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비정상적인 일들이 많은 세상이다 보니, 때론 지극히 정상적인 일에 새삼 감사하는 경우가 있다. 어느새 참 불행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서글픔이 일 정도다.

지난 6일 오전 광주광역시의회 본회의장. 지난 6․2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된 시의원들이 모인 가운데, 제6대 의회 전반기 의장단 선거를 치렀다.

▲ 지난 6일 광주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6대 광주시의회 개원식에 참석한 시의원들이 의원선서를 하고 있다.
의장단은 의장1명과 부의장 2명. 특히 의장 선거는 민주당 후보와 민주노동당 후보간 경선으로 치러졌다. 전체 의원 26명 중 민주당이 20명, 민주노당 2명, 나머지 4명은 당적이 없는 교육의원들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본회의가 치러지기 며칠 전 미리 자체 의장 지원자를 접수받아 이들을 대상으로 후보검증 토론회를 열고, 당내 경선을 거쳐 후보 1명을 선출했다.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 후보가 의장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만큼 치열할 법도 했지만, 다행히 조용하게 마무리됐다.

그리고 이날 차분히 분위기 속에 진행된 본 의장선거 역시 조용히 민주당 후보가 의장으로 선출됐다. 이어 부의장 선거까지 그렇게 차분한 가운데 막을 내리자,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

나도 모르게 스스로 감사히 여기고 있었다. 이유는 4년 전 경험 때문이었다.

당시 제5대 시의회 의장단 선거의 혼탁상은 극에 달했다. 당시 시장의 후광을 업은 의장 후보측과 이에 반대하는 후보측이 1명 차이로 다수파와 소수파로 나뉘어 이전투구를 벌였다.

다수파는 소수파의 반발을 피해 밤 10시 자신들만의 회의를 열고 일사천리로 의장단을 선출했다. 이후 상황은 말 그대로 ‘파행’이었다. 소수파는 의장선출이 무효라며 법정 소송까지 걸었고, 이어진 상임위원장선거는 보이콧으로 맞서기도 했다.

결국 파행은 개원 이후에도 시민사회로, 그리고 정당으로까지 확산됐다. 5대 의회 내내 다수파와 소수파의 지리한 논쟁은 계속됐다.

이런 갈등은 광주시의회뿐 아니라, 다른 자치구의회에서도 대동소이했다.

아마도 그런 ‘충격’ 때문이었을 게다. 이번 광주시의회 의장단 선거를 지켜보는 내내, 자신도 모르게 조마조마하고 긴장됐던 이유 말이다.

시민의 대의기구인 시의회를 대표하는 의장을 뽑는 자리. 당연히 관심 갖고 축하해주고 격려해주고, 그리고 손잡아주는 축제의 장이 돼야 할 공간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의장 선거는 축제의 장이 아니라 걱정의 장이 돼버렸고, 그래서 지극히 정상적으로 치러지는 모습을 보곤 새삼 감사히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런 현실, 어디 광주시의회 뿐일까.

새삼 法(법)이라는 글자를 들여다본다. 이 글자를 파자해보면, 물 수(水)와 갈 거(去)자로 이뤄져 있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구불구불 흘러가는 것,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고 그래서 ‘법’이다.

그런데 그 물길을 억지로 뒤틀고 수위를 끌어올리고 바닥을 파헤쳐 생명을 파괴하는 일로 전국이 몸살이다.

정부가 “장마를 대비해 공사를 잠시 중단한다”는 말만 들어도 솔직히 ‘다행’이라 여겼다. 물은 물대로 그냥 흐르는 게 법이고, 그건 새삼 감사할 일도 아닌데 말이다.

암튼 별걸 다 감사히 여기는 참 불행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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