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영국에서 방영되었던 <라이프 온 마스>를 리메이크 한 드라마가 첫 방송되었다. 방송 전부터 <터널>가 비교가 되기도 했었다. 주인공이 형사라는 점, 연쇄살인마를 뒤쫓다 시간 이동을 한다는 점 등이 공통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런 비교는 결과적으로 영국 드라마의 변주였다는 의미이다.

원작에 충실한 리메이크;
한국의 수사반장을 회상하게 하는, 88년 형사 이야기의 매력

완벽하게 새로운 것은 나올 수 없다는 말들을 한다. 실제 현대 사회에서 완벽한 오리지널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만큼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화하는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이는 산업만이 아닌 대중문화에서도 자주 드러난다.

최근 급격하게 리메이크 작품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원작 드라마를 리메이크 하는 경향은 그만큼 국내 드라마가 소재 고갈에 시달리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여기에 뛰어난 작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현실적 문제이기도 하다.

OCN 주말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

제작사로서는 검증된 원작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경제적인 문제도 한 몫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 리스크는 오히려 더욱 크게 늘고 있음은 아이러니하다. 원작을 뛰어넘는 리메이크는 쉽게 찾을 수 없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기 쉽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 리메이크된 작품 중에서 성공한 작품을 찾는 것이 더 어렵다. 케이블에서 시작해 이제는 지상파 드라마에서도 리메이크 붐이 일고 있지만, 과연 그들이 생각하는 투자 대비 수익률이 얼마나 좋을지는 모르겠다. 기존 드라마 문법을 파괴하는 새로운 시도는 나오지 않은 채 안정적인 수익에만 집착하게 되면 한국 드라마는 퇴보할 수밖에 없다.

한국판 <라이프 온 마스> 첫 회는 방송 전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것처럼 <터널>과 유사성이 높았다. 범인을 쫓다 오히려 공격당하고 죽음의 위기 속에 주인공은 다른 시간대로 넘어간다. 그리고 그곳은 기묘하게도 그가 사건에 다시 투입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OCN 주말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

최첨단 범죄 수사를 하던 유능한 경찰이 과학 수사라는 용어 자체도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던 1988년으로 돌아가 범인을 잡는단 설정은 흥미롭다. 한때 연인이었던 검사의 제안을 받아 증언에 나섰다 의외의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범인으로 지목된 자의 증거들을 보고 증언하는 과정에서 유력한 범인을 무죄로 풀어주게 된다.

증거가 훼손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풀려난 범인. 그렇게 연인이었던 검사가 납치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추격해 범인을 잡은 순간 누군가 한태주(정경호)의 머리에 총을 겨눈다. 그리고 총성이 들리고 죽어가던 태주는 힘겹게 도로로 나서지만 교통사고까지 당하고 88년 과거로 가게 된다.

이유는 알 수 없다. 왜 시간을 되돌아 과거로 향했는지 알 수는 없다. 그리고 드라마는 이를 설명하려 노력하지 않는다. 드라마는 과학적 근거가 아니라 그저 그 상황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 수사와 폭력을 앞세우는 88년 형사 강동철(박성웅)과 첫 만남부터 어긋나기 시작한 상황 자체는 흥미롭다.

첨단 과학 수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무데뽀 수사를 하던 시절로 간 한태주. 당시 여경은 모든 잡일을 다하는 모모양이었던 시절, 윤나영(고아성)을 '윤양'이 아닌 '윤나영 순경'이라고 부른 첫 번째 인물인 태주는 그렇게 과거에서 현재의 그를 돌아보게 만든다.

OCN 주말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

과거로 돌아간 후에도 범인은 수시로 등장하고 그렇게 그를 추적하는 상황에서 과거 시점 사건과 연결되며 현재와 과거가 얽히게 된다. 태주와 동철의 관계는 드라마를 이끄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철저하게 이성적이며 과학적 근거로 수사를 하는 태주에게 동철은 최악이다.

동철은 철저하게 폭력을 앞세우는 경찰이다. 과학적 근거는 필요 없다. 그저 감으로 수사를 하고 폭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려는 그의 행동은 태주에게는 최악이다. 이런 둘이 한 팀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이후 이 팀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예측하게 한다.

첫 회는 갑작스럽게 88년도로 가게 된 태주의 혼란을 다루었다. 사고 후 자신이 왜 88년 도로 돌아갔는지 알 수가 없다. 관사에서 첫날을 보내던 태주, <수사반장> 속 최불암은 정신 잃으면 안 된다는 말을 남긴다. 그게 꿈인지 뭔지 알 수는 없지만, 현실 속 위기 상황과 과거로 간 태주는 여전히 연결되어 있음을 알려주는 과정이기도 하다.

OCN 주말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

태주가 다시 현실로 돌아가기는 어렵지만, 현재의 증상이 과거의 그도 지배한다. 나비가 자신인지, 자신이 나비인지 알 수가 없다는 '장자'의 호접몽이 다시 소환되었다. 이는 수많은 이들의 영감을 자극했다. 장자의 꿈을 바탕으로 수많은 이야기들이 나왔다는 점에서도 재미있기도 하다.

이 드라마는 새롭지 않다. 영국 드라마 리메이크라는 점에서 새로움은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라이프 온 마스>가 기대되는 것은 여전히 우리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는 <수사반장>과 조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추억을 소환해 재미를 전달하는 방식 역시 우리에게 익숙하게 자리 잡았다.

2006년 원작을 리메이크 한 <라이프 온 마스>는 영국식 유머가 아닌, 우리에게 익숙한 <수사반장>의 감성과 얼마나 연결을 잘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게 다가온다. 그 감성만 잘 자극해도 충분히 매력적인 드라마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박성웅이 연기하는 강동철이라는 인물은 중요하게 다가온다. 한 사람의 시간 여행이 아닌, 배경 자체를 소환한 이 드라마가 과연 시청자들의 감성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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