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9일자 '아주경제' 18면 기사
9일 하루 대부분의 신문에 이 같은 제목들의 기사들이 쏟아졌다.

주민번호 안보이는 주민증 나온다_국민일보
전자칩 내장형 주민증 나온다_경향신문
주소·주민번호 감춘 주민증 나온다_세계일보
주민번호-주소 칩에 감춘 전자주민증 1212년 나온다_동아일보
사생활 정보 전자칩에 숨긴 전자주민증 1212년 발급 추진_한국일보
주소·지문 등 내장된 전자주민증 내년 발급_서울신문
‘개인정보 보호’ 전자주민증 도입_아주경제
‘개인정보 보호’ 전자주민증 나온다_서울경제
주민번호 안보이는 주민증_매일경제시문
전자주민증 2012년 나온다_아시아경제
주민번호·주소 전자칩에 숨긴 주민증 나온다_한국경제
전자주민증 2012년부터 발생_파이낸셜뉴스
전자주민증 발행 추진_디지털타임스
주민증 개인정보 감출 수 있다_전자신문
사생활 정보 숨긴 전자주민증 나온다_경기일보

▲ 7월 9일자 동아일보 8면 기사
언론매체들의 기사 제목만을 본다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생활 및 개인정보의 유출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시점에 개인정보가 보호되는 전자주민증이 12년에 발급(확정)된다니 반가워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의문이다. 전자주민증이 발급된다면 정말 ‘너’와 ‘나’의 개인정보가 철저하게 보호될 수 있는 지 말이다.

위 기사들이 출처로 삼고 있는 것은 8일 행정안전부가 입법예고한 ‘주민등록법 개정안’이다.

행정안전부는 주민등록법과 관련해 “현행 주민등록증 수록사항은 90년대에 규정된 것으로 시대 변화에 맞추어 수록사항을 추가할 필요성이 있다”며 개정을 예고했다.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바뀔(?) 주민등록증에는 추가로 생년월일, 성별, 발행번호가 포함돼 이름, 사진, 발급일자 및 발급기관 등과 함께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행정안전부의 계획은 ‘전자칩’을 활용해 주민등록번호, 지문, 주소 등을 숨겨 개인정보를 보호하겠다는 것으로 또 이 전자칩에는 개인이 원할 경우 혈액형에 대한 정보를 추가 하겠다는 계획이다. 민감한 개인정보는 ‘전자칩’을 이용해 안보이도록 처리하겠다는 것이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법 개정안의 취지다. 한마디로 일반인이 주민등록증을 줍더라도 활용할 길은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전자주민증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며 예산낭비일 뿐 아니라 행정안전부와 업체만 배불리는 그릇된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9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들은 “IC칩(전자칩)에 저장된 개인정보는 순식간에 리더기를 통해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로 전송 및 복제된다”며 “행정기관 뿐 아니라 민간 서비스에서도 주민증의 전자칩 인식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문제는 전자주민증이 도입되면 행정기관의 편리성과 반대로 정보주체인 ‘나’는 자신의 개인정보 수집과 유통에 있어 통제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지문 등 생체정보는 평생 불변하는 개인식별자로서 감시통제사회의 최고 인프라가 될 수 있다”며 “내가 전자칩으로 인식되는 모든 장소는, 나의 모든 행적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록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전자주민증 도입을 요구하는 이들은 국민이 아니라 업계”라며 “이미 오래전부터 업계에서는 스마트카드 신분증 시장의 확대를 위해 전자주민증 도입을 요구해왔다. 정부의 전자주민증 도입 발표가 있자마자 관련 기업의 주가가 급등했다”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는 개인정보 보호를 해결책으로 내세웠지만 결국 개인정보가 ‘전자화’되는 것에 대한 문제로 확장시켜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언론매체들은 이 ‘전자화’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는지 한 마디 언급조차 없다. 국민들은 늘 행정의 ‘편리성’만을 위해 자신의 개인정보 및 ‘인권’을 일정정도 포기하도록 강요해왔다. 이번 주민등록법 개정도 마찬가지다.

‘인권’, 과연 양보해야할 대상인가? 이번 주민등록법 개정 움직임이 던지는 궁극적 물음이다. 정부의 입법예고안에 충실한 언론매체들의 위험성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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