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막말로 인한 ‘홍준표 패싱’에 곤혹스러워진 상황에서 지방선거 지원유세마저 중단해야 했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열린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도 충격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홍 대표는 “이번 미북회담에서 종전선언이 이뤄지는 것을 결단코 반대한다”고 주장한 것. 또한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의제로도 오르지 않은 주한미군철수에 대해서도 뜬금없는 반대주장을 덧붙이기도 했다.

홍 대표는 현재 북미 간에 논의되는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도 한반도 최악의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벼운 처신으로 ‘재팬 패싱’ 논란을 자초한 일본을 거들기도 했다. 홍 대표는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미·일 동맹 강화”라면서 “본질이 친북좌파인 문재인 정권은 한일동맹은 생각할 수도 없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한일동맹은 문재인 정부뿐만이 아니라 자신들이 집권했던 이명박근혜 9년 동안에도 추진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한일동맹은 아무리 친일적인 누구라도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문제이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 ‘친북좌파 정권’이라고 했는데, 이날 회견 내용을 보면 홍준표 대표는 말만 따로 안 했지 자신의 ‘친일’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사과라면서 달랑 10억 엔으로 국민 자존심을 건드렸던 일본의 태도는 결국 과거 침략과 강제징용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며, 아베 정권이 추진하는 개헌은 곧 또 다른 군사대국화를 전제하는 것으로 우리로서는 동맹은커녕 오히려 경계를 풀 수 없게 하는 것이 일본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북핵문제를 파키스탄식으로 푼다면 한국과 일본이 독자 핵무장을 하는 수밖에 없다”는 철없는 주장까지 하는 홍 대표는 해도 너무한다는 인상을 줄 뿐이었다. 사드 하나 들여오는 문제로 벌어진 중국의 견제로 우리 기업들이 겪어야 했던 보복의 엄청난 결과를 벌써 잊었던지, 아니면 상관 않겠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7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 나라 제1야당의 대표 말보다 김정은의 말을 더 믿는 일부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는데, 김정은보다 더 믿을 수 없는 언행을 보이는 자신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을 먼저 들었어야 했다. 오죽하면 자당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유세를 꺼리고, 피하겠는가.

심지어 홍 대표는 최근 미국을 비난까지 하고 있다.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 개선에 반대하다 못해 보수정권의 대표로서는 볼 수 없었던 반미적 태도까지 드러내고 있다. 물론 진심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의지가 관철되지 않는 것에 대한 투정에 불과할 것이다.

지금의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의 무궁무진한 지하자원과 남한 자본의 결합으로 경제적 효과를 더 크게 기대하는 국민들이 절대 대다수이다. 단지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통일하자는 주장이나 생각은 찾아볼 수도 없다. 한편으로는 서글픈 생각마저 들게 하는 철저한 실용적 논리이기도 하지만 분단된 70년을 감안한다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받아들이게 된다.

2차 회담 마친 남북 정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과거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를 외치던 낭만적 통일론은 찾아볼 수 없는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전혀 읽지 못하는 보수의 한계를 그대로 노출하고 있는 것이 홍준표 대표이며 자유한국당이다. 자유한국당 의원모임인 자유포럼 소속 의원 36명은 북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비핵화가 아닌 북한의 영구적 비핵화(PVID)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합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성명서를 주한미국대사관에 전달했다.

그 대표에 그 의원들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자신들의 생각과 주장을 펼치는 것은 자유라고 믿겠지만 이런 언행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대신 부끄러울 지경이다. 오죽하면 외신기자가 홍 대표에게 영구분단을 원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하겠는가. 아니라고는 했지만 누가 보더라도 홍 대표와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영구분단과 영구적대를 원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북풍으로 정권을 유지해왔던 단순한 논리와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자유한국당은 평화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채 도태되는 비참한 종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홍 대표는 “이 정권은 4년도 안 남았지만”이라는 말을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남은 4년 인기를 걱정하기 전에 총선이 2년도 남지 않았다는 현실을 먼저 걱정해야 할 것이다. 1년 10개월 후면 총선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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