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일요일이좋다'가 개편을 통해, <런닝맨>과 <영웅호걸>을 내세웠으나 반응이 신통치 않다. <1박2일>과 <남자의자격>이 워낙 고정층이 탄탄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이제 막 시작한 프로그램이, 화제성에서 조차 밀린다는 건 생각해 볼 문제다.

현재 <런닝맨>은 메인MC 유재석에게 관심이 집중된 채, 코너에 대한 평가는 '식상하다'로 한줄요약 수준. 설상가상으로 조작설까지 나도는 상황이라 암울 그 자체. <영웅호걸>이라고 다를까. 여자연예인의 화장을 벗긴 민낯 버라이어티로의 변신, 그리고 결국엔 빅뱅 태양과 아이유의 키스만 남긴 2회.

'도대체 뭐 하는 프로그램이지?'

시청의 포인트가 쉽게 잡히지 않으니, 미션에 대한 공감도 함께 떨어진다. 프로그램 컨셉과 진행방향이 일치하고, 뚜렷한 목표점이 보여야 시청의 몰입도가 높아진다. 특히나 처음 코너를 내놓을 땐, 최대한 단순한 그림만 보여주는 게 효과적이다.

영웅호걸, 키스에 묻힌 정체성?

이 점에서 영웅호걸 1회는 성공이고, 2회는 실패였다. 1회에는 12명의 출연진을 잘 나가는 팀과 못 나가는 팀으로 나누고, 신경전을 펼치며 캐릭터 구축에 힘을 쏟았다. 대결구도로 게임을 펼쳤고, 승패에 따라 당근과 채찍이 주어졌다. 첫방임에도 몰입이 상당히 쉬웠다.

그러나 2회에는 여자럭비팀이 출연하면서, 대결구도가 무너졌고 방향성을 잃었다. 그녀들이 왜 럭비팀을 찾아갔는지에 대한 뚜렷한 목적을 찾을 수 없다. 전날엔 야식을 두고 <1박2일>을 찍더니, 다음날 럭비를 체험하는 <여걸식스>로 돌변한다. 그리고 군부대를 찾아온 양, 서비스로 티아라의 '보핍보핍' 춤을 앞세운 공연을 마치자, 강호동의 <천생연분>이 강림한 태양과 아이유의 키스퍼포먼스. 지켜보는 <골드미스가간다> 언니들의 호들갑.

큰 그림이 보이지 않고 중간중간 짜깁기의 연속, 그리고 식상함보다 무서운 산만함. 프로그램 끝에 남는 건 태양과 아이유, 그리고 여자럭비팀 주장의 키스뿐이다. 프로그램이 상당히 급하고 조잡하다. 시청자의 시선은 붙들어야겠고, 이것저것 보이고자 애를 쓰지만,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깜짝 키스에 묻힐 정도다. 그만큼 뿌리가 되는 컨셉이 허약하다는 방증이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12명의 여자들이 모인 것인가?

걸그룹 멤버들이 다수 포함됐다는 점에서 <청춘불패>를 떠올릴 수 있으나, <영웅호걸>은 '1박2일'과 '여걸식스'의 혼합형이며, '골드미스가간다'의 연장선에 있다. 세가지 포맷을 짬뽕했으니 산만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사람은 좀 많은가? 여자 12명에 MC 이휘재-노홍철.

'인기순'으로 팀을 나누는 것은 <라인업>을 보는 듯 하다. 인기란 서열아래 대결을 펼치는 <라인업>이, 결국 <영웅호걸>의 모태라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인기'는 실질적으로 의미가 없고, 확실한 패턴이 필요하다는 점. 대결이든, 도전이든 <영웅호걸>의 전개방식을 단일화할 필요가 있다. 정신사나운 챕터 1,2,3 식의 자막은 버리고, '저녁식사'-'잠자리'-'기상미션'의 <1박2일>처럼 정형화된 패턴이 필요하다.

어차피 예능에서 컨셉이란 돌려 입는 바지같은 것. <1박2일>도 좋고, <여걸식스>도 좋다. <남자의자격>이 중년의 무한도전이란 평속에서 롱런하듯이, <영웅호걸>도 12명이 여성에게, 실질적 결과가 보이는 미션을 부여해야 몰입도가 높아진다. 현재는 승자에게 맞선권을 부여하던 <골미다>보다 못한 수준이다.

그나마 노사연, 신봉선, 서인영의 예능감이 돋보였고, 동갑내기 막내 아이유와 티아라 지연의 활약이 눈에 띠었다는 점. 비록 나르샤, 카라의 니콜, 핑클 이진이 병풍으로 전락한 면은 있으나, 유인나, 홍수아, 박가희, 정가은 등 뚜렷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발전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다. 이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큰 그림이 보여야 한다.

초반엔 어디에 누구를 찾아가기 보단, 그녀들 안에서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데에 중점을 두는 게 낫다. 게스트도 필요없다. 12명이면 풀어놓을 에피소드가 산적하다. 그와중에 캐릭터와 관계도를 충분히 설정한 후, 럭비든 축구든 찾아가서 대결을 하고, 게임을 해도 늦지 않다.

물량공세 <강심장>으로 효과를 톡톡히 본 SBS 예능국이, 리얼버라이어티의 마지노선이라 불리는 7명을 넘긴 12명의 여자들을 앞세워 <영웅호걸>을 탄생시켰다. 이것은 다다익선의 측면에서 완전히 틀린 계산이라 볼 수 없다. 다만 목적이 뚜렷해야 몰입이 쉽다. 왜 12명이 필요한 지, 어떤 식으로 활용할 것인지 단순하게 드러나야 한다. 바로 프로그램의 정체성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