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으로 가면서 진행 속도가 빨리지고 그만큼 몰입도는 커져갑니다. 잔인한 복수를 꿈꾸는 그들이 모두 파멸을 향해 갈 수밖에 없는 의외의 사건이 벌어지는 그들의 복수는 일방이 아닌 쌍방의 대결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빠져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 없는 수렁 속 깊은 곳으로 빠져 들어가 버린 그들의 복수는 그래서 슬픕니다.

모두를 파멸하게 만드는 복수의 끝

1.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을 뿐

해신그룹의 탐욕스러운 장남은 그 간사하고 욕심 많은 모습을 마음껏 펼쳐 보이며 죽음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합니다. 자기 꾀에 자신이 넘어가는 식으로 거대 비자금을 믿는 선배에게 사기를 당하고 자신이 잘못한 사건이 커지며 여론의 집중적인 화살을 받기 시작한 태균은 숨길 수 없는 자신의 본성으로 추태를 보이기까지 합니다.

욕심이 지나쳐 탐욕스러워진 태균은 태성을 찾아가 자신을 옥죄기 시작한 것이 너냐며 폭력을 휘두르려 합니다. 건욱이 없었다면 흠씬 두들겨 맞아도 어쩔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자신이 복수하려는 대상인 태성은 자신 앞에서 처참하게 망가지기만 합니다.

신여사에게도 처절하게 버림받고 형에게도 비참한 모욕을 당하면서도 언제나 그래왔던 자신의 상황에 헛웃음만 지어보이는 태성은 지독한 운명의 희생자일 뿐이었습니다. 자리를 비운 태성의 자리에 앉아 자신과 태성의 운명을 이야기하며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을 이야기하며 '약간의 행운과 지나친 불운'만이 존재할 뿐이라는 건욱의 독백에서는 더 이상 멈추기 힘든 복수의 다짐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자신을 뒤쫓던 형사는 건욱이 태우고 온 선영의 메모를 건네며 모든 사건이 종결되었다고 합니다. 분명 건욱이라는 이름이 있었지만 이를 없애버리고 사건을 종결한 형사는 건욱이라는 존재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그의 본심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건욱에게 복수에 대한 허망함을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이었죠.

"누군가를 향한 분노는 반드시 자기에게 돌아 옵니다"

라는 그의 발언은 건욱의 복수가 결코 쉽거나 일방적일 수 없다는 암시와 다름없었습니다.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선영의 메모를 가진 태성이 찾은 것은 선영을 대신해 자신이 전하지 못한 사랑을 전할 재인이었습니다. 시골에서 올라온 재인의 어머니와 함께 집으로 들어선 그는 평생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가정의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거짓 속에 숨겨진 진실이 그 누구보다 그리웠고 찾고 싶었던 태성에게 재인의 본 모습은 더욱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도록 합니다. 태성에게 차려준 재인의 집 밥을 먹으며 한없는 외로움과 힘겨움을 토로하던 건욱의 모습과는 달리 태성은 풍족함 속에서 한 번도 경험할 수 없었던 가족의 정을 느끼게 됩니다.

스스럼없이 김치를 찢어 자신의 밥 위에 올려주는 재인의 어머니와 함께 하는 밥상은 태성이 지금까지 받아본 그 어떤 식사보다 진수성찬이었고 행복한 밥상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재인에게 향하던 건욱은 그 곳에서 태성을 마주하게 됩니다. 선영의 유서를 들고 찾아온 곳이 고작 이곳이라는 건욱의 발언에 폭발하는 태성은 흥분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재인은 건욱을 말리며 태성의 숨겨진 면을 이야기합니다.

충분히 볼 수 있었고 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선영의 죽음으로 인해 이성을 잃은 건욱에게는 자신만큼이나 불행한 태성이 불행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이 본격적으로 대립할 수밖에 없게 되는 시점은 태균의 죽음부터였습니다.

신여사에게는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아들인 태균의 죽음으로 모든 것을 잃은 듯합니다. 태성이 일본에서 돌아오면서 불어 닥치기 시작한 불행은 아들의 죽음으로 종결되며 지독한 복수로 타오르게 되었습니다. 태성에 대한 증오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나아가고 태균을 죽음으로 몰아간 대상을 찾기 위해 모든 것을 걸게 된 그들은 이제 본격적인 반격을 시작했습니다.

2. 본격적인 반격과 잠복한 위기

해신그룹의 2인자가 될 태라의 존재와 그를 차지하면 해신을 무너트릴 수 있다는 생각에 건욱은 태라를 완벽하게 무너트립니다. 태균의 죽음으로 최악의 상황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숨은 채 우는 태라를 감싸는 건욱은 그렇게 그녀의 모든 것을 차지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 완벽한 상황은 또 다른 균열을 만들고 그 균열은 지독한 복수를 꿈꾸게 합니다. 태라와 키스하고 있는 건욱의 모습을 보게 된 재인과 모네는 혼란스러워집니다. 재인은 한없이 아픈 건욱에 대한 애정이 깊어가고 모네는 언니에 대한 복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뿐이었습니다.

태라와 건욱의 관계를 의심하기 시작한 태라의 남편과 흔들리는 모네의 존재. 태성을 극도로 증오하며 사라진 과거의 태성이라는 존재에 집착하기 시작하는 신여사. 자신의 큰 아들의 죽음에 본격적인 복수를 계획하는 홍회장의 다짐들은 일방적으로 진행되던 나쁜 남자의 복수가 전면전으로 치달으며 서로를 향한 칼날을 목에 겨누게 되었습니다.

조금만 흐트러져도 태라가 배우는 펜싱처럼 의외의 깊은 상처를 줄 수도 있는 상황은 더욱 흥미롭게 만들기만 합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해신그룹의 가장 큰 존재인 태균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상대가 직접적인 반격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그들의 복수의 끝이 종말 밖에는 없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누군가가 완벽하게 사라지지 않는 한 복수가 끝날 수 없는 상황은 누구에게도 득이 될 수없는 파멸을 부르는 복수극일 뿐입니다. 철저한 복수극으로 모두를 압도해왔던 건욱은 막강한 세력의 반격에 맞서야 하고 긴장하고 있는 그들에게 건욱은 위험한 도박 같은 복수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 몰렸습니다.

건욱을 도와 복수극에 함께 했던 태균의 피해자도 해신의 복수극의 또 다른 희생자가 되며 건욱을 위협하게 될 겁니다. 집사가 건욱을 통해 과거 파양당한 태성을 떠올리듯 비서실장은 죽은 태균이 건넨 명함을 통해 건욱을 의심하게 됩니다. 파양당한 아이를 지속적으로 찾는 신여사의 모습은 모든 복수극의 핵심이 그가 존재함을 그들도 알아가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죽어가던 선영이 건우에게 건네 마지막 메시지가 "살려 달라가 아니라 말려달라는" 것이었다는 형사의 말은 많은 것들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죽음이 아닌 복수의 끝을 바라던 선영의 말은 결국 더 나아가서는 안 되는 상황에 몰리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와 누나의 죽음과 태균의 죽음은 서로에게 돌이키기에는 너무나 큰 상처가 되었습니다. 물러설 곳이 없는 그들의 복수는 그래서 슬프고 아플 뿐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게 되고 무엇을 위한 복수인지가 모호해지는 상황에서 복수는 허무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밖에는 없게 합니다.

돌이키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린 그들의 복수극은 그렇게 마지막을 향해 날카로운 칼날을 갈고 있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