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음악도 예능도 ‘콜’ <더 콜> (5월 4일 방송)

Mnet <더 콜>

근래 가장 유쾌하게 본 음악 예능이었다. 아예 음악에만 집중하면 너무 진지하고, 음악을 매개로 예능 재미에만 치중하면 다소 가벼울 수 있다. Mnet <더 콜>은 그 경계선을 너무나 얄미울 정도로 잘 지켰다. 예능처럼 웃으면서 봤는데, 다 보고 나니 음악이 남았다.

신승훈, 김종국, 김범수, 휘성이 시크릿 솔로 4인과 매칭해서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만드는 것이 프로그램의 콘셉트다. 그들과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꾸밀 뮤지션들의 정체는 비공개. 네 커플이 탄생하는 과정만으로도 방송 2~3회는 거뜬히 만들 수 있었을 텐데, <더 콜>은 ‘매칭’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첫 회 만에 네 커플 매칭을 모두 끝냈다. 중요한 건 매칭이 아니라 무대라는 것을 보여주는 구성이었다.

첫 회에서 ‘보컬의 신’ 신승훈-에일리, ‘고음의 신’ 김종국과 태일, 김범수와 비와이가 매칭이 되었다. 그들이 2주 만에 신곡을 만들어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선보이는 <더 콜>의 매칭 룰은 사실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시크릿 솔로의 정체를 실루엣으로 숨기고 오로지 그들의 목소리로 선택하는 블라인드 매칭은 Mnet <보이스 오브 코리아>와 비슷했다. 정체를 숨긴다는 점에서 <복면가왕> 느낌도 있었고, <더 콜> 제작진의 전작인 <너의 목소리가 보여>의 연속선상이기도 했다. 음악 예능의 룰을 한데 모아놓은 듯했다.

Mnet <더 콜>

어떻게 보면 뻔한 룰인데, 거기에 몰입하게 만든 힘은 다름 아닌 아티스트의 예능감이었다. 신승훈, 김종국, 휘성, 김범수는 등장하는 순간부터 남다른 입담으로 시청자들을 집중시켰다. 시크릿 솔로의 정체성을 맞히고 그중 자신의 파트너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토크는 예능이었지만, 나머지는 철저히 음악이었다. “물, 불, 공기, 흙 그리고 김범수”라는 명언을 남긴, 그래서 본인 빼고 다 웃은 김범수의 어필 영상에서도 결국 핵심은 음악 얘기였다. 그가 얼마나 위대하고 완벽한 보컬리스트인지 말이다.

음악이 중심이고 그것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이 예능적인 재미였다. 본말이 전도되지 않았다.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서도 음치와 진짜 실력자를 맞히는 과정은 토크 예능이었지만 결국 핵심은 실력자의 보이스였던 것처럼, <더 콜>의 종착역도 음악이었다. 아티스트를 몇 마디 말로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그들의 무대를 보여주는 것으로 소개를 대신했던 오프닝, 시크릿 솔로들을 실루엣으로 가린 채 목소리에 집중하게 만든 러브콜 스테이지는 눈과 귀를 호강시키기에 충분했다.

Mnet <더 콜>

솔로가 시크릿 솔로를 선택하고 시크릿 솔로도 솔로를 선택하는, 어떻게 보면 경쟁 시스템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모두가 하나 되어 그들의 무대를 즐기게 된다. ‘선택’은 부수적인 것일 뿐, 선배 솔로들도 시청자들도 시크릿 솔로들의 목소리와 무대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에 기억에 남는 건, 누가 누구를 선택했느냐 보다 누구의 무대가 얼마나 멋졌느냐였다.

매칭 과정을 쫄깃하게 내보내면서도 그들의 무대를 핵심에서 놓치지 않는 뚝심. 그 놀라운 균형감은 시청자들이 <더 콜> 첫 회를 ‘콜’하게 만든 힘이었다.

이 주의 Worst: 피디 타이틀이 무색한 <셀럽피디> (5월 4일 방송)

KBS2 예능프로그램 <셀럽피디>

스타가 PD가 되어 방송을 만든다. 과거 MBC <무한도전>에서도 한 번 시도했던 아이템이다. 지난 4일 방송된 KBS <셀럽피디>는 양세찬과 마이크로닷이 PD가 되어 각각 ‘박나래 다큐’와 ‘손흥민 만나기 방송’에 도전했다. 전자는 방송 아이템이 문제였고, 후자는 ‘이것이 방송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양세찬은 ‘박나래가 왜 떴을까’를 주제로 박나래와 주변 동료들을 밀착 취재했다. 박나래가 왜 떴을까. 흥미로운 주제다. 박나래가 대세가 된 2015년에 방송됐다면 말이다. 지금은 이미 박나래가 정점을 찍은 지 3년이 지난 시점이다. ‘활력’ 춤도, 나래바 사장도, 양세찬과의 러브라인도 이미 과거형이 되어버렸다는 뜻이다.

냉정하게 말해 ‘뒷북’ 방송이었다. 물론 <셀럽피디>의 의미는 ‘스타’가 방송을 만든다는 것에 있다. 그럼에도 그 ‘방송’이 너무 시의성이 지난 아이템이면 곤란하다. 2015년에 뜬 박나래의 성공 요인을 이제 와서 분석하다 보니, 동료들이 말하는 박나래의 장점도 마치 한참 지나간 추억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공감대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KBS2 예능프로그램 <셀럽피디>

한편, ‘축구 덕후’ 마이크로닷은 무작정 영국 런던에서 손흥민 선수 만나기에 도전했다. 인맥을 총동원한 끝에 경기 전날 손흥민 선수와 연락이 닿았다. 합숙 호텔로 오라는 초대까지 받았다. 단, 카메라 없이 와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마이크로닷은 PD의 본분을 잊은 채, 자신이 준비한 선물이라도 전달하고 오겠다고 했다. 실제 KBS PD인 조연출은 마이크로닷에게 반드시 손흥민 선수에게 섭외 의사를 전달하라고 요청했지만, 손흥민 선수를 만난다는 꿈에 부푼 마이크로닷에게 그런 말이 들릴 리가 없었다.

손흥민 선수를 만나고 온 마이크로닷은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섭외 요청은 어떻게 됐느냐는 조연출의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여기서 궁금해졌다. 마이크로닷은 PD로서 간 것인가, 손흥민 선수의 팬으로서 간 것인가. <셀럽피디>가 단순히 ‘마이크로닷의 손흥민 선수 만나기’였다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그림이지만, ‘마이크로닷 피디’로서 영국에 간 것이기에 다소 의문이 드는 대목이었다.

KBS2 예능프로그램 <셀럽피디>

“시청자들은 어떤 이유 때문에 이걸 재밌게 보는 거죠?”라는 조연출의 말이 정확했다. 손흥민 선수를 만난 것은 마이크로닷 뿐이었다. 마이크로닷은 손흥민 선수를 만났으니 목표를 이뤘겠지만, 시청자들은 손흥민 선수가 묵고 있는 호텔의 방문만 봤을 뿐 그의 얼굴도 보지 못했다. 피디로서 그곳에 갔다면 ‘촬영’과 ‘섭외’가 필수인데, 마이크로닷은 그냥 만났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 바빴다.

양세찬의 박나래 다큐와 마이크로닷의 손흥민 방송. 두 방송이 모두 놓치고 있는 건, 왜 이 시점에 이 PD가 이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의 과정이다. 대세가 된 지 무려 3년이 됐는데 이제 와서 박나래를 다큐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가 단순히 ‘인터뷰 잘해주는 친한 누나’였기 때문인지, 손흥민 선수를 만나러 영국에 간 것이 방송을 위함인지 개인 사심 채우기용인지 모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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