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한겨레신문이 보도한 사회면의 한 기사에 시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사연을 알게 되면 누구나 그럴 수밖에 없다. 절도혐의로 벌금 150만원의 유죄판결을 받은 김아무개(55세)는 벌금을 납부하지 못해 노역장에 유치되었고, 이틀 만에 사망한 것이다. 그는 노역장에 유치되기 불과 나흘 전에 병원에서 퇴원했으며, 급성심부전으로 수술을 받았던 환자였다.

고인은 쪽방촌에 거주하는 기초수급자로 국가의 지원을 받아 간신히 심부전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국가지원이라고 해도 병원비 전부를 충당해주지는 않아 수술 후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중도에 퇴원해야만 했다고 한다. 그렇게 퇴원한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그나마 몸을 눕힐 수 있는 쪽방이 아니라 구치소였다. 퇴원한 지 나흘 만이었다.

지난 13일 김 씨는 서울구치소에 입감됐다. 벌금 미납에 따른 노역장 유치였다. 수술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완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수술 후 충분한 안정을 취하지 못했던 김 씨는 구치소에 입감된 지 이틀 만에 다시 쓰러져 안양시 한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한 시간여 만에 숨졌다. 부검결과 사인은 심부전 악화였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법무부와 검찰 모두는 “법과 원칙에 따른 일”이라는 말만 반복했다고 한다. 그러나 법과 원칙 이전에 환자에 대한 당연한 배려를 방기한 간접살인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 사법살인과 다르지 않다.

김 씨가 작성한 ‘체포·구속 피의자 신체확인서’에는 “지난달 급성 심부전증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 치료 중 최근 퇴원해 약물치료 중에 있으며, 이 병으로 인해 가슴과 머리가 아파 거동이 불편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김 씨를 기소한 검사, 판결한 판사 그리고 수감을 담당한 구치소 누구라도 김 씨의 상황에 대해서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사망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누구는 발가락만 다쳐도 대형병원에 후송해 난리법석을 떨면서 이틀 만에 사망할 정도로 중증질환을 앓는 환자에게 노역을 시켰다는 것은 “법과 원칙에 따른 일”로는 모면할 수 없는 심각한 인권유린이다. 벌금 150만원 때문에 구치소 안에서 억울하게 숨진 김 씨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이건 제대로 된 나라에서 벌어질 수 없는 일이다.

해당 기사에 “벌금 150 때문에 사실상 사형집행”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빵 하나 때문에 감옥에 갇힌 장발장의 이야기보다 더 가혹한 일이 21세기 한국에서 벌어졌다. 이 사실도 언론의 보도가 아니었다면 그대로 묻혔을 것이다.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의 흔한 사연으로 잊혔을 것이다.

김 씨의 주검은 아직 병원 영안실에 있다고 한다. 고인의 동생은 형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들의 사과를 받은 뒤에 장례를 치르겠다는 것 같다. 그러나 아무도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요즘 유행인 청와대 국민청원이 없더라도 청와대가 나서야 할 상황이다. 국가권력은 반드시 김 씨의 죽음 앞에 머리를 숙여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더는 이런 안타까운 죽음이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벌금 150만원 때문에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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