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웨딩버라이어티 <우리결혼했어요>는 기존에 용서커플(정용화-서현)과 아담커플(조권-가인)에 글로벌커플 2PM 닉쿤과 F(x)에프엑스 빅토리아를 합류시켜, 총 세커플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커플마다 개성이 뚜렷해 재미를 주는 방식이 틀리고, 분량을 늘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세커플 모두 시청자의 호감을 사고 있다.

그러나 10일 방송분에선 가상결혼 200일을 맞은 아담부부와 이제 막 결혼을 시작한 닉쿤-빅토리아가, 용서커플에 비해 주목을 받은 게 사실이다. '200일'이란 기념, 부부의 연을 맺은 '시작'자체가 주는 의미도 클 뿐 아니라, 조권에게 벼락같은 백허그를 작렬한 '가인'과 빅토리아에게 힘들거나 슬플 때 연락하라는 '닉쿤'의 멘트는, 10일 방송의 엑기스였다.

가인의 돌발적인 행동과 닉쿤의 따뜻한 멘트는 묘하게 일치한다. 바로 상대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믿음'을 주는 언행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가상결혼이란 틀에 반드시 묶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진심이 동반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행동이고 말이었다. 동시에 함께 예능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는 파트너에 대한 신뢰와 배려가 묻어 있었다.

'조권vs닉쿤', 연상녀를 대하는 차이?

한편으론 가인의 백허그와 닉쿤의 멘트가, '조권-가인'과 '닉쿤-빅토리아' 커플간에 극명한 대조를 나타낸 사건(?)이라고 할 수도 있다. 조권과 닉쿤은 가인과 빅토리아에 비해, 두살과 한살이 어린 연하남이다. 한두살로 연상연하를 따지는 것이 우스갯소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가인-빅토리아가 조권-닉쿤에 비해, 나이가 많은 연상녀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연하남인 조권과 닉쿤이 연상녀를 대하는 태도는 무척 다르다. 조권이 쉽게 삐치고 조르고 투정을 마다 않는 솔직하고 귀여운 꼬마신랑 같다면, 닉쿤은 오히려 큰오빠같이 친근하면서도 듬직한 맛이 있다.

사실 가인의 백허그는 조권의 영리한 투정에서 나온 것이다. 가인이 좋고 싫음에 있어, 별다른 리액션이 없다고 투덜대자, 가인은 남친을 달래주고픈 본능을 주체하지 못한 것. 조권은 자신의 캐릭터를 지키면서 그녀에게 리액션을 얻어낸 것이다.

다만 조권이 가인에게, 멋진 이벤트 등에도 리액션이 없다고 투정을 부린 것은, 조권에게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조권은 때때로 가인을 여친이 아닌, 누나로 접근한다. 그것이 가인의 리액션을 주춤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가상결혼이라 해도, 가인에게 보이지 않는 벽이 되고, 순간순간 고민하게 한다. 누나로 접근할 지, 여친으로 반응해야 할지를 말이다.

누나도 여자고, 가인도 여자다. 대부분의 여자는 남자가 끌어주길 바란다. 특히 가인을 지켜보면, 남자에 대한 의존이 강한 성격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조권이 자신의 엉덩이에 파스를 붙여주겠다고 하자, 붙여보라고 조권을 떠보는 데에서도 알 수 있다. '붙이지도 못하면서.'라고 조권에게 핀잔을 주면서도, 조권이 자신이 리드해주길 바라는 속내가 묻어있다.

반면 닉쿤의 멘트는, 겉으론 늘 웃는 것 같지만 한국이란 타지에서 고생하는 빅토리아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동반된 것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닉쿤이 조권과 다른 점은, 빅토리아를 누나로 접근하는 법이 없다는 점이다. 중간중간 누나라는 사실을, 본인이든 우영과 준호를 통해서든 인지할 상황이 와도, 단지 말 뿐이다. 닉쿤은 항상 빅토리아를 보호해야 할 동생, 연인같은 느낌으로 접근한다. 그리고 이것이 연애든 결혼이든, 연하남과 연상녀사이에 이상적인 롤모델에 가깝다.

물론 조권의 방식이 틀렸다고 볼 순 없다. 때때로 투정을 부리거나 가인을 누나로 접근하긴 해도, <놀러와>에 출연해 가인의 손에 키스 한 미션수행은 결국 조권이 해낼 정도로, 중요할 땐 늘 든든한 남친 몫을 해내기 때문이다.

'우결'은 가상결혼을 아이템으로 한 버라이어티다. 조권은 자신의 캐릭터에서 문제해결방법을 찾는다. 그가 실제연애에서도 같은 방법을 고수한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우결'안에서는 조권과 닉쿤이 연상의 여친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것은 분명하다. 또한 우리 주변에도 '조권-가인'과 '닉쿤-빅토리아'같은 성향의 커플이 공존한다는 점에서, 시청자도 그들 커플의 개성을 존중하고 재미를 찾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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