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드라마를 보다보면 복선이 있고 그것으로 하여금 다음 이야기와 드라마의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런데 동이의 작가는 천재일까요? 아니면 제가 무지한 걸까요? 도무지 작가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이처럼 힘든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보통 각자 하나의 에피소드들은 서로 상관관계를 가지면서 전체적인 맥락에서 서로 영향을 끼치고 맞물려 가게 되는데요. 그렇게 전개하는 에피소드들 중에 마무리가 되지 않는 것은 보통 그것이 중요한 키포인트가 되면서 뒤의 다른 에피소드에서 밝혀지게 됩니다.

그런데 동이는 그렇게 마무리 되지 않은 것들을 나중에 어떤 식으로 해결이 되고 밝혀지게 될지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는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작가가 천재이거나, 아니면 쪽대본의 폐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도대체 동이는 최씨로 언제 돌아가나?

제가 성격이 급한 걸까요? 사실 저는 처음부터 동이가 천씨에서 최씨로 어떻게 바꾸게 될지 상당히 궁금했었는데요. 그러다 이번에 동이가 후궁 첩지를 받으며 본격적으로 동이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파헤치는 장면이 나오길래, 드디어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최씨로 바꾸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35회를 보고 그것이 또 다시 미뤄지는 모습에 슬슬 지쳐가는데요. 도대체 나중에 어떻게 최씨로 바꾸게 될지 작가의 상상력을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저는 이번이 동이가 최씨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고 생각이 되어지는데요. 동이가 숙종을 찾아가 자백을 하는 일촉즉발의 긴장감 넘치는 장면에서 가까스로 서용기가 그것을 막아서며, 동이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자연스럽게 동이는 원래 최씨였음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서용기는 어디도 존재하지 않던 동이 부모에 대한 문서(차천수가 12년 전 미리 만들어두었던 가짜문서)를 직접 숙종에게 전달하면서, 이제 동이는 천씨임을 증명까지 해버렸는데요. 도대체 어떻게 최씨로 인정받게 될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나중에 서용기가 그 때 숙종에게 했던 말이 거짓이었음을 밝히고, 모든 사실을 얘기하며 직접 죄를 청하여 동이를 최씨로 만들어 줄까도 생각해봤는데요. 그것 역시 동이가 검계 수장의 딸이라는 사실을 서용기가 숨기고, 동이가 검계가 아닌 다른 천민의 최씨임을 증명할 문서를 위조하지 않는 이상 말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임금을 속여서 괴로워하며 그 죄를 청하는 서용기가 다른 거짓말을 할리는 없는데요. 또한 거짓말을 하지 않고 서용기가 당시 검계에게 씌워진 누명을 벗긴다고 해도, 동이가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검계 수장의 딸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기에 그것이 알려진다면 동이 역시 무사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도대체 작가는 동이를 최씨로 어떻게 만들 것인지 상상할 수가 없는데요. 최소한 연잉군이 태어나기 전에는 바뀌어야 할 것 같은데 어떤 식으로 그려낼지 상당히 궁금합니다.

검계 재건은 낚시였나?

동이 홈페이지에 등장인물 소개를 보면 차천수는 한양 검계의 새로운 지도자로서, 최효원이 죽은 후 분열되어 정체성을 잃어가는 검계 조식을 재건하고 젊은 지도자로 부상한다고 되어 있는데요. 그동안 차천수를 보면 동이 찾아다니기 바쁘고 도대체 언제 검계를 재건하려고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검계를 재건하고 있다면 간간히 몰래 행동하는 모습을 한컷씩만 보여줬어도 충분했을 것 같은데요. 그런 모습도 전혀 보여지지 않더라구요. 그렇게 차천수는 평생 동이를 지키는 것이 자신에게 있어 전부이고, 검계를 재건하는 것 따위는 잊어버린지 오래인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차천수가 검계를 재건하면서 검계의 요원들을 이용해서, 장희재 패거리와 대적하며 문제를 해결하게 될 줄 알았는데요. 하지만 보여지는 것은 검계의 존재는 전혀 없고, 차천수만이 일당백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이번 35회에서 궁궐에서 검계라는 존재 자체가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보니, 차천수가 검계를 재건하고 있었다면 그 화는 고스란히 동이에게까지 미칠 수밖에 없는 것 같은데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동이는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불법 조직을 운영하는 역적의 수장을 오라비로 데리고 있는 것이라, 동이는 숙종 앞에서 결코 떳떳할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서용기 또한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이번과 같이 동이를 절대 감싸주지는 못했겠지요.

그렇게 동이는 지금 자신이 검계 수장의 딸이라는 과거만으로도 숙종에게 그 사실을 얘기하지 못해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거기다 차천수가 검계를 재건하여 검계 수장의 동생이라는 현재까지 더해진다면 동이는 숙종을 마주대할 수조차 없었겠지요. 그렇게 결국 동이가 승은상궁으로 궁궐로 들어간다는 결과가 있는 이상, 애초부터 차천수의 검계 재건은 있을 수가 없었던 전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설마 작가가 어느 순간 생뚱맞게 검계는 이미 재건이 되어있었다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천민의 왕이 가지는 의미의 허탈함

동이 3회에서 도인 김환은 동이를 숨겨주었다가 관군이 들이닥치자, 차천수와 동이를 도망 보내며 모든 일이 잘 될 것이라고 아무 걱정 말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차천수와 동이가 가고 나자, 일이 잘 풀려서 다행이라고 제자에게 이렇게 얘기하는데요.

거짓말이다. 뭐 딱히 해줄 말도 없고 해서 말이야. 더 많은 피가 뿌려질게다. 저 아이의 비극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어. 이 모든 것은 이 아이의 혹독한 운명 탓일 게다. 칠살과 양인을 품었구나. 그것이 저 아이를 천인으로 나게, 가진 모든 것을 빼았고 아무것도 남겨주지 않을 것이다.

살인상생, 그 검에 제 목숨마저 뺏기지 않고 살아남는다면 닿을 수 없는 곳에 닿고 이룰 수 없는 것을 이루게 되겠지. 천민들의 진짜 왕은 저 아이의 아비가 아니다. 바로 저 아이야.

그렇게 도인 김환은 동이를 천민의 왕이라고 하는데요. 천민의 신분으로 숙종의 후궁이 되는 숙빈최씨의 이야기였기에, 그 천민의 왕이라는 것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상당히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번 35회에서 그런 천민의 왕이 가지는 의미가 밝혀졌는데요. 서용기의 거짓말로 동이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는 숙종은 동이를 찾아 위로를 해주면서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내금위장으로부터 모든 이야기를 들었다. 니가 그토록 힘들어 했던 까닭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구나. 허나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나는 너와 니 아비의 탓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어쩌면 그것은 임금인 나의 탓인 것이야. 이 나라는 어쩔 수 없이 반상과 신분이 존재하는 나라다. 가진 자들은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 힘없는 자를 수탈하고 억압하지. 나는 임금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천민들까지 두루 살피지 못했었다. 늘 백성을 진중에 담아두겠다 했으면서도. 내 보살핌은 그들에게까지 미치지 못했던 게야.

그래. 너는 내게 그런 사람이었지. 그래서인지 그런 생각이 들더구나. 이것이 하늘이 널 내게 보내준 이유가 아닐까 하고 말이야. 그들 천민들 또한 내 백성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 그것이 임금인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이다. 너를 통해 그들의 아픈 소리를 들으라고 말이야.

결국 동이가 천민의 왕이라고 했던 것의 의미는 천민이었던 동이가 숙종의 곁에 있으면서 숙종이 천민의 존재를 잊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는데요. 저는 검계를 재건한 차천수를 통해서 무언가 직접적인 의미를 뛸 줄 알았는데, 그저 왕의 여자로서 자신이 천민 출신인 것을 떠올려 천민들에게도 잘 해주기를 바라는 수동적인 의미였습니다.

위에서 검계에 대해 얘기했듯이 궁궐에 있는 동이와 천민들 사이에 접점이 전혀 없어진 이상, 그리고 왕의 여자로서 처소에서 새장에 갖힌 새처럼 지내다보니 어쩔 수 없는 것이기는 한데요. 하지만 천민의 왕이라는 것에 상당히 기대를 했던 것에 비하면, 너무 수동적이고 추상적인 의미라 다소 허탈한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서용기는 왜 동이에게 손암호에 대해 묻지 않았나?

서용기는 동이가 자신이 어릴 적 찾던 최동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예전 벗이었던 최효원이 자신을 위해서 죄를 뒤집어쓰고 부인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동이를 위해 숙종에게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그러고는 동이를 찾아가 숙종에게 거짓말한 죄는 자신이 짊어지고 갈테니, 동이에게 그 일은 덮고 자신의 위치에서 해야 할 일들을 해나가라고 하는데요. 그 와중에 서용기는 동이에게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그날을 기억하는가? 자네는 내게 아비의 죽음이 억울하다 했었지. 두 번 다시 죄인의 여식을 놓아주는 일은 없을 것이야. 허니 다시는 내 눈에 띄지 말거라.

죄인이 아니에요. 우리 아버지가 한 짓이 아니에요. 나리. 제가 그 신호를 봤어요. 죽은 영감께서 보여주셨던 신호, 그것을 어떤 항아님이 하는 것을 봤어요. 그게 중요한 뜻이다 하셨잖아요. 허니 그 항아님을 찾아 물어봐주세요.

그것이 어쩌면 그토록 오랜 시간 내가 자네를 찾아 헤맨 까닭인지 모르네. 나는 마음으로부터 자네 아비에 대한 미련을 놓을 수 없었던게야. 그것이 사실이라면 난 진실을 알아야 겠네.

그렇게 서용기는 지난 세월을 그토록 동이를 찾아 헤매며 동이가 얘기한 그 신호에 대해 물어보려했는데요. 이제 언제라도 물어볼 수 있기 때문에 급할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 일까요? 그런 얘기까지 꺼내어 놓고서는 그 신호가 무엇이었는지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그 남인들 사이에 주고받던 손 암호에 대해서는 이번에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이렇게 그 의미는 밝혀지지 않은 채 넘어가버렸는데요. 도대체 그 손암호의 의미가 얼마나 대단하고 결정적인 것이기에 동이 처음에 나왔던 그 일이, 35회가 훌쩍 지나면서까지 밝혀지지 않는 것인지 정말 궁금해 죽겠습니다.

이렇게 동이를 보다보면 매회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면서 긴장감 넘치는 전개에 재밌게 보고는 있지만, 알려줄듯 말듯 풀릴듯 말듯 하는 전개 때문에 보다가 홧병이 날 것처럼 답답하기도 한데요. 이 모든 것을 작가가 잊어버리지 않고 꼭 잘 풀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야기보따리를 다 풀어놓고 수습이 안 되는 상황이 되어버리는 건 아니겠지요?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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