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3일 시청점유율 산정과 관련해 방송사업자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 때문에 방송계 안팎에서는 과연 신문의 구독률을 어떻게 시청점유율로 환산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미디어스에서는 앞으로 3회에 걸쳐 구독률을 시청점유율로 산정하는데 있어 문제점이 무엇인지 짚어본다.

① 구독률을 시청점유율로 환산 가능한가?
② 해외사례, 독일은 어떻게 시청점유율 환산을 마련했는가?
③ 누구를 위한 시청점유율 규제인가?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5월 18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를 마치고 나서 기자실에서 "올해 안에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를 선정할 방침"이라며 미디어랩의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미디어 다양성을 위해 마련된 시청점유율에 관한 규제가 오히려 기존 사업자를 규제하는 데 사용된다는 점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미디어 산업의 진흥을 위해 종합편성채널을 선정한다는데, 오히려 기존 사업자에게는 진흥보다 2중 규제로 작용한다는 측면이 강하다는 소리다.

최근 방통위는 시청점유율 30%를 초과하는 방송사업자의 유, 무형 자산을 매각하도록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고, 신문 및 방송사업자의 의견 수렴에 나섰다. 방통위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방송시장 점유율이 30%를 초과하면 주시청 시간대에 광고를 하지 못하거나 타 방송사 사업자에게 방송시간의 일부를 무상으로 양도해야 한다.

이 때문에 방송계에서는 "과연 방송산업 진흥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기존 방송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목적으로 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기준도 없는데 규제부터"

방통위가 시청점유율 규제를 하겠다는 조항을 꺼내놓자, 한 방송계 관계자는 "현재 기준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방통위가 자산 매각조치를 언급하면서 사업자들과 간담회를 하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 아닌가"라며 "독일의 경우, 시청점유율을 만들기 위해 5년 이상 논의를 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방송법이 개정된지 1년 만에 시청점유율 환산방안을 만들고, 규제 효과까지 거두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시청점유율에 대한 기준이 명확치 않다는 점이다. 방통위 미디어다양성추진단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구독률의 시청점유율 환산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최대한 우리의 환경에 맞게 기준안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방통위가 개최한 방송사업자 간담회에서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참석한 방송계 한 관계자는 "잘못 개정된 방송법을 가지고 기준안을 만들려고 하니 안되는 것 아니냐?"며 "시청점유율의 기준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점유율 환산에 관한 기준인데, 현재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상황에서 방통위가 독자적으로 끌고가는 것이 안쓰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현재 지상파방송은 편성규제, 자체제작, 외주비율, 구매비율 등 다양한 규제를 받고 있다. 여기에 시청점유율 규제가 더해질 상황이다.

물론 한 지상파방송사가 연평균 시청점유율 30% 이상을 기록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지난해 6월 MBC가 '선덕여왕'으로 시청점유율이 34%가량 된 것을 감안하면 향후 '선덕여왕'같은 프로그램과 예능 프로그램의 선전이 이어진다면 30%이상의 점유율도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 경우, 방통위 방침을 적용하면 자산매각은 물론 주시청대의 광고 금지, 타방송사업자에게 방송시간의 일부를 무상으로 양도하는 등 상당한 규제를 받게 된다. 잘 만든 프로그램이 득이 되는 게 아니라 회사를 망하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종편에겐 시청점유율 30%는 꿈의 수치다. 극단적인 예로 지난 2007년 12월 OBS경인TV가 개국한 이후, 한해 240여 억 원의 제작비를 투자했지만 평균 시청률은 1% 안짝이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종편이 향후 제작비를 1,000억 원 이상을 투입한다고 해도 과연 평균 점유율이 10%를 넘길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종편을 위한 시청점유율 규제

결국 시청점유율의 규제가 미디어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신규 사업자의 여론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고는 하지만 뒤집어보면 기존 지상파의 규제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지상파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적어도 진흥을 위한 무언가를 시도하고 있다면 그에 맞게 기존의 있는 매체와 새로 들어오는 매체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며 "기존의 것을 죽이고 새로운 매체만을 살린다는 것은 결국 종편이 정치적인 논리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역 지상파의 한 관계자도 "지역은 콘텐츠 제작역량을 살려야 하고,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한 제도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런데 방통위가 중앙방송을 규제하면 결국 그 여파는 지역으로 내려오게 돼 있다"며 "콘텐츠의 진흥과 시장의 글로벌화를 위한다고 하지만 결국 기존의 지상파 방송사를 죽이기 위한 누더기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방통위는 향후 시청점유율 규제를 위해 구독률을 시청점유율로 환산하는 방안을 마련해 공청회를 연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기존 사업자들의 의견청취는 물론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시청점유율로 기존의 사업자를 규제할 경우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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