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 예능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는 <1박2일>과 <남자의 자격>이 파업으로 인해 정상 방송이 되지 않고 편집된 내용으로 방송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들도 있겠지만 그들의 의지를 관철하고 시청자들을 위해 준비한 특별한 방송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었습니다.

다섯 가지 키워드로 이야기하는 1박2일

<무한도전>를 제외하고 가장 오랜 시간 장수하는 버라이어티인 <1박2일>은 그 시간만큼 충분히 의미 있고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어색한 시작부터 대한민국 일요일 시간대를 장악하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지금까지 그들이 사랑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다섯 가지의 키워드에 담아 정리해주었습니다.

1. 입수
2. 복불복
3. 저질 스포츠
4. 낙오
5. 돌발

<1박2일>을 보면서 가장 많이 접하는 내용들을 키워드로 정해 그 중 가장 재미있었던 내용들을 정리한 이 방송은 일부로 시간 내서 보지 않으면 볼 수 없었던 내용이었기에 즐거웠습니다. 입수는 많은 이들의 평가가 분분합니다. 상황과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자극적인 내용이 될 수밖에 없는 '입수'는 박찬호의 등장으로 특별한 의미를 담아내기도 했지요.

1. 입수
: 나는 존재한다. 고로 뛰어든다. 물만 보면 바로 뛰어드는 1박2일 팀의 조건반사 법칙

자신의 의지를 다 잡는 방식으로 매년 스스로를 깨우치던 찬호의 입수는 물만 있으면 '입수'를 자동으로 하는 멤버들과 만나며 의미를 담은 입수가 되었습니다. 차가운 날씨의 입수가 자극적일 수밖에는 없듯 그간 <1박2일> 멤버들의 입수의 공통점은 입수하는 당사자들을 염려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시도했다는 것 이였죠.

그런 그들의 입수가 마냥 장난스럽기만 했던 이유는 특별한 의미를 담아내는 과정 없이 '입수를 위한 입수'를 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그들이 찬호를 만나 그의 입수와 함께 하며 자연스럽게 <1박2일>을 상징하던 입수도 나름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차가운 물속에 뛰어드는 행위가 단순히 웃음을 유발하거나 벌칙을 수행하기 위함이 아닌 자신을 수양하고 정신을 깨우는 방식으로 사용되며 <1박2일>의 입수는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2. 복불복
: 승자는 99%의 운과 1%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나만 아니면 돼~

복불복이 <1박2일>이 만들어낸 것으로 아는 이들이 많을 정도로 '복불복 게임'은 그들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입수야 물이 있어야 한다는 절대 조건이 필요하지만 '복불복'은 그들이 있는 어느 곳에서나 언제든 할 수 있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그들은 매번 수없는 복불복을 통해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1박2일=복불복'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복불복에서 빼놓을 수없는 '까나리 액젓'은 벌칙 수행의 상징이 되어 '시민'들과 함께 하는 그들의 특별한 행사에서도 가장 선호하는 벌칙이 되기도 했습니다.

아쉬움이라면 "나만 아니면 돼"라는 지독한 개인주의의 산물일 수밖에 없는 '복불복'은 그래서 재미있으면서도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함께하는 여행에서 나만 아니면 그 어떤 일이 벌어져도 즐거움일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처럼 다가오기도 합니다.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홍어 잡이 복불복'에서 보여준 수근의 제기차기와 호동의 윗몸 일으키기는 최고의 복불복이었습니다. 조작 논란도 많이 일기는 했지만 다시 본 그들의 모습은 '복불복'의 재미란 무엇인지를 가장 적절하게 잘 보여준 최고의 장면들이었지요.

복불복을 끝내고 다시 함께 하는 그들의 모습으로 이는 단순한 하나의 게임일 뿐이라는 방식은 극단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이들에게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비아냥을 받기도 했습니다.

3. 저질 스포츠
: 대한민국 국가대표 저질체력. 저주 받은 운동 감각으로 펼치는 그들만의 리그

'저질 스포츠'는 그들의 게임 중 하나로 선택된 경기에서 보여준 그들의 운동감 때문이었지요. 씨름 선수 강호동과 야구 선수 김C가 있기는 하지만 그들이 펼치는 탁구나 족구 등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운동 감각은 좋지가 않지요. 그들만의 게임들도 재미있지만 '저질 스포츠'의 또 다른 재미는 제작진들과 벌였던 '복불복 게임'에서 가장 특별하게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강호동이 가장 잘한다는 탁구 경기는 그들이 내세우는 '저질 스포츠'의 모든 것이 담겨있었습니다. 처음 쳐보는 탁구에서 그들이 정상적인 모습을 보여줄 리는 없고 그런 그들의 모습은 최대한 진지하지만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게임의 승패를 가리는 몽과 승기의 저질 탁구는 엉성함에도 너무 진지해 역설의 재미를 극대화해주었지요. 벌칙처럼 이어지던 상황 극들도 '저질 스포츠'를 완성시키는 특별함이었습니다.

4. 낙오
: 너무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특별한 여행을 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홀로 따로 오시라는 세심한 배려

'낙오'의 시작은 김종민이었지요. <1박2일>이 시작하며 가장 화제가 되었던 것은 김종민의 낙오였었습니다. 우동을 먹고 기차에 오르는 미션을 수행하던 그가 기차를 놓치고 홀로 남겨져 멤버들이 모인 장소를 찾아가는 과정은 '1박2일만의 낙오'를 완성해냈었습니다.

이후에도 의도적인 방식으로 낙오자를 만들어 홀로 남겨진 그들이 어떻게 생활을 하고 미션을 수행하는지를 지켜보는 방식은 꾸준하게 선호되어 왔습니다. 최근 '김C'와의 마지막 여행에서 강호동의 낙오는 여러 가지 의미들을 담아내며 특별하게 다가왔듯 그들의 낙오는 의미 있는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제주도에서 낙오되었던 김C의 경우도 그랬고 섬에 유배되듯 홀로 남겨졌던 승기도 특별하게 다가왔었지요. UFO 논란으로 재미를 보여주었던 방송에서 보여준 유유자작 은지원의 낙오는 그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낙오'의 새로움이기도 했습니다.

오늘 방송으로 등장했던 것은 몽과 승기의 낙오였습니다. 백령도를 가던 그들은 대청도에서 몽이 낙오가 되어 준비된 미션인 자연산 숭어 잡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지요. 시계소녀가 된 승기는 방송되었던 당시에도 장안의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말도 안 되는 가발이 의외로 잘 어울린 승기로 인해 많은 이들은 환호를 보냈고 거대한 시계를 들고 매 시간 시보를 알리는 그의 미션 수행은 '낙오' 사상 가장 재미있는 방송이었습니다.

5. 돌발
: 제작진은 죽을 맛, 연기자는 더 죽을 맛. 웃자고 시작한 일이 죽자고 커지다! 리얼 야생 스토리.

'돌발'은 리얼이 아니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장면들입니다. 그렇기에 리얼을 표방하는 버라이어티에서는 가장 환호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은 의도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벌어지는 돌발 상황들입니다. 그런 모습들이 가장 극적이며 의미 있게 다가왔던 것은 방송에서도 보여 졌지만 충주대학교에서 벌인 게릴라 콘서트였습니다.

미션을 수행하던 그들은 특별한 생각 없이 들린 충주대학교에서 웃자고 한 이야기들이 실제 상황이 되고 그 상황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커져버렸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천여 명의 학생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모든 것을 보여주며 '돌발'이 때론 제작진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것보다 훨씬 의미 있고 재미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매번 '돌발 상황'이 벌어진다면 이는 문제이겠지만 전혀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그래서 신선하고 재미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1박2일 최고의 장면 중 하나가 '게릴라 콘서트'라고 생각했었는데 다시 보니 '돌발'의 매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얼음 연못 건너기는 무모한 시도라 아쉽게 봤던 기억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었지만 수근이 제안해서 만들어냈던 '좀비 게임'은 지금 다시 봐도 재미있었습니다. 한 명만 남기고 모두 좀비가 되어도 한 명의 좀비가 다수의 멤버를 찾는 형식도 모두 특별한 재미를 담아내고 있는 '좀비 게임'은 정말 최고의 즐거움이었습니다.

하차로 인해 볼 수 없었던 김C를 다시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꿈도 꿀 수 없지요. 여전히 쉽지 않은 도전을 수행하고 있는 찬호의 모습을 다시 본다는 것도 <1박2일 5대 키워드>가 만들어준 특별함이었습니다.

어용 노조를 대신해 새롭게 결성된 KBS 노조는 낙하산 사장의 만행으로 인해 철저한 MB 정권 방송으로 전락한 KBS의 정상화를 위해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이에 대한 다양한 우려가 있지만, 특히 예능과 드라마가 결방될 수도 있다는 것에서 우려를 사고 있는 듯합니다.

그들이 왜 파업을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자신들이 항상 봐왔던 예능이나 드라마를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운 이들이 있는 것도 자연스럽고 당연합니다. 더욱 그것을 삶의 재미로 삼고 살아오던 이에게는 더욱 특별한 의미일 수밖에는 없겠지만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 정상 언론으로서의 일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그들이 담아내는 웃음과 이야기의 재미는 공허할 수밖에는 없겠지요.

그들의 파업이 국민의 절대 다수에게 환영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의 어용 사측에 의해 그들은 비난 받을 수도 있습니다. 더욱 MBC 파업의 책임을 물어 노조위원장을 해직시켰던 것처럼 KBS 역시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을 해직이라는 수단으로 징벌하려 들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안위보다는 바른 언론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을 위해 잠시 자신이 좋아하는 예능과 드라마를 보지 못한다며 그들을 비난해서는 안 되겠지요. 이런 결방들은 결국 정치에 관심 없고 그렇게 파생된 현 정권의 방송 장악에 다시 한 번 경각심을 가지고 임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관심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들의 방송 장악은 힘들어질 것입니다. 국민들이 깨어있고 똑똑해지면 질수록 권력자들은 국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들의 파업으로 인해 한동안 즐거운 유희를 멈춰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파업을 통해 바른 언론을 다시 되찾을 수 있다면 언제나 그들의 파업에 찬성하고 박수를 보냅니다. 흔들림 없이 굳건한 투쟁으로 권력의 나팔수가 되어버린 KBS가 언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