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목도 이런 대목이 없다. 오랜만에 찾아오는 대목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SBS에 과징금을 부과한 23일 전체회의, 기자석을 가득 메운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이날 첫 회의에서 양문석 신임 위원이 어떤 발언을 할 것인가와 SBS에 과연 얼마만큼의 과징금이 부과될 것인지가 기자들 사이에선 초미의 관심사였다.

▲ 양문석 방통위원
예상은 벗어나지 않았다. 그동안 시민운동가로서 활동한 경력을 뒷받침하듯 첫 회의에서 양문석 신임위원은 "시골에 계신 어머니가 서울의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아야(얘야) 우째 TV가 고장 났다 보다. 온통 축구만 나온다"라는 예를 들며 SBS의 독점 중계가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을 보장했고, 중복편성이 사라진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과징금 부과를 반대했다.

이는 양 위원이 시민운동 활동에서 강조해왔던 "방송사가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의 연장선상이라고 볼 수있다.

하지만 양 위원의 주장은 민주당 추천의 이경자 부위원장과는 어긋나 있었다. 이경자 부위원장은 SBS에 무거운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양 위원은 오히려 이를 반대하며 방통위의 중재 역량을 꼬집은 것이다.

양 위원은 최시중 위원장이 "양문석 위원은 과징금 액수에 대해 말하지 않았는데 과정이 괴롭더라도 올바르게 참여해야 한다"고 말하자 "감경사유가 없다고 했는데, 방통위의 기본적 중재의 무능력이 있었다. 규제기관으로서의 자책이 있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개입에서 실패했으면 위원회의 자기 책임이 감경사유"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방송사가 방통위의 권위를 충분히 인정하지 않은 점에 대해 방통위가 자기성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최시중 위원장은 "양 위원은 재야에서 (방통위가) 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말했는데, 공식회의에서는 이런 말을 자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위원들이 논의해 결정한 것인데 존중해줬으면 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방통위의 '무능함'을 지적한 양 위원에게 논의의 결과를 존중해 달라는 말이다.

이날 방통위 전체회의는 자신의 소신에 맞게 의견이 나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즉 추천 정당이 같은 이경자 부위원장과 양문석 위원은 서로 다른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이날 최시중 위원장은 회의에서 "동계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SBS가 단독중계했다고 해서 불편을 제기한 시청자 민원은 극히 적었다"며 "한국 그리스전 할 때 시청률은 47.5%로 결코 40%를 넘지 않았다. 시청자들에게 불편사항을 준 건 아니다. 단독중계를 하더라도 보편적시청권 문제에 대해서는 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최위원장은 "위원회로서 해야 하는 건 법에 규정된 대로 '정당한 사유없이 중계권의 판매나 구매를 거부했는가'인데, 사실 이 문제는 정의가 잘 돼야 한다"며 "다른 나라의 방송법에 이같은 규정이 있는가. 이것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급변하는 방송환경 속에서 어느 정도의 생명력을 가지는가, 정당성이 있는가에 대해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SBS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최근 SBS는 방통위를 상대로 중계권의 강제 판매를 규정한 현행 방송법령의 위헌성을 판단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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