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시청률 1위를 지키며 일일드라마로 자리매김한 '바람불어 좋은날'이 가면 갈수록 막장으로 흘러가고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가족드라마 탈을 쓴 막장 드라마다. 사실 드라마 초기부터 논란은 있었다. 장만세는 거짓혼전임신으로 결혼하고, 미성년자(권오복)와 미혼부의 연애부터 시어머니 막장 행보, 악녀 최미란과 박화영의 짝사랑 막장행각, 출생의 비밀까지 연속해서 등장하면서 시청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바람불어 좋은날'은 막장 드라마가 아니라 훈훈한 가족 드라마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막장 소재는 분명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바람불어 좋은날'은 시골에서 홀로 상경해 꿈과 사랑을 이뤄나가는 권오복을 통해 사회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것이 기획의도이다. 그러나 꿈과 희망은 사라지고 막장 코드로 완전히 전향해 버린 꼴이 되어 버렸다. 시동생이 형수 집을 담보로 사체를 빌리고 돈을 가지고 도망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 그 형수는 암으로 생명이 위독한데 말이다.

급기야 막장 중에 최고의 막장인 부모가 딸에게 불륜을 저지르도록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는 것이다. 최미란이 더 이상 임신 할 수 없다는 소식을 접한 미란 부모는 하나밖에 없는 손자가 되어 버린 장독립을 데려오기 위해 갖은 수단을 벌이는데 장독립만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장대한 까지 자신의 딸인 최미란과 잘되길 바란다. 장대한은 이미 권오복과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 막장 가족은 개의치 않으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갖은 모략을 다 한다.

자신의 딸이 더 이상 임신을 할 수 없고 외동딸이다 보니 손자에 대한 집착이 있을 수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손자를 데려오는 것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예전 딸의 남자이며 손자의 아버지인 장대한 까지 딸인 최미란과 다시 남녀 관계로 진행되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막장은 일찍이 본적이 없다. 어찌 딸의 불륜을 부모가 돕는단 말인가? 있을 수 없는 일이 '바람불어 좋은날'에서는 버젓이 펼쳐지고 있다.

일일드라마이며 가족드라마인 '바람불어 좋은날'이 이런 막장 코드를 삽입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것이 안타깝다. 부모가 딸의 불륜을 도울 수는 없다. 또한 권오복의 서울 상경기에서 언제 성공 스토리로 바뀔지 의문이다. 독립을 위해 권오복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나온다. 전업주부로 머무는 것이 권오복 성공기의 마지막 종착지일까?

어느 순간 '바람불어 좋은날'은 기획의도와는 동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성공 스토리는 사라지고 자극적인 막장에 의존하면서 쉽게 드라마를 쓰려는 작가들의 문제라 생각한다. 간단히 막장 코드로 재미를 보려는 듯한 얄팍하고 저급한 생각으로 대본을 쓰고 막장이 욕은 먹어도 대중들에게 먹히니 제작하는 연출자, 보는 입장에서 씁쓸하다. 소신을 가지고 글을 쓰고 연출을 했으면 좋겠다. 가족드라마가 막장 소리를 들어야 하겠는가? 안타까운 현실이다.

문화평론가, 칼럼니스트, 1인 미디어인 블로그가 사회 생태계 진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꿈꾸며, 새로운 감각으로 방송연예 & IT 전반을 분석하는 블로그 운영(블로그 주소 http://tiworker.tistory.com). 경향파워블로그기자로 활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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