고가 표를 깎아먹는 요인이 됐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후광으로 정치를 했던 친박들의 책임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자유한국당이 살아남으려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었다.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탄핵에 대해 명확히 입장을 정리하자는 주장이 나왔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또 다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을 외면하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자유한국당은 오는 2020년 총선에서도 참패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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