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두산을 상대로 위닝 시리즈로 마쳤다. 한승혁이 초반 완벽하게 무너지며 전날 경기를 내줬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안치홍의 끝내기 안타로 연장 11회 승리를 얻었다. 아쉬움도 많은 경기였지만, 1위 독주하고 있는 두산을 상대로 위닝 시리즈를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운이 없었던 팻딘, 안치홍 3점 홈런으로 시작해 끝내기 안타로 마무리했다

전날 패했지만 기아 타선만큼은 강력했다. 7득점을 하고도 지면 그건 마운드의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 2경기를 잘 던지던 한승혁이 한순간 무너지며 회복하지 못했다. 공이 몰리고 스스로 경기 지배력을 잃으며 지난 시즌까지 보이던 한승혁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한승혁으로서는 첫 번째 고비를 넘지 못했다. 지더라도 충분히 자신의 존재 가치를 보여줘야 했지만, 선발로서 입지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새겨질 수밖에 없음을 스스로 만들고 말았다. 한승혁 본인으로서는 다음 등판에서 다시 자신이 선발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음을 증명해야만 한다.

KIA 타이거즈 선발 투수 팻딘 (연합뉴스 자료사진)

팻딘이 등판한 이번 경기의 모든 것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1회부터 바가지 안타가 나오고 수비 코치가 수비 위치를 수정하면 그곳으로 안타가 나오는 상황이 이어지며 팻딘을 힘들게 했다. 수비 위치 조정을 하지 않았으면 그저 평범한 아웃이 될 수 있는 상황이 안타로 위기로 이어지는 과정은 투수로서는 힘들 수밖에 없다.

1회 최주환의 중전 안타는 투수가 잡지 못하는 한 힘든 코스였다. 하지만 허경민의 우전 안타는 빗맞아 만들어진 안타였다. 김재환의 적시타가 이어지며 선취점을 내준 팻딘은 다행스럽게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다. 불안하게 시작했지만 기아 타선은 1회부터 반격을 시작했다.

6경기 연속 동일한 순서를 유지할 정도로 타선이 좋은 기아는 1회 시작과 함께 버나디나가 4구를 얻어 나가자, 김선빈이 안타를 만들며 무사 1, 3루 상황을 만들었다. 이 상황에서 안치홍은 높게 제구 된 몸쪽 공을 놓치지 않고 풀 스윙으로 3점 홈런을 만들어냈다. 단박에 3-1 역전을 만들었다.

홈런 후에도 최형우와 김주찬이 연속 안타를 치고 나가며 다섯 타자 연속 안타로 대량 득점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지완이 삼진을 당하며 흐름이 끊겨 버렸다. 이범호 역시 너무 성급한 공격으로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난 후 김민식마저 중견수 뜬공으로 추가 득점을 하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기아는 3회 김주찬과 이범호의 안타로 만든 상황에서 김민식이 우중간을 뚫고 펜스까지 굴러가는 2타점 3루타를 치며 5-1까지 앞서 나갔다. 올 시즌 김민식의 장타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3할 타율에 준수한 장타력까지 갖춘 포수라면 누구라도 탐낼 수밖에 없다.

KIA 타이거즈 안치홍 (연합뉴스 자료사진)

두산은 4회 반격에 나섰다. 오재원이 유격수 깊숙한 안타로 나간 후 정진호의 텍사스성 안타에 1루 주자가 3루까지 내달리며 무사 1, 3루 상황을 만들었다. 빗맞은 안타가 많았던 이번 경기였다. 타점 1위를 달리고 있는 1번 타자 최주환의 타구 역시 빗맞았는데 그게 투수키를 바운드로 넘기는 타구였다.

병살로 만들기도 힘겨운 타구로 타자 주자를 잡아내는 것이 최선인 상황이었다. 5-2까지 추격을 했지만 팻딘은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팻딘은 6회 1실점을 하기는 했지만 6과 2/3이닝 동안 107개의 투구수로 12피안타, 1사사구, 2탈삼진, 3실점을 하며 선발로서 역할을 충실하게 해주었다.

아쉬웠던 것은 초반 5득점까지는 쉬웠지만 이후 기아 타선이 좀처럼 추가 득점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기아 타선이 막힌 상황에서 두산은 1점씩을 뽑으며 추격을 해왔다. 7회 팻딘이 주자 하나와 투 아웃을 잡은 후 김윤동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하지만 연속 4구로 만루를 만들며 최소 동점이나 역전을 당할 수 있는 위기까지 자초했다.

다행스럽게 정진호를 2루 직선타로 잡아내며 위기를 벗어났지만 기아 불펜 문제는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8회 김윤동은 1사를 잡아 놓은 후 3개의 안타를 내주며 다시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만루 상황에서 기아는 급하게 임창용을 올렸다. 1실점을 하기는 했지만 양의지와 오재일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동점은 만들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임창용은 연속 삼진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9회 선두 타자로 나선 대타 류지혁마저 삼진으로 잡고, 세 타자 연속 삼진을 만들자 공에 대한 과신을 한 듯했다.

KIA 타이거즈 투수 임창용 (연합뉴스 자료사진)

오재원에게 9회 1사 상황에서 동점 솔로 홈런을 내주고 말았으니 말이다. 9회 아쉽게 동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임창용은 10회까지 역전을 시키지 않고 막아냈다. 11회 마운드에 오른 이민우는 14개의 공을 던지고 승리 투수가 되었다. 김승회, 함덕주에게 꽁꽁 묶였던 기아 타선은 11회 다시 살아났다.

선두 타자 이범호가 삼진을 당하고, 김민식이 내야 땅볼로 투 아웃까지 당하며 12회로 넘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대타로 나선 최정민이 내야 안타를 만든 것이 결정적이었다. 꺼져 가던 불씨를 살렸기 때문이다. 이번 안타가 없었던 버나디나는 11회 마지막 타석에서 안타로 기회를 연장했다.

김선빈은 9회 4구에 이어 11회에도 4구를 골라내며 2사 만루 기회를 안치홍에게 넘겨주었다. 3점 홈런과 2루타를 때렸던 안치홍은 2사 만루 상황에서 우중간을 꿰뚫는 끝내기 적시타를 치며 연장 승부를 승리로 이끌었다. 안치홍은 3점 홈런으로 역전을 시켰고, 2사 만루에서 적시타로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이번 경기는 안치홍이 시작해서 안치홍이 끝낸 경기였다. 전반적으로 기아 타선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에서 연장 승부에서 안치홍이 끝내기 안타로 기분 좋은 승리를 얻었다는 것은 중요하다. 이는 삼성 원정 3연전에서 다시 타격감을 키워낼 수 있기 때문이다. 수비 위치 조정이 모두 실패로 돌아가 허무했던 이번 경기는 부상에서 돌아와 기아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안치홍이 모두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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