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3일 시청점유율 산정과 관련해 방송사업자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 때문에 방송계 안팎에서는 과연 신문의 구독률을 어떻게 시청점유율로 환산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미디어스에서는 앞으로 3회에 걸쳐 구독률을 시청점유율로 산정하는데 있어 문제점이 무엇인지 짚어볼 예정이다.

① 구독률을 시청점유율로 환산 가능한가?
② 해외사례, 독일은 어떻게 시청점유율 환산 기준을 마련했나?
③ 누구를 위한 시청점유율 규제인가?

방송통신위원회가 신문의 구독률을 시청점유율로 환산하겠다는 것은 여론의 다양성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7월 방송법 개정으로 방송법 '제69조의 2(시청점유율 제한)'이 신설됐다. 여론의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한 '시청점유율 제한' 조항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분명한 철학이 선행돼야 한다.

신문의 구독률을 시청점유율로 환산하는 나라는 독일이 유일하다. 하지만 독일의 사례를 단순히 우리나라에서 차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독일의 경우 "개인이 미디어의 영향력을 독점해서는 안된다"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 방송법이 만들어지면서 헌법에 명시됐다. 이런 전제 하에 독일의 시청자 점유율 제도는 모든 프로그램의 시청자 점유율을 포괄한다. 구독률과 시청점유율 환산 기준을 달리한 우리나라의 경우와 다르다.

중요한 것은 여론의 영향력을 어떻게 측정할 것이냐이다. 독일은 시청자 점유율 모델이 1997년 1월 1일 도입되자 이를 전담하는 매체 집중조사 위원회(Kommission zur Ermittlung der Konzentration im Medienbereich, KEK)를 신설했다. KEK는 방송법 및 경제법의 전문가 위원 6명과 주(州) 매체기구들을 대표하는 6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전문가 위원 중 3명은 판사자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KEK 위원들은 주 수상들이 합의해 5년 임기로 임명한다. 그 만큼 권위를 가진 기구라는 것이다. 이들은 1개의 미디어 기업이 시장에서 어떻게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지를 연구하고, 실제로 규제한다.

우리의 경우 단순히 신문의 구독률을 시청점유율로 환산해 여론의 다양성을 구현하겠다고 욕심을 내고 있다. 독일의 경우 전문가 집단이 수년간 미디어 기업이 어떻게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좁힐 수 없는 차이가 존재한다.

▲ '두치케의 승리'라는 구호가 돋보이는 이 그림은 독일 진보좌파언론매체 타게스차이퉁(TAZ)에 나온 만평이다. 지난 2008년 4월 베를린 시내에서 거행된 '루디-두치케-거리' 명명식을 축하 하고 있다. 잘 보면 두치케 얼굴이 보이는 좌측 위로 '루디거리'가 있고 그 반대편 오른쪽 보수 언론매체 '악셀거리'의 대조가 인상적이다. 사진 출처 블로거'drewermann's welt'

소구력, 확산 효과, 시의성으로 평가

2005년 8월 독일의 출판 그룹 악셀 슈프링어(Axel Springer AG)는 독일의 양대 방송 그룹의 하나인 프로지벤자트아인스(ProSiebenSAT.1) 전체를 인수하려 했다. 그러나 KEK는 인수가 이뤄질 경우, 지배적인 여론 권력이 생길 것으로 판단, 인수 계획을 승인하지 않았다. 이종 매체 시장에서의 인수 합병에 있어 텔레비전 시청자 점유율로 환산하는 기준과 비율을 설정하고, 실제로 적용한 최초의 사례다.

KEK가 삼은 기준은 텔레비전과 다른 매체와의 유사성이다. 즉 매체의 특성과 사용 환경, 편의성, 효과 등의 측면에서 텔레비전과 비교되는 정도를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유사성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소구력', '확산효과', 그리고 '시의성'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소구력'은 한 매체가 가지고 있는 텍스트, 그림(고정/동적), 그리고 소리 등 커뮤니케이션 형태들의 조합이 보여주는 효과를 의미한다. 인터넷을 제외한 다른 매체들은 텍스트, 동영상, 소리가 혼합돼 있는 텔레비전에 비해 소구력이 낮았다. 이를 수치화 했다.

또 '확산효과'의 경우 전체 인구에 대한 매체의 도달범위를 말한다. 물론 독일에서는 모든 매체의 도달범위에 관한 자료를 정기적으로 작성하고 있다. 예를 들면 2005년 당시 매체의 도달범위는 텔레비전 89%, 라디오 84%, 일간신문 51%, 인터넷 28%, 잡지 17% 였다. 확산효과 평가에는 한 매체 사용에 대한 시간, 공간적 편의성도 고려된다. 즉 매체 제품(방송 프로그램, 신문기사 등)의 이용이 시간과 공간의 조건에 얼마나 구애받는가를 수치화한 것이다. 독일에서 신문과 잡지의 경우, 특별한 장치 없이 어느 곳에서나 이용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휴대하기 편하다는 점 때문에 시공간적 편의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마지막으로 '시의성'을 기준으로 삼는다. 즉 매체의 시의성으로 프로그램 또는 기사의 생산 주기 또는 업그레이드 주기를 의미한다. 이러한 3가지 기준으로 텔레비전을 100으로 놓고 이에 대한 다른 매체의 상대적 수치를 계산, 그 값을 텔레비전 시청자 점유율로 환산하는 가중치로 사용했다.

예를 들어 일간신문의 경우, 텍스트와 그림만을 사용해 소구력에서 뒤지고 독자 범위와 시의성에서도 텔레비전에서 떨어지지만, 의제설정과 여론 지도자에 대한 영향력이 크다. 이 때문에 일간신문은 텔레비전 영향력의 2/3이다.

또 온라인매체는 텔레비전 영향력의 1/2, 라디오는 1/2, 대중잡지 1/10, 텔레비전 프로그램 잡지 1/7로 잡았다. 이 가중치는 소구력, 확산효과, 시의성 등을 놓고 계산한 것이다.

KEK는 이렇게 산출된 가중치를 사용해 악셀 슈프링어 그룹이 프로지벤자트아인스 그룹을 인수한다면 이 회사가 전체 여론에 미칠 영향력이 얼마인지를 텔레비전 시청자 점유율로 환산해 합산했다. 결과적으로 악셀 슈프링어는 일간신문 17%, 텔레비전 프로그램 잡지 4%, 대중잡지 1%, 온라인 매체 3% 등 총 25%였다. 여기에 프로지벤자트아인스 그룹의 시청자 점유율은 22%. 양사의 점유율을 합하면 47%. 1개 기업이 시청점유율 30%를 넘지 못하기 때문에 KEK는 두 그룹의 인수 합병을 불허했다.

독일의 경우에서 살펴 볼 수 있듯이 여론다양성을 구현하기 위해 구독률을 시청점유율로 환산하는 것은 단순히 여론의 다양성 구현이라기보다는 여론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 독일의 경우, 방송법을 만든 시점부터 끊임없이 여론 독과점에 대한 고민을 해 왔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이 있어 왔으며 독일의 시청점유율 사례가 입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기범 공공미디어연구소 박사는 “독일은 여론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해 이종매체의 결합시 시청자 점유율을 환산했다. 또 독일은 점유율 환산의 주체, 기준, 방법 등을 마련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었다”며 “우리의 경우, 독일의 시청자 점유율 환산법을 단순히 가져와서는 안된다. 본래의 취지였던 여론 독과점 방지의 목적을 가지고 와야 할 것이며, 방통위 독단적으로 기준을 마련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반드시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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