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억의 제작비와 스케일, '소지섭-김하늘-윤계상' 등 화려한 캐스팅, 사전제작 등으로 방영전부터 숱한 관심과 기대를 모았던 <로드넘버원>. 그러나 초반 제작진의 무리한 급전개와 고증의 실패는 시청자의 이탈을 막지 못했고, 매복중이던 <제빵왕김탁구>의 강력한 포스에,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한 채 몰살직전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로드넘버원>이 낮은 시청률로 고전하고 백기를 들 정도로, 완전히 재미를 잃은 것은 아니다. 전쟁을 통해 등장인물 개개인이 상처를 입고, 아픔은 첨예한 갈등을 낳지만, 결국 전우애와 사랑을 중심으로 치유하는 과정이, 상황에 맞는 인물과 에피소드로 맞물려 단계를 밟고 희망을 끈을 이어가고 있다.

7회에는 이장우(소지섭)와 신태호(윤계상)의 갈등을 증폭시키기 위해, 미친존재감 윤삼수(최민수)의 장렬한 최후를 아낌없이 투자했다. 덕분에 2중대 속에 캔디가 된 이장우와 밉상넘버원으로 부활한 신태호의 날선 대립각이 앞으로의 재미를 자극한다.

윤삼수는 드라마에 힘을 불어넣었지만, 동시에 이장우와 신태호사이를 가로막는 장애물이었다. 주인공 장우와 태호가 스파클이 튀어야 함에도, 윤삼수가 버티는 상황에선, 갈등이 켜지면 바로 꺼지는 성냥개비가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갈등에 기름을 부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찬물이 되고만 윤삼수. 그의 죽음은 필연에 가까웠다.

제작진의 '김하늘죽이기'?

그렇다면 윤삼수가 사라진 지금, <로드넘버원>은 희망을 길을 제대로 걷는 것일까. 간과한 게 있었다. 바로 제작진이란 커다란 장애물. 로드넘버원의 제작진은 하나로 둘을 만들지 못하고, 반으로 쪼개 먹는 비효율의 극치를 보여준다.

몰입을 할 만하면 뚝뚝 끊어 먹는 발편집은 불치병인가. 두손 두발 다 들었다. 더군다나 전쟁보단 휴먼, 휴먼속에 멜로를 지향한다던, 당초 <로드넘버원>의 슬로건은 '유치하다' 네 글자밖에 보이지 않는다.

특히 멜로의 중심인 김수연(김하늘)을 망가뜨리는 데엔 도가 튼 상황이다. 오죽하면 시청자도 김수연을 포기하고, '이장우-신태호'의 금지된 사랑을 꿈꿀까. 여주인공 김수연은 어느 새 <로드넘버원> 지뢰가 되고 있었다.

전투가 끝나면 고정코스가 생겼다. 장우가 수연의 일기장을 품에 안고 먼 산 바라보기. 마치 전쟁통에 휩쓸린 문학소녀같다. 신태호가 심심하면 옥가락지를 만지작거리는 것도 안쓰럽다 못해 민망할 정도다. 옥가락지가 녹아 없어지는 사탕반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새로운 장면을 준비 못했다면 그냥 가볍게 넘어가는 게 낫다. 장우와 태호가 수연을 못 잊어 늘 가슴 한켠에 묻어두고 그리워한다는 것쯤은 시청자도 익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낡은 레코드를 자꾸만 돌리는 이유가 뭘까. 손발 오그라들면 시청자가 좋아할 것이란 덜컥수의 반복. 결국 뻘짓중인 장우-태호가 아닌, 모든 게 수연이 때문이라며 화살이 김하늘에게 돌아간다.

제작진의 김하늘죽이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7회에선 그녀의 존재감이 인민처녀 조인숙(김예리)에게 묻힌 굴욕을 당한다. 짧은 분량에도 확실한 캐릭터를 구축한 조인숙은, 전쟁중에도 감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수연의 캐릭터를 압도했다.

인숙을 보호하기 위해, 대신 고문을 당하고 피투성이가 된 수연. 이 상황은 수연의 희생정신을 부각시킨 좋은 장면이었고, 그녀에게 반감을 갖던 인숙의 심경에 변화를 줄 개연성을 담보한다. 다만 수연이 수난을 당한 뒤에, 왜 하필 베드신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회상을 해도 항상 악수가 되는 장면만 골라 써먹는 것도 재주다. 수연의 캐릭터를 깃털마냥 날려버린다.

베드신을 회상 안 하면, 그녀의 뱃속에 장우의 아이가 자란다는 사실을 시청자가 모를까봐 걱정을 했던 것일까. <로드넘버원>의 문제는 수연의 캐릭터만 쫓아가도 알 수 있다. 내용에 문제가 아니라, 몰입을 방해하는 덜컥수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 제작진이 그 고리를 끊지 못한다면, 시청률 뿐 아니라 연기자들의 투혼도 함께 묻히고 말 것이다.

블로그 http://manimo.tistory.com 은,정답을 위해서 혹은 공감을 위해서 글을 쓴다기보단, 한사람 시각에서 대중문화를 바라보고 출발하는 조용한 '바람'일 뿐입니다.
단지 찾아주는 분들께 차갑지 않은, 조금이나마 시원한 바람이 될 수 있길 바랄 뿐이죠.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