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자유한국당의 지지도는 납작 엎드린 채로 다시 반등의 기미도 없다. 어차피 안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자유한국당은 개의치 않는 눈치다. 그렇지 않고는 하루가 멀다고 물의를 일으키고, 논란을 야기하는 발언을 할 리는 없다. 그러다가 투표가 임박하면 다시 아스팔트에 몇 번의 무릎 꿇는 것으로 반성한다고 주장할지 또 모를 일이다.

자유한국당의 먹히지도 않는 이념 공세는 심각한 수준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3일 제주에서 열린 4·3 추념식에 참가했다. 그런데 그의 페이스북에는 엉뚱한 글을 남겨 두어 종일 논란이 되었다. 논란은 많은 이들을 분노케 했고, 애써 대통령이 위로한 제주도민들의 오랜 상처를 건드렸다.

제주 4.3사건은 과거의 사건이면서도 여전히 진행 중인 역사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완전한 해결을 약속한 것도 그런 맥락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여지없이 제주 4.3 사건에도 빨간색 뿌리기를 시도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SNS 갈무리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자신의 SNS에 “제주 양민이 무고한 죽음을 당한 날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좌익 무장 폭동이 개시된 날이 4월3일이다”고 주장하며 “이날을 제주 양민이 무고하게 희생된 날로 잡아 추념한다는 것은 오히려 좌익폭동과 상관없는 제주 양민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발언의 팩트체크를 하기 이전에 정작 홍 대표 자신도 그 추념식에 참가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행동이다. 이명박 정부는 4.3 평화재단을 만들었고, 더 나아가 제주 4.3사건을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것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다. ‘내로남불’이란 말을 하기도 지친다. 마구잡이로 문재인 정부와 대통령의 흠집을 잡으려다 보니, 결국엔 자기모순에 빠지고 마는 홍준표 대표의 딜레마 공식이 그대로 발동한 것에 불과한 일이다.

그래서 무시하고 말아도 될 일이겠지만 차마 그럴 수 없는 것은 이번 막말의 대상이 정치권이 아닌 수많은 희생자와 그 유족들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역사의 수면 아래서 아프다는 말조차 못하고 70년을 그저 견뎌온 희생자 유족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행위였다.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4ㆍ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0주년 4ㆍ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가운데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왼쪽은 바른미래당 박주선 공동대표. Ⓒ연합뉴스

심지어 추념식 현장까지 찾아간 사람이 정작 자신의 SNS에 추념식을 모욕이라고 비하하는 이중적 태도는 아무리 홍준표 대표라 할지라도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곧이어 자유한국당 대변인 장제원 의원이 같은 내용을 공식 논평으로 내놓았다. 장 의원의 결론은 “대한민국의 체제를 송두리째 흔들려는 사회주의 개헌을 밀어 붙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장 의원은 “국민과 함께 자유대한민국을 지킬 것”이라고 했지만, 그냥 하는 말 정도 이상의 감흥을 주지는 못한다. 자유한국당의 막말 듀오 홍 대표와 장 의원은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 자유한국당이 도무지 국민 지지를 얻지 못하는 많은 이유 중에서도 큰 이유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태도 때문이다. 온 국민이 눈물을 흘리며 아파하는데 자유한국당은 세금도둑이라는 말이나 하고 있었다. 자유한국당은 벌써 잊었는지 몰라도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으려 한다. 자유한국당은 정치적 이익 앞에 사람이 반드시 가져야 할 공감 능력마저 상실한 것 같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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