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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보도' 아닌 '보고'를 위해 취재하나?[기자수첩] 현장마다 나타나는 KBS, 하지만 보도는 없다
곽상아 기자 | 승인 2010.06.29 14:00

# 현장 1. 6월 28일 서울 여의도 KBS신관 출입기자실

   
  ▲ 수신료 인상 일방 추진에 대한 KBS 야당 이사들의 입장표명 기자회견이 6월 28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KBS본관 민주광장에서 진행됐다. 기자회견을 취재 중인 KBS 카메라. ⓒ곽상아  
 
수신료 인상 강행에 대한 KBS 야당 이사들의 입장표명 기자회견이 예정된 오후 2시가 되자 기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나를 포함해 모두 KBS 출입기자들이다. 그 사이로 KBS 취재진이 ENG카메라를 들고 등장하자, 야당 이사들이 한마디씩 한다.

"KBS 카메라가 왔네. 여기는 아무래도 좁아서 그림이 잘 안나올 테니까 본관으로 옮깁시다."
"KBS는 찍어가기만 할 뿐 보도는 안해요. 보도용이 아니라 (윗선) 보고용이에요, 보고용."

# 현장 2. 6월 22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

   
  ▲ 6월 22일 오후 3시, 언론개혁시민연대는 감사원에 보스턴컨설팅 사업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감사 청구서를 제출하려는 언론연대 관계자를 뒤따라가는 KBS취재진. ⓒ곽상아  
 
언론개혁시민연대가 KBS의 보스턴컨설팅 사업에 대해 '공익감사'를 청구하기로 한 오후 3시. 정식 기자회견이 아니었던 탓인지, 지리적으로 찾아오기 힘들었던 탓인지 기자들이 몇명 모이지 않았다. 한명의 사진 기자, 나, 그리고 KBS 정도 뿐이었다.

KBS가 오래간만에 '공영방송'으로서 이름값을 하려는 것일까? 방송3사 가운데 유일하게 ENG카메라를 들고 감사원을 찾아온 KBS. 하지만 KBS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KBS는 보도 안 할 겁니다. 지난 6개월간 KBS를 모니터했는데, 찍어가기만 할 뿐 보도 안해요, 절대로."(언론연대 관계자)

KBS 취재진은 아무 말이 없었고, 현장의 한 관계자는 "KBS가 3년 뒤에는 보도할 것이다. 그런데 3년이 될지 8년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뼈아픈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정부 앞에 바짝 엎드린 KBS를 조롱하는 농담에 짐짓 웃음을 지었으나 마음이 무거웠다.

# 현장 3. 5월 10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

   
  ▲ 35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2010유권자희망연대는 5월 10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KBS가 노골적인 '오세훈 편들기'로 '관제방송' 행태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취재 중인 KBS카메라. ⓒ곽상아  
 
지방선거를 한달여 앞두고 '2010 유권자희망연대'가 모였다. '유권자를 술푸게 하는 KBS, 1번만 발언하는 더러운 세상'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든 이들은 KBS를 향해 "KBS가 TV토론에서마저 노골적 '여당 편향'을 드러냈다"며 "국민들을 향해 대놓고 '정권의 방송'이라고 선언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BS가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에서 야당 후보들 보다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의 발언시간을 더 많이 배정한 것에 대한 지적이다.

이날 기자회견 역시 방송3사 가운데 유일하게 KBS만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날도 KBS에 대한 반응은 싸늘했다. 사회를 맡은 천준호 유권자희망연대 공동운영위원장은 KBS카메라를 향해 "왜 매번 기자회견 하는 것을 찍어가면서도 보도는 안 하느냐. 그럴거면 왜 찍느냐"며 "오늘 보도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비판했다.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는 KBS. 하지만 현장 관계자들이 우려했던 대로 메인뉴스인 KBS '뉴스9'는 위 사례들에 대해 철저히 침묵했다. 보도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을까? 그렇다면 애당초 현장에는 왜 왔을까?

혹시 다른 뉴스 프로그램이나 라디오뉴스에서 방송됐을까 싶어 KBS홈페이지 검색을 통해 찾아보니 두번째, 세번째 사례는 아예 보도되지 못했다. 야당 이사 기자회견의 경우, 단신처리됐으나 그나마도 어느 뉴스 프로그램에서 방송됐는지 명확히 알 수 없다. 당일 현장에서 KBS 카메라 기자는 기자회견을 여러 각도에서 찍어갔으나, 현장 그림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지도 않다.

시민들이 다달이 내는 수신료가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하는 데 쓰이는 게 아니라 '윗선 보고용' '기록용' '면피용'으로나 사용되고 있단 얘기다.

   
  ▲ 6월 14일 오전 10시,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개최된 '수신료 국민공청회'를 취재 중인 KBS카메라. 하지만 보도는 없었다. ⓒ곽상아  
 
이밖에도 KBS가 취재해 놓고서 보도 안하는 경우는 수두룩하다. 수신료 인상 국민공청회, 청계천 어류 방류 의혹 기자회견 등등…. 공교롭게도 KBS가 보도하지 않는 사안은 정부 또는 KBS에 대해 비판적 내용들. '이제 KBS에 기대도 안 한다'는 현장의 불신은 다른 누가 아닌 KBS가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 5월 20일 한국환경기자클럽과 환경운동연합이 공동으로 주최한 '국민 속이는 청계천' 기자회견을 취재 중인 KBS카메라 모습. 하지만 보도는 없었다. ⓒ권순택  
 
이런 KBS가 수신료 인상을 강행 처리할 전망이다. 보스턴컨설팅의 중간보고 때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6500원 인상안'이 어느날 갑자기 뚝 떨어지더니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2007년에는 수신료안을 심의·의결하는 데 5개월이나 걸렸으나 이번에는 수신료 초안이 보고된 지 2,3주 만에 '뚝딱' 해치울 것으로 보인다.

괴벨스, 김비서, 캐백수, 나팔수 등등 시민들이 KBS를 향해 내뱉는 조롱이 모욕적이지도 않은지 앞만 보고 내달리는 KBS. 하지만 수신료 인상을 위해 두손 잡고 함께 뛰어줄 힘센 권력이 있기에 외롭지는 않을 것 같다. 자기 의지대로 손을 잡은 것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 권력의 의지에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암튼. 브라보, 마이 KBS!

곽상아 기자  nell@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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