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나이 34세가 훌쩍 넘는 무한도전의 멤버들이 10대 초중반부터 시작하는 아이돌에 도전한다는 것은 그들의 초창기 정신이었던 무모한 도전과 다름없었습니다. 황소와 줄다리기를 하듯 무모하고 무모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만큼이나 이번의 도전은 그만큼 황당하게 다가오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왜 김태호는 아이돌을 택했을까?

1. 우리에게 아이돌은 뭔가?

2010년 현재의 대한민국의 음악시장의 주인은 아이돌입니다. 아이돌이 장악한 음악시장은 그 누구도 쉽게 들어설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그들의 영역이 되어버렸습니다. 많은 이들은 식상한 그들만의 잔치를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입니다.

정점을 찍은 것은 9시 뉴스에서 5초 가수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아이돌 문화의 한계와 문제점들이 다시 한 번 공론화되었습니다. 하지만 핵심적인 사안에 대한 접근보다는 이슈를 위한 이슈로 그친 채 그저 아이돌 폄하를 위한 방송이었다는 것은 문제였습니다.

전통적인 가수에서 시대의 흐름과 함께 분업화된 형식의 아이돌은 분명하게 다릅니다. 시각과 청각 등 다양한 만족을 원하는 시대의 변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부합한 이들이 바로 아이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노래와 비주얼, 춤 등 철저하게 분업화되어 하나가 되는 형식은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특별함이었습니다.

노래만 부르던 시절에서 다양한 탤런트를 요구하는 시대로 변하며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은 자연스럽게 아이돌 그룹이라는 존재를 만들어냈습니다. 각자 최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능력자들을 모아 하나의 이름으로 무대에 세움으로서 다양한 취향의 대중들이 좋아할 있는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아이돌은 다수를 만족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갔고 그런 아이돌은 시장을 지배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시장이 지배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곧 내려와야 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와도 같지요. 지배력에는 한계가 있고 대중이 좋아하던 그들도 이제는 조금씩 실증의 대상이 되어가며 조금씩 폄하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촬영 시점은 3월이지만 자막을 입히는 작업을 통해 완성품으로 내놓은 시점은 아이돌에 대한 비난 여론이 급등하던 시점이기에 자막들을 통해 보여주는 의미들은 특별하게 다가올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2. 무도인들의 아이돌 오디션

뜬금없이 아침 일찍 노래방에 들러 한 시간 동안 놀던 그들은 제작진들에 의해 SM 사무실로 향합니다. 그리곤 이미 준비된 오디션에 참여해 아이돌이 되어가는 과정을 버라이어티가 가질 수 있는 재미와 결합해 보여주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노래와 춤 등은 그들이 아이돌이 절대 될 수 없음을 잘 보여주었지요.

그나마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멤버가 10년 후에나 데뷔가 가능할 것 같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그들의 도전은 정말 무모했습니다. 노래나 연기 등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 대한 오디션에 가수라면 춤과 개인기가 필수여야 한다는 말은 기획사에서 아이돌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답을 보여주는 것이었지요.

어설펐던 정준하에 이어 SM 1기 출신이었다는 명수옹의 솔직한 노래와 춤은 의외의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가수라지만 노래가 안 되는 하하는 겨우 춤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로 승부를 본 재석은 자신의 한계만 명확하게 보여줄 뿐이었습니다.

이미 공개되었었던 뚱스 활동을 위해 준비했었던 형돈과 길은 빅뱅의 초기 스타일을 하고 SM 오디션에 참가해 듀스의 곡에 맞춰 멋진 댄스를 시작했지만 흙만 잔뜩 뿌리고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프로필 촬영을 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정형돈의 '미친 평범함'은 도니가 아니라면 만들어낼 수 없는 특별함이었습니다.

길이가 바지가 뜯기는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들의 무대는 최악으로 남았을 듯하지요. 이를 만회하기 위한 그들은 노래로 승부를 보지만 부장님 포스를 풍기며 회식자리에서 결코 해서는 안 되는 노래로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뿐이었습니다.

호된 평가를 받았던 뚱스는 여기가 아니면 "JYP가자"라는 발언을 가감 없이 늘어놓는 진상을 피우는 모습으로 오디션의 다양함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오디션의 하이라이트가 되어버린 노홍철의 댄스는 몸치인 그의 장점이 극대화된 디수코 혹은 디슷코(디스크)를 보여주겠다는 그는 신체 오작동을 일으키며 이 세상에서 결코 본적이 없는 황당한 '디스코의 새 역사'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렇게 엉망이었던 그들만의 오디션은 4개월이 지난 후 그들 스스로도 기억도 희미한 상황에서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SM에서는 탈락되었고 이승철, 이승환, 윤종신, 유희열까지 제작자로 문의를 했지만 그 누구도 무한도전을 받아 주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그들의 도전은 새롭게 시작되고 데모 테이프를 만들자는 의견에 따라 그들의 전용 연습실에서 그들만의 아이돌 도전은 시작되었습니다. 이미 지난 바캉스 방송에서 그들의 멋진 군무가 데모 테이프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그들만의 도전은 벌써부터 흥겨운 흥분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오디션 중간에 함께 했던 에프엑스의 모습을 통해 그들은 아이돌의 현실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매일 만만찮은 노래와 안무들을 연습하고 힘겹게 준비한 모습을 단 3분 동안 무대 위에서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두렵고 힘겨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3. 아이돌에 대한 편견과 오해

최근 크리스탈이 철저하게 비교되는 아이돌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힘겨움을 이야기 했습니다. 무한 경쟁에서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는 망각한 채, 그저 보여 지는 현상에 합승해 무한 비난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또 다른 피해자만 만들어낼 뿐입니다.

매일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그렇게 노력해서 무대에 오르고, 그런 무대를 통해 수많은 팬들이 만들어지는 구조가 현재의 아이돌 전성시대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는 아이돌 뿐 아니라 대중문화에 뛰어든 누구든 동일한 조건이고 필요한 노력들이기도 합니다.

노래만 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시장논리가 오디션 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멀티가 아니면 최근 연예계에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말은 아이돌을 바라보는 시장의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9시 뉴스에서 말한 아이돌이 문제가 아닌 시장 논리를 탓해야 하는지는 오늘 무도만을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각자의 분야에서 나름의 활약을 하고 있었던 무도 인들이 아이돌 오디션에 참가한 것은 일반인들이 아이돌이 되는 과정을 일반화시키고 과정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자 함이었습니다. 노래방에서 마음껏 노래를 부르는 것과는 달리 아이돌이 되는 과정은 특별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들과 함께 시대가 요구하는 재주를 가지지 못한다면 누구나 폄하하는 아이돌이 될 수조차 없다는 그들의 이야기는 최근 5초 가수로 폄하된 아이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합니다. 비록 SM이라는 공간에서 모든 것들이 진행되었지만 그 어느 곳에서나 유사한 방식으로 치러지는 그들의 오디션이 누구나 쉽게 말하듯 '나도 하겠다'는 아니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어느 시대에나 젊은 가수들은 주목받고 시장을 이끌어 왔습니다. 70년대 저항 정신이 투철한 음악들이 대세를 이루고 8, 90년대 철학적인 가사와 발라드가 모든 시장을 장악했던 것도 시대의 반영일겁니다. 현재 가요계가 아이돌을 추구하고 원하는 것은 시대가 그들을 요구하기 때문이겠지요. 하나만 해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시장은 자연스럽게 아이돌이라는 존재를 만들어냈을 뿐 아이돌이 문제는 아닐 겁니다.

시스템이 시장을 만들든, 시장이 시스템을 만들든 필연적으로 탄생한 아이돌은 시대의 다수가 만들어낸 욕구의 결과일 뿐입니다. CD 등 귀로 듣는 음악 시장이 완전하게 몰락하고 방송을 통해 바라보는 음악만이 살아남은 현재의 시장에서 전통적인 노래만 하는 가수를 외치는 것도 문제가 될 겁니다. 다양성이 추구되어야 한다는 많은 이들의 욕구를 아이돌을 없애면 된다는 식의 흑백논리로 다가가는 것만큼 무모한 논리는 없을 겁니다. 다양성은 시스템이 만들어야 하는 문제이지요. 그렇기에 다양한 것들을 보여줘야 하는 아이돌에게 과거의 노래만을 잣대로 들이미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어 보입니다.

김태호 피디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지 않았을까요? 노래도 춤도 미천한 무도 인들이 아이돌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모두가 노래를 잘하는 가수가 될 리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각자가 할 수 부분에 최고의 노력을 다한 후 무대에 올라선다면, 그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특별한 공연이 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그들의 아이돌 도전기는 그래서 더욱 기대되고 흥미롭기만 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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