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트니코바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있어 ‘공공의 적’이나 다름없다. 회전 부족도 모자라 스텝 아웃을 저지르고도 김연아의 금메달을 빼앗은 장본인이기에 말이다. 무명 인디가수 닐로라고 해서 다를 건 없어 보인다. 닐로는 엑소엘과 원스, 이너써클이라는 쟁쟁한 팬덤을 뚫고 나타나 음원계 ‘농단’ 의혹을 받고 있다.

문제는 닐로가 멜론 등 각종 차트에서 1위를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대중이 납득할 수 있는 ‘상식적인 선’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는 트위터의 수상한 계정이 무더기로 포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계정을 보면 @g 뒤로 숫자들로 된 아이디들인데, 이들 아이디들은 하나같이 닐로를 옹호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멘션도 한결같다. 죄다 “닐로 순위 높던데”다.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작업했다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

멜론 갈무리

두 번째는 멜론에서 ‘비정상적인 징후’가 포착됐단 점이다. 한 포털 댓글을 자세히 보니 “나는 분명 닐로의 음악을 들은 적이 없는데 플레이리스트에는 들었다고 나와요ㅠㅠ"라고 적혀 있었다. 수상해서 멜론을 뒤져봤다. 그랬더니 포털 댓글에 달린 글처럼 한 유저가 멜론에서 닐로의 ‘좋아요’ 버튼을 누른 적이 없음에도 눌렀다고 표시됐다는 불쾌함을 표하고 있었다.

멜론 유저는 후기로 이렇게 불쾌감을 표하고 있었다. “나 이 분(닐로) 모르고 들은 적도 없는데 1월 10일 좋아요 무엇? 이때부터 밑밥 작업 돌리셨나보네ㅎㅎ 평점 0.5 때리고 갑니다. 양심적으로 사세요.”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유저들의 폭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다른 멜론 유저는 “난 닐로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어느새 팬이 되어 있는 기적 멜론 뭐야?”라고 밝혔다. 단 5분 동안 서핑을 했는데도 세 명 이상의 피해자가 포착됐다.

이 사안은 좀 심각하다. 멜론을 사용하는 유저가 닐로의 음악을 듣지 않았음에도 닐로의 노래가 플레이리스트와 팬으로 등록되고, 닐로에게 ‘좋아요’를 누르지 않았음에도 ‘좋아요’를 눌렀다고 표시됐다는 건, 누군가가 유저의 동의를 얻지 않은 채 ‘무단’으로 멜론에서 움직였다는 정황이다.

멜론도 책임을 면하긴 어렵다. 일반인 계정의 특정 가수를 향한 인위적인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했다면, 멜론을 누가 믿을 수 있을까? 참고로 멜론은 닐로의 ‘지나오다’가 1위를 점령하고 있는 중이다.

닐로와 장덕철이 음원 사이트에서 정상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게 작업이라는 걸 암시하는 폭로글(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세 번째는 SNS 상에서의 폭로다. 어느 유저의 글을 보자. 이 유저는 SNS상에서 “지금 이 회사가 작업하는 방식은 장덕철 때랑 똑같습니다. 일단 20위권 안에서 천천히 이용자수 쌓고 새벽에 상위권에 노출시켜 아침 출근픽 이용자수를 먹는 거죠. 대중들은 아침에 모르는 노래가 생기면 일단 듣고 그 이용자수를 먹고, 내려갈 거 같으면 새벽에 또 올리고 계속 반복해서 강제로 노래를 대중들에게 먹이고 있죠. 그 예시로 장덕철 1위 찍을 때 그래프와 닐로 1위 찍을 때 그래프는 거의 쌍둥이 수준입니다”라는 폭로글을 남겼다. 현재 대다수의 음원사이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상 현상의 배후가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가를 폭로한 글이다.

추가로 모 뮤직 대표가 어제 밝힌, 특정 세력에 대한 폭로글 전문 (링크)을 남긴다.

“1. 3년 전쯤의 일이다. 'ㅇㅇ 듣는 음악' 이라는 인스타 계정에서 연락이 왔었다. 무명 인디뮤지션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홍보 채널이라면서 인스타에 포스팅을 올려주는 댓가로 광고비를 요구했고, 나는 바로 거절했다.
2. 그 다음날 멜론 소영이 1집 앨범 댓글창에 지금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악플들이 무더기로 달렸다. 악플만 달린 게 아니라 앨범 평점까지 확 깎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티스트는 때로 악플도 감내해야 한다지만 어찌된 일인지 지금까지 한 번도 없다가 갑자기 줄줄이 비호의적인 댓글이 달린 배경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3. 댓글을 단 멜론 아이디들을 하나씩 추적해보기 시작했다. 희한하게도 모든 아이디들이 내가 이름도 알지 못하는 무명 아티스트들을 공통적으로 좋아하고 있었다. 어제의 일이 불현듯 떠올라 문제의 인스타 계정을 검색해 봤다. 그 계정엔 우리 앨범에 악플을 단 아이디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들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4. 열이 확 뻗쳤다. 나는 한 번 화가 나면 걷잡을 수 없이 불타오르는 사람이다. 어제의 통화시간으로 발신자 번호를 찾아내 전화를 걸었다.
5. 멍청하게도 놈은 영문도 모르고 나의 유도질문에 넘어가 문제의 멜론 아이디들이 본인 것임을 시인했다. 그러자 나도 다짜고짜 반말부터 나갔다. "너 이 양아치 새끼. 니가 한 짓이 뭔지 모르나본데 넌 사람 잘못 건드렸다. 홍보와 마케팅이 절실한 인디뮤지션들 이용해서 사는 놈이 광고비 안 먹였다고 겁대가리 없이 기획사 있는 아티스트 앨범에 그 지랄을 해놔? 당장 원상복구시켜놓지 않으면 넌 내가 어디가서 함부로 '마케팅'이라는 단어 못쓰고 다니게 이 바닥에 소문 다 나게 해주마" 라고 했다.
6. 나의 질책에 당황한 그는 우리 앨범에 테러를 한 것이 자신이 관리하는 수많은 멜론의 유령 아이디들이었음을 고백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댓글들은 바로 삭제를 하겠으니 제발 용서를 바란다며 선처를 빌었다. 그는 악플들은 바로 삭제를 하겠으나 평점 테러는 바로 회복이 힘든만큼 사죄의 의미로 광고비 없이 자기들 인스타그램 계정에 홍보를 해주겠다고 했다. 물론 내가 그 더러운 제안을 받아들일리는 없었다.
7. 그로부터 3년 정도가 지났다. 우리 앨범에 테러를 했던 그때 그놈들도 여전히 활개치며 활동을 하고 있는 듯하지만, 홍보 채널이 절실한 인디뮤지션과 중소기획사들을 먹잇감으로 삼는 비슷한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그럴듯한 단어를 써가며 회사 코스프레를 하더니 여기저기 투자까지 받으며 점점 세를 키워나가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가요계를, 아니 한국 음악산업계를 좌지우지 할 정도의 영향력을 갖출 정도까지 된 형국이다.
8. 구독자수가 많은 페이스북 페이지들을 하나둘씩 사 모아 마케팅 툴로 활용하던 업체 하나가 있었다.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던 페이스북 페이지들은 일단 그 회사에 넘어가는 순간부터 원래의 페이지 성격과 전혀 상관 없는 광고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해킹 당한 페이스북 유령계정들을 열심히 사 모았던 그 회사는 댓글은 물론 좋아요 수까지 완벽하게 조작하며 SNS상에서 여론을 형성하는 힘을 키워갔다.
9. 그래봤자 해킹 당한 유령계정들을 활용하며 페이지 좋아요 1,000개당 10만원, 댓글 한 개당 100원 정도의 돈을 받던 집단은 음악 페이지가 돈이 된다는 걸 깨닫더니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10. 구독자 수 수십만에서 백만이 넘는 비슷한 계정들을 거의 독점 운영하며 SNS상에서의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한 그들은 홍보가 필요한 무명 뮤지션과 소규모 레이블들을 상대로 페이스북 포스팅 한 번에 수백만원씩 가격을 매겼고, 절망적인 시장 환경 속에서 손쉽게 여러 사람들에게 광고할 수단이 필요했던 많은 클라이언트들을 얻었다.
11. 그렇게 그들이 홍보한 음악들이 주목을 받는가 싶었지만 사실 알맹이는 없었다. 어차피 그들이 홍보하는 음악에 좋아요를 누르고 친구를 태그하며 댓글을 다는 계정의 대부분은 실제 활동을 하지 않는 유령계정들이었으니까. (실제로 그 댓글들의 페이스북 계정에 들어가 확인해보면 대부분 제대로 활동한 일반 유저가 아니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유령계정들이 형성한 여론은 건강한 SNS 실유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마치 암세포가 정상세포마저 물들게 만드는 것처럼.
12. 결국 그 페이스북 마케팅 업체는 음악이 가장 돈벌이가 되는 컨텐츠라는 걸 깨닫고 음반기획사를 런칭한다. 빈약한 잡주 하나가 주식시장에 우회상장을 하는 것처럼 나에겐 그동안의 이미지를 탈피해 제대로 된 회사로 둔갑하는 과정으로 느껴졌다.
13. 그 회사 소속 아티스트들은 SNS상에서의 막강한 조작질 덕분인지 내가 이 바닥에서 일하며 그동안 생판 이름 한 번 들어본 적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로라 하는 아이돌들을 제치며 너무나도 쉽게 가요계 랭킹 1위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내가 3년 전에 당했던 것처럼 페이스북이나 인스타에서 뿐만 아니라 멜론에서도 의심되는 여론조작 댓글 알바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14. 뭐, 처음엔 있을 수도 있는 일이겠거니 했다. 이제는 SNS를 활용한 바이럴 마케팅으로 승부를 보지 않으면 답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시대는 변하기 마련인데 나는 고리타분하고 고지식한 음반제작자로 망할 수 있겠다는 회의감이나 자괴감도 들었다. 그러는 사이 페이스북 여론조작질로 시작한 새 음반기획사의 젊은 대표는 마치 음악산업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혁신주자로 포장되어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했고, 시장에서 돈을 벌어다주니 빨아주며 동조하는 세력들이 등장했다.
15. 그와 관련된 기사를 보며 느끼는 감정은 결코 질투나 부러움의 감정은 아니었다. 3년 전에 내가 비슷한 업체로부터 당했던 일이 있으니까. '그래. 어떤 분야에서건 자신의 영향력을 잘 키운 너의 승리다'라고 생각했다.
16. 하지만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들이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생겨나자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던 많은 이들의 의심은 곧 현실이 됐다. 단순히 SNS상에서의 홍보가 문제가 아니었다. 그 회사에서 내놓는 아티스트마다, 그 회사에서 내놓는 곡마다 멜론에서의 스트리밍 통계가 굉장히 비정상적인 그래프를 그리고 있었다. 희한하게도 무명인데다 신인 아티스트임에도 불구하고, 이용자 수가 가장 저조한 새벽 시간대만 골라 빅뱅, 엑소, 트와이스를 제치며 새벽 스트리밍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더니 아침이 되면 잠잠했다가 또 새벽에 터졌다가 하는 현상이 지속됐다. 그들은 그걸 '역주행'이라고 부르며 포장했지만 나에겐 그저 '역겨운 주행'이었을 뿐이다. 논란이 일자 결국 해당 회사는 홈페이지를 닫았고, 문제가 된 아티스트의 앨범에서 기획사 이름까지 변경했다.
17. 지금까지 음원사재기로 논란이 된 비슷한 케이스가 여럿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의심이 해결된 적이 없다. 당사자들이 아니라고 잡아떼면 그만이었고, 당장 돈이 되는 사람들 옆에 빌붙어서 이득을 보는 이들이 많으니까. 그러는동안 논란거리를 제공했던 사람들은 업계 리더라며 인지도를 높여갔고, 매번 문제가 문제제기에서만 끝나니 굳이 동조하던 세력이 그들을 버릴 이유도 없었다. 나처럼 성격이 스트레이트라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만 심각한 일이 될 뿐, 그들을 적으로 돌리지 않으면 세상 살기는 한층 더 쉬워진다.
18. 박근혜와 최순실에게서 느꼈던 저급함. 이제와서야 겨우 '적폐'라고 부르는 '먹고 사는 방식'이 우리 음악계에도 얼마나 만연한지. 나는 그들을 음악계의 '적폐세력'이라고 부른다. 3년 전 자신들의 채널에 광고비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리 앨범에 테러를 했던 인간들과, 해킹 당한 사람들의 유령계정을 가지고 SNS에서 알량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언론과 문화예술의 트렌드를 조장해 먹고 사는 인간들도 감히 블랙리스트를 욕했겠지. 그런 인간들이 모여 최순실과 박근혜를 두고 다같이 '적폐'라며 욕했을 것을 떠올리면 우리가 몸 담고 있는 사회가 얼마나 더러운 곳인지를 깨닫게 된다.
19. 선량한 음악산업계 사람들은 한 때 'Stop Dumping Music' 운동 등을 통해 단합된 힘을 보여준 적이 있다. 최근에는 전세계 음악레이블 연합이 'FD3'라고 하는 공정한 디지털 음원 거래에 관한 선언을 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나는 '정직한 제작자가 되겠다' 라고 하는 선언인데 도대체 나만 정직한 제작자이면 뭐하나? 정작 잘 먹고 잘 사는 것들은 서로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뒤를 봐주고 양아치 짓을 하고 있는데.
20. 침묵하지 말자. 음악산업계의 모두가 밝혀내고 고쳐야 할 일이다. 논란이 된 앨범의 댓글창을 보면 업계 리더들이 일반 대중보다 문제인식이 한참 떨어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떻게 된 게 지금 이런 사태에 대해 제대로 논의하는 제작자 선배가, 동료가, 후배가 한 명도 없을 수 있단 말인가. 왜 부끄러움은 분노하는, 그리고 피해를 당한 나만의 것이어야 하는지 정말 참담하기 그지없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