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에 교직원들과 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고 있는 학교가 있다. 바로 상지대학교다. 불볕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청와대로 국회로 대법원까지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청와대 앞에서는 부총장이 단식농성 중이고, 학장님들은 민주당사의 최고위회 회의실에서 무기한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총학생회는 일체의 학사일정 거부와 동맹휴학을 실시했다. 교수, 학생, 교직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상지대학교를 지키고자 결의를 다지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김문기 비리구재단의 복귀 반대다.

문제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1993년 사학비리로 상지대에서 물러난 김문기 전이사장의 복귀를 추진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2010년 4월 29일 전체회의를 열어 김문기 전이사장 측 5명, 상지대 구성원 2명, 교육과학기술부 추천인사 2명을 학교법인 상지학원의 정이사로 선임하기로 결정했다.

▲ (서울=연합뉴스) 배정현 인턴기자 =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상지대 정이사 선임 결정을 앞둔 30일 오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김문기 전 이사장 복귀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10.7.30

또한, 안병만 교육과학부 장관이 2010년 7월 6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김문기 씨는 사학비리가 심해 학교를 운영할 자격이 없으며, 사학비리가 심하거나 경영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종전이사에게 정이사 과반수의 추천권을 부여하는 것을 예외로 한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교육과학기술부의 사학지원국장은 지난 7월 15일 민주당 소속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보좌관 면담과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와의 면담에서 7월 30일 사학분쟁조정위원회 본회의에서 김문기 씨로부터 이사후보 추천을 받아 상지대학교 재단 정이사 인선을 강행할 방침을 공식화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역시 2010년 7월 30일 김문기 씨로부터 이사후보를 추천받아 인선을 강행할 방침이다. 이런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으로 상지대학교는 1993년 김문기 전이사장이 비리로 퇴출된 이후 17년간 대학 정상화와 상지대 발전을 위해 애써왔던 노력들이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결국 비리구재단체제로 회귀할 처지에 놓여있다.

김문기 씨는 사학비리로 실형까지 선고받은 사학비리의 대표적 인사다. 1978년 이후 한 번도 이사회를 열지 않아 교육부에 의해 임원선임이 취소돼 이사자격까지 박탈당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김문기 전이사장에 대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복귀 결정은 우리 사회의 사학비리·교육부패에 대한 인식 수준을 극명하게 드러내준다. 이번 결정이 향후 비리사학 문제의 해결에 미칠 파장을 생각하면 단순히 상지대학교 1개 학교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상지대학교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는냐에 따라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동덕여대, 덕성여대, 경기대, 광운대, 대구대의 운명이 갈린다.

사학은 일개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 만약 학교의 직원이나 교수가 비리를 저질러 학교에서 물러나게 됐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죗값을 치렀다고 다시 학교로 멀쩡하게 복직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러나 사학비리로 학교에서 물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재단이사라는 이유만으로 비리재단의 인물들을 복귀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학비리의 악순환을 막고 더 이상 학교가 돈벌이의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비리구재단의 복귀는 절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최근 들어 이명박 대통령은 교육비리 척결 의지를 수도 없이 강조해 왔다. 정부가 앞장서서 각종 교육 비리를 막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의지와는 달리 상지대학교 사태 해결 과정에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와 교육과학기술부가 보여준 행태들은 교육비리 척결과는 동떨어진 모습들이다. 지금이라도 사학분쟁조정위원회와 교육과학기술부는 상지대학교 정상화를 위해 김문기 씨의 복귀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 그리고 교육과학기술부는 김문기 씨의 상지대학교 재단복귀를 결정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고 관련된 실무책임자들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다. 자원하나 없는 대한민국을 일군 것은 인재를 양성했기 때문이다. 순전히 교육의 힘이다. 따라서 교육은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사학비리는 이 버팀목을 뿌리째 썩게 만든다는 점에서 단호하게 척결해야 한다. 이 땅에 사학비리를 저지른 사람들이 더 이상 발붙일 수 없도록 단호한 의지를 보일 때다. 만약 상지대학교에 김문기 구재단의 복귀를 허용한다면 사립학교에서는 어떠한 비리나 잘못을 저질러도 시간만 지나면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 앞으로 사학의 비리를 무슨 수로 척결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되는 대목이다.

끝으로 상지대학교 교수, 학생, 교직원 모두가 바라는 것은 하나다. 김문기 구재단을 정이사로 추천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을 철회하고, 김문기 구재단을 배제한 정이사를 선임해 학교를 정상화해 달라는 것이다. No 김문기, Yes 정상화 이것이 상지대 구성원 우리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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