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에 정규편성된 SBS<하하몽쇼>가 논란속에 2회를 방송했다. 메인MC인 하하와 MC몽에 대한 호감도가 병역문제와 연관되어 추락한 상황인데다, 첫 회 메인게스트가 표절로 물의를 빚은 이효리였고, 2회엔 최근 루머 등에 휩싸여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장윤정이란 이유로, 네티즌사이에 반응은 비판과 격려를 오가는 극과 극으로 나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논란이 될 만한 외적인 사안을 접고 <하하몽쇼>라는 프로그램 자체만 놓고 볼 때, 1,2회를 통틀어 가장 인상 깊게 본 것은, 메인MC 하하-MC몽도, 메인게스트 이효리와 장윤정도 아닌, 11일 방송된 '엄마가 부탁해' 코너에 등장한 걸그룹 카라였다.

하하몽쇼, '카라' 민낯대방출 효과 - 걸그룹에는 후폭풍?

2AM 조권 어머니의 부탁을 수행하기 위해, 하하와 엠씨몽 그리고 카라의 규리와 구하라가 일일엄마가 되어 2AM의 숙소를 방문한 파일럿방송에 이어, 정규방송에선 카라 강지영의 어머니 부탁으로, 카라가 2AM의 위치에 놓였던 것이다.

하하와 MC몽은 2AM 때와 마찬가지로, 카라의 숙소를 아침부터 급습했고, 침실에서 자고 있던 카라(박규리,한승연,구하라,니콜,강지영)멤버들은 카메라에 여과 없이 노출됐다. 메이크업은 고사하고, 잠자고 있는 걸그룹 멤버들의 모습을 방송에서 지켜본다는 건, 시청자에게 꽤나 생소한 일이다. 한편으론 촬영자체가 카라에게 무례하게 비춰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약속 없는 습격은 없다. 숙소에 등장한 제작진과 하하, MC몽의 방문을 카라멤버들도 알고 있었겠지만, 자고 있는 상황에 맞이할 줄을 몰랐던 것 같다. 때문에 그녀들은 잠자는 모습부터, 부스스하고 퉁퉁 부은 얼굴로, 잠에서 깬 민낯으로 카메라에 적응할 수밖에 없었다.

카라에게 놀랐던 건 화장을 벗고 민낯대방출을 한 것이 아니었다. 바로 카메라의 습격에도 아랑곳 않던 그녀들의 태도였다. 잠에서 깨면 으레 호들갑을 떨고, 세면 후에 녹화를 진행하려고 할 거란 예상을 무참히 깨고, 부스스한 얼굴로 카메라와 정면대응하는 대인배포스를 보였다.

세수도 안한 채로, 아침 체조대신 자신들의 히트곡 '루팡'에 맞춰 안무를 선보였고, 예능이 원하는 그림을 내놓았다. 이어 하하와 MC몽과 함께, 욕실에서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을 때도, 불편한 기색 없이 웃음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규리와 강지영은 '빨래'발언으로, 구하라는 씻기 귀찮다고 도망치며, 예능돌다운 끼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걸그룹중에서 예능만큼은 소녀시대가 안 부러운 카라다웠다. 카라는 예능의 생리와 시청자의 심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녀들은 호감을 살 줄 아는 센스를 갖췄고, 자신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살리기 위해, 살신성인을 마다 않는 진정한 개념돌 걸그룹이었다.

단순히 민낯사진 몇 장을 인터넷에 띄우고, 네티즌의 관심을 받으려는 다수의 걸그룹들과 차원이 달랐다. 무대가 아닌 일상 속 카라의 모습 그대로를 정지된 필름이 아닌, 돌아가는 필름 속에 담아, 시청자와 팬들에게 어필한 것이다. 거기엔 내숭도 없었고, 포장도 없었다.

<하하몽쇼>의 성패를 떠나, 카라만 놓고 볼 때, <엄마가부탁해>는 대성공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순전히 카라 멤버들의 힘이 빚어낸 것이었다. 프로그램을 출연하는 적극적인 마인드와 시청자의 호불호를 캐치할 수 있는 예능감이 빛났다. 카라는 생계형아이돌에서, 예능돌, 그리고 민낯돌까지 정복한, 진정 아름다운 걸그룹이었다.

문제는 카라를 뒤이을 또 다른 아이돌, 특히 걸그룹이 '엄마가부탁해' 코너에 선뜻 나설까에 있다. 특히 카라처럼 대범하게 카메라를 받아들일 수 있을 지가 의문이다. 카라가 걸그룹을 대표해 총대를 메고, 화끈하게 스타트를 끊은 상황이다. 민낯공개가 불편한 걸그룹에겐, <하하몽쇼>가 두려울 수밖에 없다. 민낯공개는 해당아이돌의 자유이나 프로그램 컨셉을 무시할 수 없는 딜레마. 개념돌 카라의 후폭풍이 다음 걸그룹을 향하고 있는 상황이다.

블로그 http://manimo.tistory.com 은,정답을 위해서 혹은 공감을 위해서 글을 쓴다기보단, 한사람 시각에서 대중문화를 바라보고 출발하는 조용한 '바람'일 뿐입니다.
단지 찾아주는 분들께 차갑지 않은, 조금이나마 시원한 바람이 될 수 있길 바랄 뿐이죠.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