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좋다'가 개편과 함께 새 코너 두 개를 내놓았다. <런닝맨>과 <영웅호걸>. 코너명부터 색깔이 뚜렷하다. 남성위주의 런닝'맨'과 여성위주의 영웅호'걸'. 그러나 런닝맨은 식상하고 영웅호걸은 신선하다.

이유는 바로 일요일저녁이기 때문이다. 이미 해피선데이 <1박2일>과 <남자의자격>. 그리고 '일요일일요일밤에' <뜨거운형제들>이 '남성'중심의 버라이어티를 내세우고 있다. 걸그룹멤버들을 필두로 한 '여성'중심의 <영웅호걸>은 차별된 소스를 갖췄다. 반면 <런닝맨>은 후발주자란 핸디캡과 함께 '식상하다'는 비판의 날 위를 달리고 있다.

유재석이라면 가능하다는 생각이, 초반부터 <런닝맨>의 다리를 풀리게 만든 격이다. 유재석은 이미 토요일 저녁 <무한도전>에서 충분히 달리고 있다. 스스로 달리는 동시에, 캐릭터가 다른 중구난방 여섯명의 남자를 조율하는 진행까지 맡고 있다. 여기에 일요일저녁까지 유재석에게 여러 명의 남자들과 달리기를 강요한다.

유재석, '런닝맨'아닌 '영웅호걸'을 택했어야!

이미지 중복만큼 '식상함'을 부르기 쉬운 것도 없다. 시청자의 눈에 가장 먼저 띄는 것은, 프로그램의 컨셉 전에 출연하는 인물과 조합이다. 개리, 이광수, 송중기 등 새로운 남자를 투입한다고 해서 신선함을 담보할 수 없다. 프로그램의 얼굴이자 메인MC가 유재석이다. 유재석의 <무한도전>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해선, 최소한 '런닝맨'이 아닌 '런닝걸'이어야 했다.

<런닝맨>의 재미 여부를 떠나, 유재석의 활용방법에서 감점요인을 안고 시작한 건, 제작진의 실수였다. 차라리 12명의 여자들을 조율하는 <영웅호걸>에 유재석이 투입됐다면 어땠을까. 일단 유재석을 중심으로 봤을 때, 그림자체가 신선하다. 출연진 전체가 여자다. 그 안에 남자 유재석을 풍덩 빠뜨렸다면?

유재석은 <무한도전>에선 남자들과 그리고 <동거동락>, <X맨>, <패밀리가떴다> 등에선 남녀가 혼재된 상황을 지휘했다. 그러나 <여걸식스>나 <영웅호걸>처럼, 여자 일색의 출연진을 조율한 경험은 없다. 그것만으로도 일단 신선함이 담보된다. 여자들 안에 파묻힌 유재석이 어떤 시너지효과를 낳을 지 기대케 한다. 동시에 전날 방송되는 <무한도전>과도 그림부터 차별화를 가져올 수 있었다.

이휘재가 <영웅호걸>을 무난하게 이끌고 있으나, 쫄깃한 재미를 선사하는 데엔 2% 부족했다. 18일 방송분에서 알 수 있듯이, 재미의 면발은 여성출연자들 개개인의 능력치로 끌어냈으나, 길게 뽑지 못하고 뚝뚝 끊어진 면도 없지 않다. 그것은 곧 <영웅호걸>에도 유재석이 아쉽다는 방증이다.

사이사이의 빈 공간. 넘치는 건 덜어주고 부족한 건 채워줌으로써, 순간순간 웃음의 포인트를 집어내고 재미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메인MC의 역할. 그리고 열두명의 여자들 속에서, 때에 따라 신데렐라도, 계모도 될 수 있었던 유재석. 얼마나 적절한 조합인가.

물론 12명의 여자출연진이 <영웅호걸>의 얼굴이며, 그녀들이 중심이 되어야 하기에, 굳이 유재석이 아니어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남성'중심의 <남자의자격>과 <뜨거운형제들>에 맞서, <런닝맨>은 유재석 카드를 활용해야 승산이 있다고 본 제작진의 선택도 이해는 된다.

그러나 국민MC 유재석이라도 '식상함'을 이기기는 버겁다. 이미 <X맨>이후 <하자고>와 <기승사>의 실패가 이를 입증한다. <패떴>의 성공요인 중에 하나는. <1박2일>과 닮았을 진 몰라도 <무한도전>과는 달랐다는 점이다. 바로 그 중심에 유재석이 있다. 유재석을 소비하는 방법과 패턴이 달라야, 그도 살고 프로그램도 산다.

토크쇼 <놀러와>와 <해피투게더>가 흥한다고 해서 <무한도전>과 <런닝맨>이 윈윈할 거란 생각이, 오히려 <런닝맨>과 유재석은 물론, <무한도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안요소로 작용중이다.

일요일에 잠시 공백기를 가졌던 유재석의 컴백속엔, 안정보다 변화가 필요했다. 그것은 유재석 혼자서 이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유재석과 함께 하는 출연진, 그를 적재적소에 기용할 줄 아는 제작진이 바탕이 될 때, 유재석도 상황에 맞게 변신하기 용이하다는 사실이다.

<런닝맨>과 <영웅호걸>을 모두 살리겠다는 SBS예능국의 욕심이, 결국 유재석을 식상하게 만들었고, 프로그램도 함께 추락하고 있다. <영웅호걸>에 유재석이 투입됐다면, 일요일저녁에 새로운 태풍이 되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현재로선 유재석의 <런닝맨>은 고전을 피하기 힘들고, <영웅호걸>은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옮겨가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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