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의 가상 결혼생활을 엿보는 리얼버라이어티 <우리결혼했어요>. '닉쿤-빅토리아' 커플이 가세하면서, 총 세 커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출연시기가 틀려, 에피소드나 미션이 다르게 진행될 뿐 아니라 개개인의 성격이나 라이프스타일도 달라, 전혀 다른 3색으로 구분되어 나타나고 각각의 커플은 나름의 개성과 재미를 시청자에 어필한다.

다만 결혼생활이 출연자에 의해 능동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우결'속에 내재된 일정한 패턴과 제작진이 제시한 '미션'이란 큰 틀에서 이뤄진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결국 제작진의 '미션'은 출연자를 수동적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우결을 '리얼시트콤'으로 바라보는 일각의 시선은 피할 수 없다.

'가상'이란 무게가 '리얼'을 누른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 단지 '우리결혼했어요'라는 프로그램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 한, 리얼예능으로 바라봐도 문제될 것 없듯이, 리얼을 부정하고 시트콤으로 바라본다고 해도 재미를 느끼는 데엔 불편함이 없다. 오히려 시트콤스런 재미를 찾기 위해 '우결'을 시청중인 팬도 많을 거라 사료된다.

우결, '서현vs빅토리아' 최고의 발연기는?

아담커플 '조권-가인'과 글로벌커플 '닉쿤-빅토리아'를 보면, 극과 극의 느낌이 난다. 만약 그들이 시트콤을 찍는다고 가정하면, 발군의 연기력을 보이는 조권과 가인에 비해, 닉쿤과 빅토리아는 그야말로 발연기의 진수를 보여 준다.

아담부부는 뭘 해도 자연스럽다. 그것은 200일 동안 맞춰 온 호흡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닉쿤과 빅토리아는 200일이 지난다 해도, 시청자에겐 어색함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바로 발음에서 오는 문제와 한국어 능숙치 못한 부족한 어휘력에 있다.

'닉쿤-빅토리아'커플은, 흡사 <천국의계단>에 '손듀오빠' 최지우와 '한뎡서' 권상우를 떠올리게 한다. 치명적인 발음을 타고난 '최지우-권상우'커플이 '우결'에 강림한 듯 하다. 그러나 닉쿤과 빅토리아의 부정확한 발음과 어색한 표현력은, 오히려 '우결'의 재미를 업시키고 있다. 그들의 어설픔이 예능에서 통하는 것이다.

닉쿤이 태국인, 빅토리아가 중국인이란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막상 '우결'속에 그들을 바라보면, 이국적인 느낌이 나지 않을 뿐더러, 발음이 부정확한 한국인 커플이란 생각이 들 정도다. 그것은 같은 동양인이란 이유도 있겠지만, 이미 시청자들에게 그들은 익숙하고 친근한 존재란 사실도 무시할 수 없다.

만약 닉쿤과 빅토리아가 또박또박 한국어를 잘 하는 외국인이었다면, 지금의 그들을 바라보는 재미도 반감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아담커플, 용서커플과의 차별도 힘들고, 캐릭터가 중첩될 우려마저 있었겠지만, 다행히 늘 '~요'로 끝나는 '닉쿤-빅토리아' 커플만의 매력을 시청자에게 쉽게 어필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 서현과 정용화는 또 다른 시트콤을 찍고 있다. 드라마 <미남이시네요>에 출연했던 정용화는 속을 알기 힘들 만큼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반면, 서현은 자신의 감정을 표정이나 멘트에서 쉽게 감추지 못한다. 그만큼 아직은 순진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서현은 정용화의 멘트를 되새김질하거나, '~군요'나 '~다'로 끝나는 국어책 멘트를 자주 날리곤 하는데, 캐릭터는 확실하되 연기로 보면 빵점에 가깝다. 그러나 반대로 보면, 서현의 어설픈 리액션 덕분에 우결에 '리얼'을 불어넣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결'을 시트콤으로 바라보면, 서현과 빅토리아는 누가 최고라 할 것도 없이 발연기의 진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어설프고 어색한 리액션과 멘트로, 속내를 파트너에게 뿐 아니라 시청자에게까지 쉽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우결'에 대본은 있을지 몰라도, 대사가 없음을 반증하는 케이스다. 덕분에 그녀들 뿐 아니라 조화를 이루는 파트너에게까지 긍정의 요소로 작용하고, 시청자는 가상결혼임을 알면서도 리얼의 재미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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