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선데이 <1박2일>은 30%를 웃도는 높고 안정적인 시청률과 별도로, 내부적으로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복귀한 김종민이 예능감을 찾지 못한 채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했고, 김C의 하차로 생긴 공백은, 균형추를 상실해 뒤뚱거리는 <1박2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아졌다. 여기에 MC몽의 병역면제관련 의혹이 제기되면서, 우산 없는 소나기까지 맞고 있는 형국이다.

김C의 부재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문제지만, MC몽의 경우는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종결돼야 할 사안이다. 18일 방송에서도 알 수 있듯이, 초반 침체된 표정으로 자신감을 잃은 듯한 MC몽의 낯선 모습은, 지켜보는 시청자도 마음이 편할 수 없다. 하루 빨리 의혹을 해소하는 것만이, 본인 뿐 아니라 <1박2일>과 시청자를 위해서도 최선이란 사실이다.

'김종민-김C-MC몽'으로 적잖은 혼란 속에 빠진 데다, 나영석PD를 비롯한 제작진마저 KBS노조파업으로 이탈중이라 첩첩산중에 놓였던 <1박2일>. 메인MC 강호동은 평소보다 예민하게 액션을 취했다. 자칫 흐트러지기 쉬운 녹화장의 분위기를, 멤버나 제작진 구분 없이 초반부터 정신 번쩍 들게끔 쏘아 붙인 그의 내공이 돋보였다.

시청자로선 불쾌할 수 있을지 몰라도, 강호동의 초반 과했던 액션은 <1박2일>을 위한 최선이었다. 내부적인 상황이 안 좋더라도 시청자 앞에선 변함없는 <1박2일>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 강호동은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욕을 먹더라도, 평소보다 강하게 멤버들과 제작진을 선도할 수 있는 역할도 메인MC의 몫이기 때문이디.

덕분에 '혹서기대비캠프'는 최근 방영된 에피소드 중, 가장 1박2일다웠다는 호평을 받을 만큼 재미 면에선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당일 비가 내린 날씨처럼 전체적으로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완전히 해소했다고 보기엔, 역시나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멤버들이 느끼는 부담감이 군데군데 드러난 것도 부인하기 어려웠지만 말이다.

제작진이 놓친 떡밥-이수근 안전불감증?

무엇보다 아쉬웠던 건, 앞서 간 제작진이다. 마치 기자와 네티즌에게 떡밥은, <1박2일> 제작진이 알아서 제공하겠다는 듯이, 튀었던 장면들이 몇 군데 잡혔다. 'MC몽 구하기'를 위해 직접 나섰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묵언수행이 김종민에게서 MC몽으로 옮겨간 장면을 집중 부각한 것은, 일종의 동정심 유발을 위한 측면도 있겠지만, 의혹을 안고 있는 시점에서 활기찬 모습을 보이는 것이, 자칫 반감을 부를 수 있었기에 어쩌면 현명한 선택이었다. 문제는 MC몽을 대신한 듯한 떡밥들이었다.

첫 번째 떡밥은 김종민에게 오징어 복장을 입게 한 것이다. 그가 팀에 융화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제작진이 대놓고 인증했다. 돼지, 곰, 원숭이 등과 구별되는 바다 생물 오징어. 김종민이 '1박2일' 팬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아는 제작진이, 공개적인 왕따복장을 준비한 것은,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였을까. 준비된 화약고 김종민을 재차 건드린 의도가 궁금하다.

두 번째 떡밥은, 강호동은 노력형 MC인 동시에 천재에 가깝다는 이승기의 멘트였다. 강호동은 예능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MC가 맞다. 그리고 최고는 노력 없이 갈 수 없는 자리다. 당연한 얘기를 방송으로 내보낼 필요가 있었을까. 승합차안에서 한 얘기 중에 굳이 그 부분을 살린 이유가 뭘까. 강호동팬과 라이벌 유재석팬사이에 벌어질 인터넷 논쟁을 지켜보겠다는 심산이 깔려있는 듯 보였다.

제작진이 제시한 떡밥은, 마치 MC몽을 위해 준비한 것 같아 씁쓸했다. 그러나 준비한 떡밥은 별다른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정작 사고는 이수근에게서 터졌다. 김종민의 라면을 훔쳐 먹은 것도 썩 유쾌하진 않았지만, 트럭 밑에서 먹는 모습은, <1박2일>이 남녀노'소'도 본다는 사실을 망각한 위험한 행동이었다.

재미를 쫓던 이수근의 행동은 돌발적인 것이라 실수에 가깝다. 그렇다면 제작진이 편집에서 걸러야 했다. 그러나 제작진은 장작 중요한 장면을 놓쳐, '위기탈출넘버원'의 이수근은 안전 불감증과 파트너가 됐고, 노출증에 이어 또 다시 네티즌 화살에 과녁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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