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선데이 <남자의자격>이 '남자, 그리고 하모니'를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야심차게 준비한 <남자의자격> 월드컵 특집이 기대만큼 주목을 끌지 못했다. 또한 자리를 잡아가는 일밤 <뜨거운형제들>과 유재석이란 이름만으로도 부담을 주는 <런닝맨>의 가세는 '남자격'에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오는 시점이다. .

그러나 <남자의자격>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9월 3일 거제도에서 펼쳐질 전국합창대회를 목표로, 뮤지컬계의 마이다스손 박칼린 음악감독을 섭외, <남자의자격> 합창단프로젝트를 히든카드로 꺼낸 것이다. 방송을 지켜본 시청자의 반응은 호평 일색이었다. '남자격' 일곱명과 함께 할 합창단원을 뽑는 공개오디션은 화제가 되었고, 오디션의 신데렐라가 된 바닐라루시 배다해를 비롯, 대중에게 생소한 이들의 노래선물은 효과만점이었다.

<남자의자격>의 장점을 십분 발휘한 것이다. 그것은 1년 6개월이란 '시간'의 힘이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쌓아 온 노하우가, 또 하나의 보석같은 에피소드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러한 장기프로젝트는 멤버들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프로그램의 인지도가 어느정도 받쳐줄 때 폭발력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자격'이 일요일저녁 소리없는 강자임을 여실하게 드러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남자의자격, 신데렐라는 배다해가 아닌 이경규?

25일 방송분에선, 남자격합창단에 최종합격한 23명의 얼굴이 공개됐다. 이경규를 비롯한 '남자격' 일곱명과 함께할 명단은 배다해, 서인국을 비롯, MC몽과 함께 했던 '서커스걸' 조은설, ‘아이폰녀’ 김여희, KBS 아나운서 박은영, 종합격투기 챔피언 서두원, 리포터 선우, 개그우먼 박슬기, 윤형빈의 여친 정경미 등으로 목소리도 그렇고 개성도 뚜렷하게 느껴진다.

다만 본업이 가수이거나, 성악과 출신, 뮤지컬무대에서 현역으로 활동 인 프로들이 많이 눈에 띄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엔 오디션에 참가했던 84명의 직업분포도가 이와 다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크게 놀라운 결과도 아니다. 또한 합창단에 녹아들 수 있는 인성과 음악적 재능이 잠재된 이에게 기회를 부여했다는 면에서, 박칼린 감독의 선발기준은 정확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남자격합창단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이경규, 김국진, 김태원 등이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인다는 점이다. 영화 <미션>의 주제곡이자, 팝페라 가수 사라브라이트만이 부른 ‘넬라 판타지아 (Nella Fantasia)'가 첫번째 합창곡이란 사실도, 오디션 합격자들에 비해 노래와 담을 쌓은 이경규, 김국진 등에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남자격의 주인공들이 합창단에서 만큼은 쩌리로 전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굳이 가수출신 등에 프로급 가창력을 보유한 이들을 남자격합창단에 선발해야 했을까. 전국대회라는 거창한 타이틀에, 프로그램의 주인공인 남자격멤버 일곱명이 휩쓸려 가는 건 아닐까. 차라리 실력은 떨어지더라도, 남자격멤버의 수준에 어울리는 조합을 최우선으로 찾아내고 뽑아야 하지 않았을까.

이러한 질문에 답변은 첫번째 연습에서 밝혀졌다. 박칼린감독은 34명 가운데 이경규의 실수를 지적했다. 이경규를 따로 연습시켰고, 그가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계명을 사용하기도 했다. 남자격합창단의 불안요소는 이경규를 비롯한 남자격멤버에게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이경규는 합창단의 그림자가 아닌 주인공이었다.

<남자의자격>은 배다해를 신데렐라로 만드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남자격멤버인 이경규, 김국진 등을 합창단의 신데렐라로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무한도전>이나 <남자의자격>은 최악의 조건에서 무모할 정도의 도전을 하지만, 땀과 노력 그리고 열정으로, 최상의 결과를 끌어내는 것이 프로그램 컨셉이다. 이것은 재미로 때로는 감동으로 시청자에게 전이된다.

가창력면에서 프로급인 선수들 사이에, 불안하고 어설픈 '남자의자격' 멤버들이 있다. 그들을 다듬어 합창단속에 녹아들게 하는 것이 박칼린감독의 역할이다. 실력이 뛰어난 이들을 오디션에서 선발하고 합창단에 합류시킨 것은, 남자격멤버들의 거칠고 둔탁한 목소리가 '과연 그들과 조화를 이뤄낼 수 있을까?'란 보이지 않는 그림을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전국대회 입상보다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의 간판인 남자격 멤버들의 발전이다. 음악을 통한 중년남자들의 또 다른 성장기가 바로 남자격합창단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