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19일 특집 SBS <8뉴스> 이명박 당선자 확정 화면
17대 대선 개표방송과 보도에서 공약 분석과 정책보다 '당선자 중심'으로만 치우쳤다는 비판을 사고 있는 SBS의 편성·보도 태도에 대해 SBS 내부에서도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는 지난 24일 성명을 내고 "지난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 확정 이후 호들갑스런 축하쇼와 편성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도 5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가"라며 "우리는 외부의 말이나 평가와는 전혀 상관없이 스스로를 살펴보건대 부끄럽고 참담하다"고 밝혔다.

"이명박 당선자 위한 프로그램과 관련 소식으로 도배"

SBS본부는 이날 성명에서 "선거 당일 지지자 행사인지 언론사 행사인지 분간이 안 되는 진행으로 지적을 받더니 이튿날에는 새벽부터 심야까지 전체 편성의 80% 가량을 이른바 이명박 당선자를 위한 프로그램과 대선 관련 소식으로 도배를 했다"며 "간간히 구색을 맞추는 공약 평가와 진단이 있었지만 그나마 교양과 정보, 오락, 보도 프로그램을 아우르는 통 크고 화끈한 대통령 당선자 프로그램들로 덮여버렸다"며 선거 당일과 이튿날 SBS 방송 편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 12월19일 SBS 특집 <8뉴스>
SBS본부는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서도 "당선자 '공표'는 선관위의 몫이 아닌가? 대통령 당선을 축하할 수는 있어도 어떻게 '기쁜 날'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현대 민주정치에서 선거를 통한 대통령 선출이 어떻게 '신화'가 될 수 있는가?"라며 "언론의 역할은 국민성공시대를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가능한지를 따져보는 것임을 알지 못하는가? 이틀 동안 온 종일 낯 뜨거운 칭송으로 일관하다가 내일부터는 건강한 비판자와 감시자로 돌아가겠다고? 안타깝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 같다"고 자성을 촉구했다.

"재발 방지 위해 편성·제작 관련자 책임 물을 것"

SBS본부는 "우리는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도록 좌시하지 않을 것이고 선거방송 편성과 프로그램 제작 책임자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을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는 자본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보다 확고하게 보장하기 위하여 제반 조치를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다음은 SBS본부가 낸 성명 전문이다.

<다시 과거로 되돌아가자는 것인가?>

-SBS의 12월 20일 종합편성표-
04:59-06:30 국민의선택 새시대를 연다 1부
06:32-07:57 국민의선택 새시대를 연다 2부
08:00-09:17 국민의선택 새시대를 연다 3부
09:21-11:22 국민의선택 새시대를 연다 4부
11:26-12:33 특집 김승현 정은아의 좋은 아침(당선자 부인 재방)
12:37-12:57 특집 SBS뉴스
13:00-14:26 특집 김미화의 U (새 대통령을 만나다)
14:29-14:54 특집 SBS뉴스
14:58-15:44 새 대통령에 바란다. 100일의 민심 대장정
15:48-16:43 특선다큐 (2007년 12월 오천만의 꿈)
16:47-17:12 SBS뉴스퍼레이드
17:22-18:13 생방송 투데이
18:16-19:11 특집 다큐, 이명박 국민성공시대를 열다
19:15-19:52 그여자가 무서워
19:55-20:54 특집 SBS8뉴스
20:57-21:55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21:59-23:13 로비스트
23:16-24:13 특집 다큐, 신화를 만든 사람들

지난 19일 제17대 대통령 선거 당일과 이튿날인 20일 SBS의 편성과 보도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그러나 우리는 외부의 말이나 평가와는 전혀 상관없이 스스로를 살펴보건대 부끄럽고 참담할 뿐이다.

지난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 확정 이후 호들갑스런 축하쇼와 편성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도 5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가.

20일 SBS 종합편성표를 보라. 선거 당일 밤 방송은 지지자 행사인지 언론사 행사인지 분간이 안 되는 진행으로 지적을 받더니 이튿날에는 새벽부터 심야까지 달랑 드라마 2편과 ‘순간 포착’을 제외하곤 전체 편성의 80% 가량을 이른바 이명박 당선자를 위한 프로그램과 대선 관련 소식으로 도배를 했다.

간간히 구색을 맞추는 공약 평가와 진단이 있었지만 그나마 교양과 정보, 오락, 보도 프로그램을 아우르는 통 크고 화끈한 대통령 당선자 프로그램들로 덮여버렸다.

‘단순’ ‘무식’한 프로그램 편성도 편성이지만 프로그램 자체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당선자 ‘공표’라는 것은 선관위의 몫이 아닌가? 대통령 당선을 축하할 수는 있어도 어떻게 ‘기쁜 날’이라고 말할수 있는가? 현대 민주정치에서 선거를 통한 대통령의 선출이 어떻게 ‘신화’가 될 수 있는가? 대통령이 선출될 때마다 ‘새 시대’를 부르짖을 것인가? 언론의 역할은 국민성공시대를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가능한지를 따져보는 것임을 알지 못하는가? 이틀 동안 온 종일 낯 뜨거운 칭송으로 일관하다가 내일부터는 건강한 비판자와 감시자로 돌아가겠다고? 안타깝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 같다.

SBS 인터넷 게시판에는 SBS의 선거 방송을 지켜본 시청자들의 항의와 비난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미디어 전문매체의 비난 성명과 기사도 줄을 잇고 있다. 오죽했으면 우리 내부 심의 팀에서조차 ‘선전 방송’이라고 질타했겠는가.

안타깝게도 이미 선거 방송은 모두 끝나버렸다. 지난 수년간 권력으로부터,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SBS를 만들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시청자들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진행되었던 밤샘 토론과 강연, 세미나, 취재 현장에서의 치열한 노력들도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도록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노력을 이번 선거방송 편성과 프로그램 제작 책임자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으로 시작할 것이다. 노동조합은 이미 긴급 공정방송위원회 소집을 회사 측에 요구하였다. 노조는 공방위를 통해 SBS의 이미지와 신뢰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한 책임을 철저하게 추궁할 것이다.

아울러 앞으로 우리는 자본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보다 확고하게 보장하기 위하여 제반 조치를 강구해 나갈 것이며 회사 측에도 이에 상응한 조치를 강력히 촉구할 것이다.

2007년 12월 2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