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 음악 좀 틀어줘'의 세상이다. 아이들의 외국어 공부를 걱정하던 엄마들의 귀에 들려오는 아이들의 자연스런 외국어 발음, 따라 나가 보니 인공지능이 선별한 외국어 영상이었다. 원하는 음악부터 아이 돌보미, 학습 도우미를 넘어 외로운 솔로들의 마음까지 달래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 그러니 드라마 남자 주인공 역할을 'AI(인간이 가진 지적 능력을 컴퓨터를 통해 구현하는 기술, Artificial Intelligence)가 맡는다는 게 그리 이상할 것도 없다. 바로 6월 4일부터 시작한 KBS2의 미니시리즈 <너도 인간이니?>의 이야기다.

아들이 된 AI

KBS 2TV 월화드라마 <너도 인간이니?>

하지만 드라마로 온 AI의 시작은 '고전'적이다. 마음씨 좋은 제페토 할아버지가 나무토막을 깎아 자식삼아 만든 인형 '피노키오'처럼, 아들을 시아버지에게 빼앗긴 인공지능 로봇 연구자 오로라 박사(김성령 분)는 아들과 닮은 '남신1'을 만들었다. 그리고 아들이 성장하는 모습에 따라 그녀의 AI도 '남신Ⅱ', '남신Ⅲ'로 변화해 갔다. 그렇게 AI를 아들삼아 지내려던 오로라 박사. 하지만 그녀를 찾아 공항에서 해프닝을 벌이며 체코까지 찾아온 친아들 남신(서강준 분)이 교통사고로 사경을 헤맨다.

아들의 부재가 곧 PK그룹 내 아들의 위치를, PK그룹을 서종길(유오성 분)에 의한 위기로 빠뜨릴 것이란 걸 직감한 엄마는 아들처럼 여겨왔던 '남신Ⅲ'에게 부탁한다. '엄마의 아들을 지켜줘'.

그리고 엄마의 아들을 지키기 위해 아들의 역할을 해야 하는 남신Ⅲ의 캐릭터는 스필버그의 역작 AI(2001)에서 벤치마킹한다. '천문학적 속도로 발전한 과학 문명 AI들의 봉사를 받고 살아가는 인간들, 그런 가운데 하비 박사가 만들어 낸 '감정이 있는 AI'는 아이가 없는 인간의 가정에 '입양'되는데....'로 시작한 영화 <AI>는 인간을 사랑하게끔 프로그래밍 된 소년 로봇 데이빗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너도 인간이니?> 역시 세상에 눈을 뜬 순간, 감정이 없다면서도 엄마바라기인 AI 남신Ⅲ를 등장시킨다. 그래서 엄마가 좋아하는 꽃을 사들고 오는 길에 엄마가 늘 자신을 바라보면서도 자신을 넘어 그리워했던 남신의 교통사고를 목격한 남신Ⅲ는 기꺼이 남신을 대신하기 위해 한국으로 온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AI

KBS 2TV 월화드라마 <너도 인간이니?>

<너도 인간이니?>라는 드라마는 제목처럼 이중적 질문을 던진다. 당연히 주인공이 사람이 아닌 남신Ⅲ라는 AI이듯, 인간이 아닌 AI가 벌이는 갖가지 해프닝을 통해 AI의 인간적 딜레마를 재연해 낸다. 아들과 헤어져 위로가 필요했던 어머니가 프로그래밍 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안아줘요'라는 제 1원칙부터, 삭제를 시켰음에도 본능적(?)으로 발현한 재난모드 시 인명구조 행동 등을 통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남신Ⅲ의 존재론을 묻는다.

그리고 프로그래밍 된 AI 주제에 넘치는 인간미를 보이는 남신Ⅲ와 달리, 그를 아들로 여겼으면서도 정작 자신의 친아들이 나타나자 그를 기꺼이 아들 대용으로 '사용'하는 어머니. 그룹과 자신을 위해 아들과 손자를 독점하려는 할아버지 남건호 회장(박영규 분)과 그의 순종적인 하수인인 척하며 호시탐탐 그룹을 노리는 서종길 이사와 그 측근들은 흔히 '사람답지 못한' 사람들에게 낮잡아 쏘아붙이는 '너도 인간이니?‘의 구어적 표현을 통해 ‘인간의 비인간적' 모습을 폭로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렇게 인간이 아닌 이종의 존재를 통해 인간됨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방식은 이미 1818년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이래 고전적인 주제이다.

6%를 넘겼지만(6회 6.3% 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너도 인간이니?>는 동시간대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다. 3.4%의 시청률로 고전하던 MBC의 <로봇이 아니야>처럼 역시나 인간이 아닌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의 한계를 노정하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또한 여주인공이었던 공승연의 전작인 <써클: 이어진 두 세계>처럼 대중과 소통하기엔 버거운 SF물의 여정을 되풀이 하고 있지는 않을까 우려도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100억 대작이라는 제작진이 내세우는 CG 등의 퀄리티에 대한 기대와 함께, 괴작이었지만 문명이 낳은 슬픈동화로 기억되는 김규완 극본, 김용수 연출의 <아이언맨>에 버금가는 또 한편의 '현대적 동화'로 남겨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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