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의 무서운 성장세와 함께 많은 화제를 낳으며 고공 성장 중인 예능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그 주인공은 가상 아이돌 세 부부가 출연하고 있는 MBC ‘우리 결혼했어요’이다. 불과 1년 전 MBC 예능국 내에서 버리기는 아깝고, 그렇다고 해서 남 주기도 아까웠던 예능프로그램이었던 우리 결혼했어요는 아이돌 커플 후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며, 우리 결혼했어요의 전성기라고 칭해지는 네 부부 출연 당시 때의 인기를 다시 한 번 재현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아이돌 세 부부가 서있다. 정확히 말하면, 아이돌 두 부부가 서있다고 해야 맞는 표현인 듯하다. 일명 아담 부부로 불리는 조권과 가인의 조합. 초반 많은 비판적인 여론에 부딪쳤지만, 비난 여론을 잠재우고 떡하니 성공한 용서 부부로 불리는 정용화와 서현, 그리고 최근 투입된 닉쿤과 빅토리아 조합까지 우리 결혼했어요는 한 부부가 부족한 이미지를 다른 부부가 채워주는 상호작용을 통해 제작 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 아이돌의 인기로 하여금 화제성까지 높이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완벽함에도 항상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우리 결혼했어요에게 남는 아쉬움은 2000년에서부터 시작된 최고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나쁜 남자’의 부재이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 많이 뜸해졌다고 해도 아직도 많은 여성들은 나쁜 남자가 자신들의 이상형이라고 밝히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만큼 나쁜 남자 컨셉을 가진 남자를 좋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10~20대 등 대세와 트렌드에 민감한 연령층이 주로 시청하고, 대세와 트렌드를 잘 따라 한다는 대한민국 최정상 급 남자 아이돌이 출연하는 우리 결혼했어요에는 나쁜 남자의 컨셉을 지닌 남자 아이돌이 없다.

모든 남자 아이돌 출연진이 착하다. 브아걸 가인과 가상 부부로 출연하고 있는 2AM의 조권도 그러하고, 소녀시대 서현과 함께 출연하고 있는 정용화도 그러하며, 최근 투입된 f(x)의 빅토리아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2PM의 닉쿤도 그러하다. 남성 아이돌 출연진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 시키려고 하지 않고, 오직 여성 출연자들의 요구에만 발을 맞춰주며, 여성 아이돌 출연진이 하는 것 하나하나에 온갖 리액션을 취하며 여성 아이돌에게 간 쓸개 다 내놓고 비위를 맞춘다. 또 남성 아이돌 출연진이 여성 아이돌 출연진을 능가하는 애교를 보여주는 등 우리 결혼했어요의 남성 아이돌 출연진들은 말 그대로 모두 착하다.

물론 우리 결혼했어요가 대한민국 전국에 방송되는 TV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남성 아이돌들이 여성 아이돌에게 비위를 맞추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일 수도 있다. 자칫 잘못 했다가는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고, 이런 논란에 휩싸이게 되면 연예계에서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사회 전반으로 퍼져 나가기 때문에 남성 아이돌에게는 나쁜 남자 컨셉을 우리 결혼했어요를 통해 선보이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정도가 지나치다. 마치 사전부터 제작진이 ‘착한 컨셉으로!’라는 명령을 내린 것처럼 모든 남성 아이돌 출연진이 착한 모습 밖에 보여주지 않는다. 종종 상대 출연진을 놀리는 장면도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장난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남성 아이돌 출연진 모두가 착한 컨셉인 것을 보는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가상 부부가 사랑을 받는 이유는, 시청자 본인으로서는 할 수 없는 행동이나 행위를 가상 부부가 대신 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인기 이유를 생각 했더라면, 이런 마치 처음부터 끝까지 짜여진듯한 착한 남자 컨셉보다는 단 한 사람이라도 나쁜 남자 컨셉을 조금이라도 보여주는 것이 맞아 보인다. 물론 어느 정도 위험 부담도 분명히 존재함은 부정 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시청자들은 성숙 했을 만큼 성숙했다. 머가 진심이고 머가 가식인지 다들 말 안 해도 알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물론 종종 문제 꺼리가 되기도 하지만, 이런 성숙한 문화를 믿고 한 번 도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결혼했어요 측에게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 방송프로그램의 시청률이 급락하는 이유 중 하나는 ‘식상함’이다. 예전과 같이 쭉 이와 같이 착한 남자의 컨셉으로만 밀고 나간다면, 어느 순간 시청자들은 식상함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기 전에 미리 움직여 몇몇 남성 출연진에게 나쁜 남자 컨셉을 요구하고, 이와 같은 나쁜 남자 컨셉을 이용 한다면 두 마리 토끼가 아닌 다섯 마리 토끼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착한 남자 컨셉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 명이라도 나쁜 남자 컨셉에 도전해서 시청자에게 새롭고 신선한 맛을 선사 해주면 어떠할까?

시본연의 연학가 소식 http://hwking.tistory.com을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본 연예계라는 뜻의 '시본연'처럼 최대한 즐겁고 유쾌하게 글을 쓰고, 이로 많은 네티즌과 소통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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