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남자의자격>은 '남자, 그리고 하모니'라는 주제로, 합창단에 도전하는 멤버들의 음역테스트가 이뤄졌다. 합창단은 장기 프로젝트로, <남자의자격>에 출연중인 이경규를 비롯한 일곱명뿐 아니라, 23명의 또 다른 단원을 추가로 뽑는 공개오디션도 동시에 진행됐다.

공개오디션에는 조혜련, 박슬기와 같은 연예인들도 있었고, 무명가수 혹은 연기자 지망생도 있었다. 또한 KBS 행정부에 근무하는 직원도 눈에 띠었다. 그러나 가장 화제 되었던 참가자는, 종합격투기 챔피언 서두원 선수였다. 근육질 몸매에 터프한 인상과 상반된, 부드럽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가수 뺨치는 실력을 선보여, 오디션장 뿐 아닌 인터넷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이번 미션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나타난, '뮤지컬계의 전설' 박칼린 음악감독은 색다른 다른 재미를 선사해주었다.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자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박칼린. 그녀의 등장만으로도, <남자의자격>에 퀄리티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효과를 낳았다.

남자격 출연한 '박칼린', 무릎팍도사 섭외될까?

한국인 아버지와 리투아니아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박칼린 음악감독은, 뮤지컬 '명성황후', '오페라의 유령', '시카고', '미녀와 야수', '노틀담의 꼽추' 등, 국내 뮤지컬의 마이더스 손이라 불릴 정도로, 최고의 작품은 언제나 그녀의 손을 거쳐 완성됐다.

수많은 무대를 거치는 동안, 개성강한 배우들을 하나로 묶어, 최상의 하모니를 만들어 낸 장본인이 박칼린 음악감독이다. 그녀는 합창단 미션을 앞둔 '남자격' 멤버들에게 재능 못지않은 노력과 의지, 인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하기 싫으면 나가라는 강한 어조로 포문을 열었다. 온화한 미소 뒤에 거침없는 카리스마는 어쩌면 당연한 액션이었고, 예능 30년 이경규조차도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박칼린감독이 예능에 출연한 것은 처음이다. 만약 이경규 등의 출연진을 최대한 배려하는 차원에서 오디션 등을 진행을 했다면, 11일 방송의 재미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박칼린감독은 여느 게스트들과 달리, 자신의 소신과 카리스마를 잃지 않는 철저한 다큐모드를 견지함으로써, 이경규, 김국진, 김태원 등 출연진의 리얼반응을 끌어냈고, 재미는 최고에 달했다.
또한 평범한 질문인 듯 싶지만, 오디션에 참가한 동기를 묻는다거나, 옷차림만으로도 상대방의 의중을 꿰뚫는 날카로운 통찰력을 선보였다. 그것이 정답이 아니더라도, 낯선 사람에게서 인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최소한의 객관적 지표로는 설득력이 담보되어 있다. 무엇보다 음악의 하모니에 앞서, 인성의 하모니를 염두하는 그녀의 철학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방송이 끝난 뒤, 박칼린 음악감독에 대한 인생철학이 더욱 궁금해졌다. 딱딱한 교양도 좋지만, 웃음이 오가는 부드러운 예능에서, <남자의자격>에 출연한 박칼린이 아닌, 음악감독 박칼린의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을까. 그리고 떠오른 것은 황금어장 <무릎팍도사>다.

<무릎팍도사>의 재미는 한사람의 인생을 진솔하게 그릴 줄 안다는 데 있다. 너무 무겁거나 또는 너무 가볍지도 않은 무릎팍도사 강호동의 진행이 아닌 대화 속에, 게스트가 방송을 통해 하고픈 인생의 에피소드나 철학이, 특별한 포장 없이도 근사하게 차려진다는 점이다.

보기가 좋으면 소화도 잘 된다. 김연아, 안철수, 박경철, 장영주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비연예인이 출연했을 경우, 시청자의 관심은 더욱 높아진다. 연예인의 성공비결과 과정은 외모, 연기, 노래 등 특정 카테고리에 중첩됐다는 느낌이 강한 반면, 비연예인들이 성공으로 가는 과정에는 평범속에 비범함이 내재되었다고 바라보기 때문이다. 평범이라고 하면 자신감과 노력이 될 것이고, 비범이라고 한다면 그들만의 기술과 노하우일 것이다.

박칼린을 무릎팍도사에서 보고 싶은 이유는 하나다. 바로 그녀의 리더쉽. <남자의자격>에서 간을 본 그녀의 철학에서 알 수 있듯이, 모래알같이 흩어진 개성 넘치는 사람들을 모아,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도록 구축하는 노하우. 박칼린이 가진 통합의 리더쉽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여기에 그녀의 인생스토리가 스며든다면 재미면에서 보너스가 될 것이고. 과연 <무릎팍도사>가 박칼린 음악감독을 섭외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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